ㅉㅉ.. 요즘 엄마들은 너무 유난이야
아이를 낳고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요즘 엄마들은 너무 힘들게 아이를 키운다’였다. ‘요즘 엄마’라니. ‘요즘 엄마’는 대체 누구를 지칭하는 걸까. 맘충으로 표현되는 공공시설에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 엄마를 말하는 건지, 자녀를 과보호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을 의미하는지,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아이의 생활과 미래를 설계하는 알파 맘을 뜻하는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포함한 건가.
실제 의미가 어떠하든 나는 요즘 엄마로 표현되는 한 여자가 되어 이제 6개월이 갓 넘은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가장 아이러니했던 것은 아이를 잘 키워보고자 열심히 공부하고 적용하면 ‘쉽게 키워라’는 말을 듣고, 나 자신과 부부 생활 또한 자녀 양육만큼 중요해 우리를 위한 시간을 쓰다 보면 아이를 너무 내팽개쳐두는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는다. 대체 어쩌자는 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남의 말보다는 내 주관대로 사는 것이 더 익숙한데도 엄마가 된 순간부터 누군가 흘리는 말들 조차 편히 들리지 않는다.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사건은 바로 출산이다. 출산 여성과 비출산 여성은 하루의 시간 사용부터 소비습관, 사회에 대한 관점은 물론 인생 계획에 이르기까지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출산을 했다는 사실이 그녀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버리고, 엄마의 역할로 탈바꿈되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여전히 그녀들은 자기 시간이 중요하고, 아이에게 투자하는 만큼 자신에게도 투자하며, 재능을 잃지 않고 커리어를 놓치지 않고자 끊임없이 애쓰고, 예쁘고 잘 나가는 것에 관심이 많아 SNS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트렌드를 뒤처지기 싫은 밀레니얼의 젊은 여성이다.
이 글은 엄마가 된 한 젊은 여자의 소회나 감상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요즘 엄마로 표현되는 그녀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눈앞에 놓인 사회적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해가고 있는지,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그동안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시도는 많았지만, 실제로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엄마에 대한 이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모성은 출산과 모유 수유와 같은 여성의 신체적 기능과 관련될 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인 의미를 지니는 데에 반해 ‘엄마’라는 집단에 대한 이해는 ‘이상적인 어머니의 모습’이라는 일관된 이미지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너무나 의아할 때가 있다. 이상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보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신사임당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니 참 고리타분한 일이다. 당장 밀레니얼의 젊은 세대들에게 신사임당이 누구인지 물어보면 유튜버를 더 많이 말할 텐데 말이다.
이 글을 통해 나를 포함한 요즘 엄마들이 짧은 시간 동안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 그리고 휴직과 복직 혹은 퇴사라는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을 연달아 겪으며 느낀 혼란과 적응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유난스럽지 않게, 그러나 최대한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다. 서점에만 가도 ‘결혼’, ‘임신’, ‘출산’, ‘육아’, ‘휴직’, ‘퇴사’ 이 각각의 키워드에 관한 책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이 중 하나의 경험도 삶에 큰 파문을 주는데, 이 모든 걸 한 번에 겪다니.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난생처음 스키장에 간다고 쌔끈한 스키복을 사 입고 쫄래쫄래 따라갔더니 리프트에 내려 마주한 곳이 상급자 슬로프인 상황을. 나를 데려간 아해는 어서 오라며 저만치 내려가고, 퇴로도 없이 똥 싼 강아지처럼 엉거주춤 서 있는 와중에 보니 품 안에는 눈만 끔뻑거리며 내 얼굴만 쳐다보는 갓난아기까지 있다. 이쯤 되면 다 팽개치고 도망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도 그녀들은 스키를 들쳐 매고 걸어서라도, 굴러서라도, 안되면 엉덩이를 얼음판에 뭉개고 앉아서라도 목적지까지 꾸역꾸역 가고 있다.
대단하다고? 역시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그런 고리타분하고 느끼한 말보다 그냥 너네는 겁나 멋있다고, 개고생 한다고, 너네가 좀 짱이라고 말하라. 그게 사실이니까. 우리는 난생처음 마주하는 사건들에 가장 주체적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스마트하고 나이스하고 힙한 종(種)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