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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실섹시 Jul 14. 2024

30대의 삶 - 20

20회 차 기념 잡념

소재가 고갈이 났습니다. 

사실 이전의 글 말미에 생각했던 사랑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쓰려고 했었는데 제대로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떠오르는 생각과 이번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TMI를 공유합니다.


- 최근 몇 년째 유지 중인 습관 중 몇 가지를 버리고 있습니다.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이 한다는 것들을 빠짐없이 따라 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는데요. 지난 몇 년간 그 집착이 뭔가 저를 지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랄까요. 성공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강한 집착에 에너지가 소진되니 진짜 해야 될 일들을 똑바로 못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 2주 동안 일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녹초가 된 몸으로 도시락을 싸고 일기를 쓰는 게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는데 일기를 내려놓으니 잠잘 시간이 30분이나 더 늘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더 자진 않고 휴대폰이나 뒤적대며 시간을 축내지만 그만큼 더 쉬는 기분이 들어 좋습니다.

뭐랄까요, 여름방학 일기를 미루는 기분이 들어서 좋습니다 헤헤. 게으른게 짱이야.


그러니 요즘 일의 효율이 좀 더 올라간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역시 인간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나 봅니다. 늘 정신력을 탓해왔는데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자존감을 챙기겠다며 루틴에 목메면서 할 일을 놓치게 되는 일이 빈번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운동도 어느 정도는 포기를 해야 될 수도 있겠습니다.

 

- 소리 지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을 돌아보면 정말 그 누구 하나 열등한 사람이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잘난 자신들을 좀 봐달라고 애원하고 소리를 지르는 시대라서 사실 좀 피곤합니다. 피곤하다고 그 양상을 등지자니 열등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누가 봐도 전문성이 철철 흐르는 사람들도 자기 PR에 그렇게 힘쓰는데 그 흔한 학사 타이틀 없는 한낱 자영업자에 불과한 내가 뭐 잘났다고 가만히 있나. 이러다 도태되면 어쩌나 싶은 불안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의 전문성에 대해 의심을 하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 일을 잘하고, 목숨을 걸고 합니다. 다만 그런 피로한 전쟁의 대열에 휩싸이는 것이 내 일을 잘하는 것과 연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소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소리를 지르는 정도가 전문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너도나도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제 멋과 신념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는 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요즘의 '소리 지르는' 형식의 자기 PR이 그것과 부합하는 기분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피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할 때면 나라는 인간은 그놈의 내 멋이 뭐길래 늘 이렇게 집착하나 싶은 마음도 듭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내 멋의 가치가 실질적인 득의 형태로 나한테 와닿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괜한 자존심을 부리며 내 앞에 놓인 수많은 기회들을 놓치고 내가 빚어낸 나의 페르소나 (잠실섹시)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가 싶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오기도 합니다.


내 멋을 잘 유지하면서 세련된 방식으로 내가 가진 가치를 세상에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최근에 이사를 하고 나서 해당 오피스텔의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 톡방에 들어갔습니다. 말이 정보 공유의 방이지 대나무 숲에 가깝습니다. 층간소음, 세대 내 흡연, 반려동물 관련, 등 하루에도 수십 개씩 본인들이 겪는 불편을 정제되지 않은 형태의 언어로 읍소합니다. 톡방에 100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와 있다 보니 의견충돌이 생기면 싸우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사실 이러한 분노의 양상은 늘 존재해 왔지만 요즘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나 또한 그 양상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운전할 때 가히 사이코패스와 같을 때가 많습니다.


좀 더 여유 있는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진심입니다.


출연했던 방송이 한참 방영중일 때 친한 무리 중 한 명이 좀 우스꽝스럽게 그려졌던 적이 있습니다. 소위 이불 킥할만한 장면이었는데, 같이 시청하던 모두가 그 친구의 행동을 비웃을 때 한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요즘에도 계속 마음에 맴돕니다.


'모두 살면서 한 번쯤 저렇게 후질 때가 있다. ㅇㅇ는 재수 없게 그 장면이 방송에 송출되어 조롱받는 것일 뿐, 나는 ㅇㅇ의 행동을 이해한다'


대단히 훌륭한 사회적 지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의 다름과 모남을 수용하는 어른이 되고자 노력해야겠습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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