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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실섹시 Jul 21. 2024

30대의 삶 - 21

올바른 리더로서의 역량이란? Feat. 뒷담화

30대가 갓 되었을 무렵, 30대로써 갖추면 썩 좋을법한 태도들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뒷담화를 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유로는 당연히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순히 내 '의견'에 불과하던 것들이 남들과 공유되어 공감을 받으면 '사실'이 되는 것에 문득 소름이 끼쳤다. 그렇게 타인을 깎아내리며 나를 정상으로 만드는 과정은 꽤나 중독적이라서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대상을 실제보다 더 비정상적으로 만들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 중독적인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싶어지는 태도에 휩싸였다.

그래서 한동안 뇌에 힘을 주고 그 태도를 영위했지만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고, 뇌 과학자인 우리 누나 피셜 '뒷담화는 뇌건강을 위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30대로써 갖춰야 할 태도들을 탐닉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내가 자아도취한 기분이 들어 포기했다. 뭐 다 핑계고 귀찮고 뒷담화 개꿀잼 캬컄


그렇게 우월의식에 도취되어 살기를 내려놓고 어영부영 30대 초반을 지나 중반에 이르고 있던 중 독서모임에 초대되었다. 해당 모임에는 상당히 똑똑하고 멋진 분들이 많이 계신다. 단순히 지식적인 부분을 넘어 그들이 갖고 있는 커리어적 성취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마저 멋진 분들이었다. 다들 바쁘다 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분기별로 한번 정도씩 만나곤 했다. 만나기 전에 투표를 통해 책을 선정해서 모임 날짜 전까지 읽고 해당 책을 추천한 사람이 정리해 온 책 내용 관련의 발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나서 각자의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의 삶의 근황을 나누다가 모임원 중 한 분이 근황을 전하셨는데 최근 팀에 새로 합류한 팀원이 본인의 업무전개 스타일과 잘 맞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하셨다. 어떤 부분이 맞지 않느냐는 우리들의 질문에 그분께서는 자세하게 말씀하시기를 꺼려하시며 팀장으로서 해당 팀원의 장점을 찾아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우리에게 일종의 기도제목을 공유하셨다. 그분의 세련된 태도를 보고 다시금 30대가 갓 되어 떠올렸던 '뒷담화 하지 않기'를 영위하기까지의 다짐을 상기하게 되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는다면 사람관리이다.

그리고 30대 중반에 이르렀음에도 삶에서 무엇이 가장 어렵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인간관계가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내 또래즈음이 되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다. 늦지 않게 취업을 해서 직장을 다녔다면 보통은 못해도 중간 관리자 정도의 직급을 달고 있거나, 사업을 하거나, 하다 못해 사모임일지언정 보통은 나이 때문이라도 리더로서의 역할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본다. 사실 이 리더라는 타이틀이 주는 묘한 기분 좋은 에너지에 비해, 실질적으로 들여야 하는 공수가 상당히 크다. 단순히 '리더니까 따르라'는 식의 태도로는 팀원들에게 무시를 받기 딱 좋은 태도다. 리더로서의 책임의식, 집단의 효율성을 위한 업무분장, 팀(사업체) 내 분위기 모니터링, 어디까지를 내 통제 범위로 두고 간섭할 것인지에 대한 계산 등 수도 없지만 만약 팀원(직원)과 성향이 잘 맞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수를 넘어 고통에 가까워진다.


이런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득한 환경에서 가장 채택하기 쉽고 자극적인 방법이 바로 뒷담화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리더의 위치에서 뒷담화는 상황을 개선시키기는커녕 본인 스스로의 위치에 대한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 밖에 없다. 자기 부하직원 하나 통제 못하는 무능력한 리더라고 본인 스스로 떠들어대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독서모임의 그분이 보여주신 품격 있는 리더로서의 태도가 멋지게 느껴졌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대문자 E 성향의 사람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불편해진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소진되니 피곤하고, 날이 갈수록 체력이 뚝뚝 떨어지니 또렷한 목적 없는 만남이 낭비라고 여겨진다. 나에게 제한적으로 확보된 자유 시간 내에서 통제밖의 일이 일어날까 봐 불안하니 갈수록 다양한 만남을 회피하고, 내 짧은 경험에 입각해 확실한 즐거움을 주는 사람 이외의 사람들을 모두 비정상 취급하길 반복한다. 그러니 누구라도 만나고 싶지만, 아무나 만나기는 싫으니 혼자서 외로워하길 반복한다. 과연 나뿐만일까. 이러한 사회 기조에서 정신건강을 핑계로 뒷담화를 정당화시키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에 대해 고민을 아니, 내 주변에는 뒷담화와 객관적 진실을 구분해 줄 지혜로운 사람이 존재하는지 돌아볼 필요성을 느낀다.


30대를 넘어 40대가 되면 지금보다 더 크고 많은 부분에서 리더로서의 역량이 필요시 되겠지.

그때에 나는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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