인생의 테마는 스스로 정하는 것
30대를 바라보는 나이로 접어들자 주변 지인들은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려는데 혈안이다. 연애를 안 한지 4년 차로 접어드는 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골칫덩이다.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남자를 못 만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가족들. 자신들이 결혼했을 때 내가 혼자 남겨질까 봐 걱정인 친구들.
일반적으로 30대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삶의 또 다른 가치를 배우는 시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30대에게 연인이 필수사항인 것은 아니다. 특히나 가정의 로망이 없는 나에겐 30대란 혼자가 되는 것을 체감하는 나이이며 혼자 사는 삶의 노하우를 터득해야 하는 시기이다.
안정적인 직장, 화목한 가정이 없다면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나는 정말 '부적합한' 사람이다. 회사생활, 자기 계발과 함께 이따금 휴식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삶의 충만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동안 모은 돈을 영끌해 내년 캐나다 어학연수를 계획 중인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매 순간을 즐기고 도전하며 경험하고 깨우치며 살아야 내가 정말 살아있음을 느낀다.
수년간 연애를 안 하며 나를 탐구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무엇을 좋아하고, 감명을 받으며, 성취감을 느끼고, 최우선 가치로 두는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했다. 그렇게 나의 인생관, 가치관, 가족관, 연애관을 차츰 확립해 나갔다. 그 결과 나를 다루는 방법에 꽤 능숙해졌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거나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때는 책을 읽으며 잠시 그 상황에 대피해있어야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등 나를 다루는 사소한 팁들을 알아가는 건 꽤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반면 주변 사람들은 왜 가정을 꾸릴 생각이 없는지, 혼수비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돈을 왜 어학연수에 투자하는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체감하게 될 현실이 두렵지 않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사회에서 말하는 '낙오자, 실패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나에게 심어준다. 이제는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되었는데 왜 아직도 20대처럼 철없이 행동하냐는 생각이 저의에 깔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음. 걱정은 고마운데 나는 그들보다 나에 대해 너무 잘 안다. 하고 싶은 일을 타인의 시선 때문에 포기한다면 죽기 직전까지 두고두고 후회할 사람이라는 걸. 세월이 흘러 죽음을 앞두었을 때, 나는 살아온 나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게 아니라 할 수 있었음에도 '안' 했던 것들이 스쳐 지나갈 것임을 너무 잘 안다. 어차피 후회하며 사는 삶이 인생이라면 그나마 덜 후회하는 삶을 선택한 것뿐이다.
순하리(작가 필명) 삶의 테마는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다. 일상의 찰나 속에서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고,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누군가의 동의 없이 즉각 행동으로 옮기고, 시간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성장하는지 세심히 느끼고 싶다. 물론 혼자 사는 삶의 마지막에 대한 선례가 많지 않아 두렵긴 하다. 그래서 더욱이 책임감을 갖고 혼자 사는 삶을 잘 꾸려나갈 생각이다.
삶에는 다양한 방향이 있다는 것을 다음 세대들에게 알려줄 생각이다. 사회적 기준, 타인의 시선, 불안감, 두려움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가 그 선례가 되어줄 것이다. 30대에는 '안정'이란 한 가지 방향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두려워할 필요 없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그리고 혼자서도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말이다.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인간은 자신 속에 혼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p. 22)
개인적으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를 굉장히 좋아한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거나 삶이 무료해질 때마다 그의 책을 사서 읽어본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문장을 가져왔다. 문장을 읽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을 독자들도 느끼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좋은 아침, 좋은 점심, 좋은 저녁 되세요.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