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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라타 아트 Oct 17. 2019

마감에 쫓기는 기분

/ 박대표

새로운 작품이 등록될 타이밍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어 프로라타 아트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쉬지 않고 일하고 있고 변화와 함께 곧 찾아 뵐 예정입니다. 없는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알고 있었고 준비가 되어있었음에도 수정하고 개선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을 일들이 산더미 같이 많습니다. 앞서 다른 분야에서 선도하는 기업들이 새삼 더 존경스럽게 느껴집니다.


미술이냐 투자이냐


세 작품을 런칭한 이후 가장 많은 고민이 들었던 부분은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미술 회사인지 아니면 투자 플랫폼 회사인지가 문제였죠. 물론 저희는 미술품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지만 색깔과 메시지에 있어서 미술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과 대체투자 수요를 건드리는 것은 전혀 성격이 다른 일입니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양 쪽을 다 건드리려고 하다가는 미술 쪽에선 “너무 돈 냄새가 나…”, 투자 쪽에선 “너무 낯설어…”라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모두로부터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 the quotes)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의 스타트업으로서 확실한 집중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답보하기가 어렵죠. 모두가 이 회사 하면 이것이 떠오르도록 자신들만의 키워드를 갖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이와는 정반대로 이것저것 다 걸쳐서 일을 진행하게 되면 업을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나고서도 여전히 사람들을 학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 저희는 투자 쪽에 집중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여럿이서 한 작품을 소유(투자)하고 개인 간 소유권을 거래(투자)할 수 있는, 저희만 갖고 있는 이 새로운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전략 방향을 다시 정립하려고 합니다. 집중할 영역을 찾고 나니 자연스럽게 나머지 영역은 저희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갖고 계신 분들과의 협업으로 활로를 찾게 됩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시작한 일이니 여러 시장 참여자와 함께 하면 마음도 더 든든할 것 같습니다.


진짜 부자만 하는 미술품 투자


미술품을 투자자산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여러 가지 니즈들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미술품은 파이낸싱 하기 매우 어려운 자산이었습니다. 대체투자자산으로 가장 유명한 부동산과 비교해보면 부동산은 임대수익이라는 Cash flow가 존재합니다. 자산 보유만으로 매월 정기적인 수입이 발생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 정기 수익 정도까지는 이자부담이 가능하여 대출을 통한 자산 구입이 가능합니다. 반면 미술품은 매입 후 다시 매각 전까지 Cash flow가 없기에 대출을 통한 자본조달이 어렵습니다. 또한 매각이 보통 수년이 걸리고 언제일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더욱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도 클 수밖에 없고요. 


즉 10억 원 가치의 부동산과 10억 원 가치의 미술품을 매입한다고 하면 전자는 적게는 3~4억의 유휴자금 만으로도 투자가 가능하지만 미술품은 온전히 10억 원의 자금이 있어야만 매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콜렉터들이 진짜 부자라는 말은 사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10억 부동산 보유자는 갭 투자자일 수도 있고 부채더미를 안고 있는 사람일 수 있지만 10억 미술품 보유자는 정직한 10억 원 자산가입니다.


이런 미술품을 보다 쉽게 파이낸싱 받을 수 있고 또 자본조달을 통한 레버리지가 가능하다고 하면 더욱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겁니다. 프로라타 아트가 갖고 있는 분할소유권 발행/거래 플랫폼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콜렉터분이 아트페어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을 보셨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림 가격은 10억 원이고 분명 내년쯤 적어도 30%의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데 지금 수중에 유용 가능한 자본이 4억 원 정도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다른 지인분들과 함께 40:30:30으로 소유 권리를 나누어 구매를 하고 그 소유권에 대한 권리와 행사를 저희 플랫폼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함께 투자할 지인이 없다면 프로라타 아트가 직접 공동투자를 할 수도 있습니다. 60%의 구매자금을 지원하고 이 작품을 플랫폼에 등록한 뒤, 60% 소유권을 더 많은 분들에게 판매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치 크라우드펀딩과 유사한 형태가 되겠죠. 이후 1년이 지나 작품을 13억 원에 매각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콜렉터분은 플랫폼 내에서 매입가보다 높은 값(약 11억 원)에 공개매수를 신청하고 모든 지분을 100% 취득한 후 등록해지 신청을 하여 작품을 매각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콜렉터분께서는 4억 원의 투자로 10억 원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IRR 30% 투자기회를 누리신 것이고, 나머지 60%를 프로라타 아트를 통해 구매하셨던 투자자분들은 10%의 기간 수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직업인지라 또 쓰다 보니 마치 영업자료를 적는 것 같네요. 다시 정신을 잡아보면 하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고 집중하니 더 많은 기회들이 새롭게 보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 저희 팀원들만의 역량으로 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콜렉터는 미술계와, 파이낸싱 및 레버리지는 금융계와, 그리고 투자 트래픽은 핀테크와 함께 협업의 길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지: 프로라타 아트)


어제 외부 전시에 나가 있었던 뱅크시 작품이 저희 수장고로 돌아왔습니다. 작년 작품 파쇄 이벤트로 유명세를 확인하더니 올해도 작품가 신기록을 경신하며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저희가 처음 뱅크시 작품을 소개할 때 매년 한 건씩은 퍼포먼스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었는데 역시 그랬습니다. 덕분에 아마도 가장 먼저 저희의 곁을 떠나가는 작품이지 않을까도 싶고요. 


처음 공개매수 프로세스를 밟으며 빠져나가게 되면 저희도 처음으로 완전한 한 사이클을 경험해보게 될 것 같습니다. 플랫폼에 작품이 등록되고 판매되고 거래되고 그리고 공개매수를 거쳐 등록해지가 되면서 미술품이 투자로써의 각 단계를 거쳐나가는 첫 사례가 되게 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름 기념비적인 일인 만큼 조촐하게 회식이라도 했으면 합니다. 회식을 안 한지가 벌써 4개월은 돼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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