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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실섹시 Dec 03. 2023

트레이너의 기본소양

그것은 바로 눈치다.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쓰리잡을 뛴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트레이너이며, 현재 영위하는 직업 중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좋아한다.

이유는 일을 하면서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썩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일과 자아실현이 즉결적으로 연결된 일을 영위하는 일은 썩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내가 현재 벌어들이는 수익 중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애를 쓰는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유지하는 이유가 가장 크다.


나는 사람들이 트레이너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아 질 때 즈음 일을 시작했다. 그전부터 지인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을 가르쳤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그러다 보니 알음알음 지도하는 인원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돈벌이로 전환되었다. 그렇게 지인과 지인의 지인들에게 소개와 소개의 꼬리를 물었다. 알음알음 운동을 지도하다가 장소도 마땅찮고 서비스 제공 대비 제대로 된 보상체계가 없는 것 같아서 제대로 직장을 잡았다. 첫 직장에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형 센터부터 작은 규모의 샵에 이르기까지 여러 충격적인 실태를 체험했다. 왜 사람들이 트레이너에 대한 불신이 있게 되었는지를 크게 체감했다. 그렇게 업태의 환멸이 느껴질 때쯤 다행히 아주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 오랜 시간 해당 센터에서 근무를 했었다.


처음부터 내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트레이너로써 추구해야 될 태도는 무엇보다 '사명감'이었다.

자신과 함께하는 회원님들에게 동기부여를 실어주고, 추구해야 될 마인드 셋을 서서히 실어주며 개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도모하게끔 주도하는, 그야말로 회원의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주는 인도자의 역할이 내가 생각했던 올바른 트레이너의 롤(role)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당시 다른 센터를 지켜보며 느꼈던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대상의 태도와 그에 따라 추구했던 트레이너로써의 사명감이 지금과 같냐라고 묻는다면 썩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헬스 트레이너의 역할은 고객의 니즈와 개인의 체형과 체질을 분석하여 적재적소의 '운동'을 처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헬스 트렌드는 웰빙보다는 피트니스에 초점이 잡혀있기 때문에 위 정의에서는 아주 많이 벗어난 형태의 트레이닝들이 추세가 되고 있다. 몸짱이 default 값이 되는 요즘 시대에, 헬스라는 매체를 영위하는 사실 만으로도 자신이 트렌드에 늦춰지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는 재화로써 작용되는 것이 요즘 헬스의 역할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기존에 추구하던 '사명감'의 태도는 이러한 PT 수요층과 마찰을 빚고는 한다. 

나는 이 사람의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켜야 하는 입장인데,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폭력적인 스탠스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이 '창과 방패'의 싸움은 우리 주변의 많은 회원과 PT의 관계에서 자주 확인되고는 한다. 회원은 그냥 적당한 중강도의 운동과 몸 좋은 트레이너와의 유대관계를 갖고 싶어 하는데 트레이너는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고포화 시장에서의 유능한 트레이너임을 증명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로써 회원의 아웃풋을 장려한다. 정말이지 동상이몽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회원들이 '아 자기는 그냥 적당히 대충 운동하는 시늉이나 내고 오운완 스토리나 올리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다. 트렌드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돈은 지불하여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누가 그렇게 말을 하겠나. 쉽게 말해 눈치 빠르게 회원들이 원하는 바를 캐치하여 이른바 '알잘딱깔센' 하는 것이 트레이너들이 직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엄청난 보디빌딩 커리어가 있는 선수, 재활분야에서 10년 이상의 커리어를 쌓은 재활의학 전문가, 특정 스포츠에서 확실한 퍼포먼스를 위한 트레이닝 시스템을 갖춘 컨디셔닝 트레이너, 다이어트의 기본기와 식품공학에 대한 전문지식 기반을 증명해 낼 수 있는 학위와 커리어를 갖춘 스포츠 영양 트레이너 등이 현재 헬스 바닥에서 주축을 이룬 전문가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고 수요가 많아지니 공급자도 수도 없이 많아졌다. 이렇게 먹고 먹히는 파이 나눠먹기 싸움에서 나를 포함한 애매한 포지션의 트레이너들에게 필요한 스킬은 무엇보다 눈치와 '알잘딱깔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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