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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실섹시 Jun 30. 2024

30대의 삶 - 18

'완벽'보다 '완전'에 집중하는 삶

지난 몇 주간 정말 쉴 새 없이 사건사고가 터져 나왔다.


이전 글 내용이었던 현금 도난 사건부터 이후로 거래대금이 천만원 이상이 밀려 월세를 못 낼뻔했고, 멀쩡하게 사용하던 업장 내 필수적인 전자 제품들이 연달아 고장이 났다. 큰맘 먹고 교체하기로 하고 구매를 했는데 낡아빠져 제대로 쓰지도 못하던 요상한 인테리어 때문에 아예 설치가 불가하다는 통보도 받았다. 

그것뿐이랴. 큰맘 먹고 마케팅 비용으로 목돈을 썼는데 해당 플랫폼 내 알고리즘 이슈로 업체가 더 이상 작업이 불가능하다며 환불을 해주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끝난 줄 알았지? 업장에 방문한 20대 정도로 되어 보이는 커플 중 한 명이 반지를 잃어버렸다며 찾아달라는 전화를 하루에 수십 통씩 해댔다. 나중에는 커플 중 한 명의 엄마까지 전화를 해서는 반드시 찾아놓으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내가 진짜 살다 살다 20대 중후반 커플의 약혼반지를 찾아달라는 엄마의 전화를 다 받아본다.


다행히 모든 일들이 해결이 되긴 했다.

잔뜩 화가 난 건물주에게 일주일만 더 시간을 달라고 싹싹 빌어 간신히 뚫린 거래 대금으로 월세를 치렀고, 고장 난 전자제품이 설치되어 있던 인테리어 공간을 약 2시간의 중노동 끝에 셀프로 철거를 하고 기어코 설치를 했다. 마케팅 업체는 다른 업체를 물색하고 있고, 반지는 샅샅이 뒤져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최선을 다해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어 이상 해드릴 있는 게 없다고 말씀드렸고, 다행히 수용하셔서 잘 마무리되었다. 아마 다른 데서 찾은 거 같다..


연속적으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로 제정신이 아니던 찰나에 예전에 PT를 받던 회원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가 사는 집에서 외출하는 길에 투신자살한 사체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후로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일상생활이 어렵다며, 멘탈이 센 나라면 어떻게 극복을 하겠느냐고 고민을 토로했다.


부서진 멘탈을 간신히 붙잡고 버티고 있던 나에게 멘탈이 세고 마인드가 단단하지 않으냐고, 마치 당연한 사실인 양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양가감정이 들었다. 하나는 안쓰러움이고 다른 하나는 도대체 나의 뭘 보고 멘탈이 세다고 여기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그래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조언을 해주고(고통스러운 걸 견디려고 할수록 선명해지니 환경에서부터 도망쳐라),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질문을 했더니, 무슨 일이 있어도 5시에 일어나서 아무리 피곤해도 운동을 하는 모습이 보통 멘탈로는 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대답을 들었다. 상당히 뿌듯했지만 반론하고 싶은 생각 투성이었다. 이전에 쓴 글만 해도 내 멘탈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기질적으로 상당히 예민하다. 

그래서 일상 속 변수가 발생하는 것을 불편해하여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움직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탓에 아주 일반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도 체력소모가 상당히 크고, 가끔씩은 통제 불가능한 것들마저도 통제를 하려는 탐욕적인 태도 때문에 더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노출되고는 한다. 


그래서 나는 진짜 멘탈이 센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서 찾아봤다. 세계적인 기업가부터 운동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소위 '강철멘탈리언'들을 검색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쭉 훑어보고는 흥미가 떨어졌다. 그들 모두 자신이 특화된 재능의 영역에서 특출 난 멘탈 퍼포먼스를 보일 뿐, 전방위에서 발생되는 특수한 변수들에는 전혀 단련되어 있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사실 그게 맞지. 누가 세상에 일어날 모든 일들에 대해 초연할 수 있을까. 존재한다면 감정이 없는 아스퍼거겠지.


결론적으로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강철 멘탈'은 존재할 수 없었다.

내가 대비하고 초연하길 바라는 것은 삶에서 불규칙적으로 발생되는 '사고'들인데 사실상 그것 앞에 초연한 것은 정신병자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단단한 멘탈로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오류가 있었다.

요즘 생산되고 소비하는 미디어들에 노출된 완전한 형태의 모든 컨텐츠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완벽함에 대한 강박을 양산시킨 탓에, 나도 그렇게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내가 추구하는 '섹시한 삶'은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 앞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지만 바탕에는 인간미가 반드시 동반되어야만 한다. 적절한 수준의 성취가 누적되어 내 전문 분야에서의 단단함으로 내 홈그라운드 안에서 발생되는 변수들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안되면 좌절도 하고, 내 한계를 수용하고, 그 이외의 변수 들 앞에 적잖이 당황도 하고, 슬퍼도 하고.

내 삶의 색을 다양한 색상을 위해서는 완벽함보다는 완전함에 더 몰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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