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창의예술교육랩] 과학랩 활동 공유 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생태-인문’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자원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과학기술'을 문화예술교육에 기반해 융복합하고, 미래 지향적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출범한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는 전문연구원들과 함께 과정의 실행 방향성을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는 R&D랩, 교육전문가와 청년연구원이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는 D&I랩으로 구성되어, 과정의 가치를 기록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지난 11월 3일 일요일, 제주 사계생활에서 창의예술교육 D&I 과학기술랩의 2019년 처음이자 마지막 파일럿 교육 프로그램 '바람이 {데이터}로 분다'가 하루 종일 진행되었습니다. '바람이 {데이터}로 분다' 프로그램에는 제주 도내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성인 스무명이 참여했습니다. 과학랩 허대찬 랩장, 이다혜, 신미리, 안지선, 하승연 청년연구원이 진행과 교육을 담당하고, 제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와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 전문연구원들 그리고 아트센터 나비 교육팀이 프로그램을 참관했습니다. 또한, 윤순영 작가, 문경주 문화예술기획자이자 교육자, 고재열 개발자가 각각 예술, 교육, 기술 분야 교육 보조강사이자 리뷰어로 함께 자리했습니다.
과학기술랩의 파일럿 프로그램 '바람이 {데이터}로 분다'는 바람을 감각하고 이를 언어화, 수치화해 컴퓨터가 이해하는 데이터로 만들어보고, 데이터를 입력해 LED 빛으로 바람의 감각을 표현하는 과학과 기술, 언어와 예술이 융합된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교육생은 실습과 이론을 병행하며 데이터와 언어, 바람에 대해 이해하고 데이터의 변환 과정을 거쳐 LED 빛으로 바람을 표현합니다.
프로그램 1. 바람과 걸으며 감각하기
'바람과 걸으며 감각하고 기록하기' 활동은 데이터의 씨앗을 수집하는 활동입니다. 오전 11시, 산방산 일대에서 교육생과 교육자는 함께 걸으며 바람을 느껴봅니다. 천, 실, 비누방울, 봉투 등 다양한 소품을 가지고 바람의 움직임을 살펴봅니다. 산방연대(산방산 앞 봉수대)에서 하멜상선 전시관까지 올레길을 따라 바람을 맞으며 거닐어봅니다. 바람의 소리와 촉감, 온도와 방향을 온 몸으로 감각합니다.
프로그램 2. 바람과 감각의 이해
밖에서 마음껏 바람을 맞았으니 이제 바람과 감각을 이해하고 표현해보는 시간입니다. 제주의 바람이 언어에 미친 영향, 생활문화에 미친 영향을 공부합니다. 감각이란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가 감각한 바람의 언어를 '바람기록지'에 자유롭게 적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적은 바람의 언어를 규칙을 부여해 마인드매핑으로 언어를 범주화합니다. 바람의 소리, 바람의 맛, 바람의 기억, 바람의 경험까지 오감은 물론 교육생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세우고 바람의 언어를 그룹핑합니다. 네. 데이터의 씨앗이 데이터와 데이터셀로 자라나는 과정입니다.
프로그램 3. 데이터 변환
데이터의 변환 사례를 이론으로 공부하며 다양한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변환되어 표현되는지 알아봅니다. 숫자는 모양이 되기도 하고 소리가 되기도 합니다. 컴퓨터와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변수를 지정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변환하고 표현할 수 있죠. 데이터 변환 과정에서 우리는 매개변수를 지정하고 적정한 수치값을 추출해 소리와 빛, 색채, 모양, 움직임 등 시각과 청각, 물리적 표현으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변환 이론 수업을 마치고 바람의 모양을 6B연필로 그려봅니다. 그리고 키트를 활용해 바람의 소리를 만들어봅니다. 네. 바람이 불어 들려오는 바람의 소리가 아닌, 내가 그린 바람의 라인드로잉을 활용해 새롭게 바람의 소리를 창작해보는 과정입니다. 6B연필로 그린 라인 드로잉의 길이와 두께, 움직임으로 저항값이 만들어지고, 이 저항값을 측정해 소리로 변환합니다. 수치가 널뜁니다. 현실감 있는 바람 소리가 나죠. 교실에는 라인드로잉의 저항값이 만들어낸, 그야말로 바람이 데이터로 부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프로그램 4. 데이터의 이해와 전송
조금 더 본격적으로 '데이터'란 무엇인가 배워봅니다. 늘 '데이터'라는 단어를 듣고 살지만, 데이터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간을 앞지르는 시대, 데이터가 개개인을 간섭하는 시대에 데이터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를 변용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의 주체적인 삶에 필수 요소입니다. 과학기술랩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데이터를 어떻게 매니징하는지,
현대 과학기술이 데이터 매니징을 어떤 분야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이론으로 배워봅니다.
이론을 바탕으로 조금 더 데이터와 가까운 실습을 해봅니다. 바람기록지에 바람의 온도와 속도를 수치로 변환해봅니다. 바람의 빠르기는 X축, 바람의 온도는 Y축이 됩니다. 좌표의 범위도 직접 설정합니다. 바람이 빨라지면 X축의 숫자가 더 높아집니다. 바람이 따뜻할수록 Y축 숫자도 높아집니다. 내가 데이터의 범위와 위치를 설정합니다. 내 바람의 좌표가 만들어집니다.
프로그램 5. 데이터의 표현
언어, 수치, 좌표 등 바람이라는 감각으로 여러 방식으로 정의해보았습니다. 이제 표현입니다. 바람의 감각을 수치화하고, 이 수치값을 변환해 빛 데이터로 만들어냅니다. 먼저, 바람의 온도를 바람의 색으로 변환해봅니다. 내가 느낀 바람의 온도를 흰색,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물감을 섞어 색으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표현한 색의 RGB값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추출합니다. 바람 좌표에서 바람의 속도 값을 추출합니다. 라인드로잉으로 들었던 바람의 소리 그래프 중 내가 오늘 느낀 바람의 소리가 들리는 순간의 수치를 추출합니다.
내가 느낀 바람에서 세 가지 빛 데이터가 추출되었습니다.
* 바람의 온도 -> 빛의 색
* 바람의 속도 -> 빛의 움직임의 속도
* 바람의 소리 -> 빛의 파장
과학기술랩에서 만든 모듈 프로그램에 세 가지 값을 입력하면 마이크로비트 LED 기판에 각기 다른 색과 속도 파장의 빛이 표현됩니다. 빛의 깜빡이는 속도, 움직임 등이 달라집니다. 같은 바람이 사람의 감각을 거쳐 전혀 다른 데이터로 만들어지는 현장입니다.
프로그램 6. 빛 드로잉
바람의 모양을 상상해 라인드로잉을 했다면, 이제 바람이 빛으로 변환된 LED 기판을 들고 빛 드로잉을 해봅니다. 카메라 앞에 서 내가 원래 그렸던 바람의 모양 라인드로잉을 빛으로 그리면, 장노출로 설정된 카메라는 빛이 지나간 자리를 그대로 기록합니다. 빛의 움직임이는 모든 순간을 기록해 사진이라는 평면 오브제로 재탄생합니다. 과학기술랩의 파일럿 교육 프로그램 활동에 빛과 사진이라는 예술적 순간이 더해집니다. 교육생은 함께 또 따로 다양하게 빛을 그립니다. 무작위로 그려진 빛에는 무작위로 불던 바람이 데이터 규칙과 교육생의 주체적 데이터화 및 변환 과정으로 탄생한 빛의 흔적이 새겨집니다.
왜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감각을 주관적인 방식으로
가장 객관적인 데이터로 변환하고 디지털로 표현해야 하는가?
파일럿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던졌던 질문을 다시 살펴봅니다. 예술교육이 가야하는 방향을 고민해봅니다. 기술과 지식의 발전 속도를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시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은 시대에 맞지 않는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교육으로 21세기형 인재 양성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떤 교육이 되어야 할까요?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는 본질을 이해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주체적으로 학습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세입니다. 바람을 개별적으로 경험하고 아날로그적인 감각으로 변환해 언어화하고 이를 수치로 변환해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빛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활동은 데이터의 본질에 접근해 데이터라는 것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으며, 향후 데이터를 활용해 예술적 표현을 하기 위해 무엇을 배우고 습득해야 하는지, 그리고 데이터라는 기술로 확장할 수 있는 표현의 무한한 가능성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술가든 예술가가 아니든 현대 사회에서 주체적인 태도로 살아갈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게 됩니다. 과학기술랩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데이터 과학자적 면모와 함께 과학기술시대의 문화예술인으로서 토양을 만드는 것입니다.
글/편집 :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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