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가 돌이 되지 않았을 무렵, 어느 날 남편이 물었다.
“근데 너 나 사랑해?”
내가 대답했다.
“나?… 음.. 난 오빠가 필요한데."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아빠란 존재.
나도 이런 부부가 될 줄 몰랐다.
연애 부터 결혼까지 총 10년, 웬만한 아침 드라마는 지루할 정도로 다이나믹했었고, 로미오와 줄리엣 만나면 멱살 잡을 만한 양가 반대도 심했음에도 결혼하고 지금껏 산 이유, 엄마 나 이 남자 정말 사랑해! 하며 엉엉 울며 말할 만큼 사랑에 눈 먼 나였고 너였다.
그런데 지금?
"애 때문에 사는 거지!"
이런 말 정말 극혐이었는데, 아이를 낳은 후 목 끝까지 올라오는 이혼이란 단어를 매일 참는다.
왜? "애 때문에!"
"나라고 니가 좋아서 사는 줄 알아?",
"애한테 아빠가 필요하니까 데리고 살아주는 거지!",
"애 아니었으면 너랑은 진작 끝이야!"
행복하기만 할 거라 생각하고 결혼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가 함께 살면서 이런 말을 내뱉을 날이 올 거란 생각도 없었다.
육아와 동시에 시작된 부부 갈등.
최근 정신과 의사 양재웅이 강의를 통해 말한 단어가 귀에 꽂혔다.
바로 "불행 배틀"이다.
그의 메세지는 이랬다.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였던 형과 어느날 부터 '가족들을 위해 누가 더 희생하는지 , 누가 더 불행한지' 불행 배틀을 펼치고 있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난 이렇게 행복해, 이만큼 자유로워가 아니라 "나 힘들어" 하며 한숨만 내쉬는 관계 -
출처: 세바시 유트브 채널 (https://youtu.be/elp-V25Nd3o?si=BaZzhmRChatSPHmR)
그게 바로 우리 부부 관계였다.
상대방이 편해 보이면 얄밉고, 힘들다고 티를 내면 그 또한 꼴 보기가 싫어지는 관계.
퇴근 후 함께 맥주나 와인을 까며 넷플릭스를 보고 낄낄대고
서로의 힘듦과 고민을 들어주는 관계가 아니라
있으면 성가시고 없으면 아쉬운 존재가 되버린 거.
서로 누가 더 힘든가로 싸움을 걸듯이 꼭 너의 안락은 나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거야, 그거 알아?
하고 매일 뱀 눈을 하고 시비 걸 건덕지를 찾는듯 한 나의 모습과 그의 모습.
그러면서도 나 아직 창창한데, 이 사람이랑 몇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벌써 이렇게 소닭보듯 살아도 되나, 나 정상 맞나? 싶은 우리의 부부관계.
결혼하면 관계에 대한 고민은 끝인 줄 알았는데 여전하다.
다른 건 밀당, 주도권 잡기 이런거 말고 진짜 내 인생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