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2개 국어를 알아듣는 바디 이야기
어릴 적부터 우리 바디는 쉽게 배우고 알아들어서 나는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신나게 바디 자랑을 했었다. 그런 엄마를 아들이 장단을 맞춰주다가도 지나치면 ‘엄마! 다른 개들도 다 그래요’ 하며 웃었다. 요즘도 나는 종종 바디 자랑을 아들에게 하며 웃는다.
처음으로 바디에게 가르친 것은 집에서 하는 소변, 배변 훈련이었고 바디를 차에 태워 나가기 전에 항상 한 번 더 소변을 하도록 가르쳤다. ‘Buddy, go wee’라고 말하면 바디는 나간다는 것을 짐작하고 좋아서 발코니로 쫓아나가 하수구 근처 지정된 장소에서 소변을 보고 들어왔다.
어느 날 어린 바디를 데리고 친구집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디에게 ‘Let’s go home Buddy. Go wee ’라는 했고, 내 말에 바디가 소변을 보니 친구가 놀랐다. 그 친구는 두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고 많은 개를 봤지만 소변 보라는 말을 듣고 하는 개는 바디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우리는 바디에게 가족으로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가르쳤고 생활에 필요 없는 잔재주는 전혀 가르치지 않았다. 우리는 간식을 이용해서 바디를 가르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어릴 적 바디에게 다른 사람이 주는 간식이 통하지 않았다.
우리 바디는 한국어와 영어 둘 다 알아듣는다. 한국말과 영어를 사용하는 나와 아들의 영향일 것이다. ‘밥 줄까? 물 줄까? 이거 줄까? 산책 갈까? 나갈까? 커피 마시러 갈까? 이리 와, 올라와, 비켜, 안돼, 앉아, 화장실, 아직 아니야, 기다려, 뭐 해? 잘 잤어? 안아! 어디가? 샤워, 목욕할까? '등의 한국말과 ' go wee, hurry up, charlie is comimg, coffee, water, eat, sit, wait, no, not now, where do you think you are going?, What did you do?, wait, move, come here, stop, drop, up, shower, toilet, bath time, bring it, where is puppy? go over there, jump, move, go in, house, who is here?, do you want some water? It’s not for you, let's sleep, house, bird, stay, here, kiss, no more, let’s go home, I’m not going anywhere, stay home, where is belly? 등등 영어로 나는 매일 바디에게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지켜본 나의 친구들은 바디는 어쩜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들 했다.
바디는 거의 모든 것을 금방 배우고 쉽게 습관화시킨다. 바디에게 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준다. 하루 중에 아침 산책은 길게 시키고, 오후와 잠자기 전 두 번 추가로 데리고 나가 소변을 보게 해 주고, 두 끼의 밥을 주고, 한 번의 간식을 준다. 갑자기 나타난 바디와 나의 일상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바디를 길들였지만 어느 순간 내가 바디를 위해 가끔은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급적이면 외출을 삼가고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며 집순이가 되어가는 것 등…
바디의 습관은 시계처럼 정확해서 바디의 배꼽시계 성능에 항상 놀라고 있다. 종종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혼자 빠져있으면 그때마다 어김없이 바디는 이젤 밑으로 불쑥 얼굴을 내밀고 들어와 나를 멈추게 한다. 그때는 항상 바디가 뭘 하거나, 원하는 시간 때이다.
바디는 매너도 있다. 원한다고 무장적 보채는 타입이 아니라 기다릴 줄 안다. 아침에 먼저 일어나도 나를 깨우지 않고 나의 신호를 ‘잘 잤어 바디야’라는 말을 기다린다. 그 말이 떨어지면 후닥닥 내침대로 다가와 꼬리를 흔든다. 가끔은 너무 일찍 잠이 깨서 바디와 눈이 마주치면 바디는 순간 신나 하지만 ‘아직 아니야’라고 말해주면 다시 기다린다.
바디는 사냥 본능도 가지고 있다. 우리 집 주변 환경이 너무 좋아서 더 많이 보인다. 새들도 많고 Hare라는 산토끼와 사슴 그리고 드물게 캥거루까지 볼 수 있다.
어릴 적 바디가 처음 쫒은 동물은 오리였고, 얼마나 오랫 끈질기게 쫒는지 호수 중간까지 수영하며 쫓아 나와 아들이 너무 놀랬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가 한 살 정도였고 수영을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혹시나 물에 빠질까 우리는 호수에 뛰어들 준비까지 했었다. 그리고 여기로 이사 와서는 hare, 산토끼,를 보고 쫒았고 길로 나온 사슴도 한번 쫒았다. 처음 헤어, 산토끼,는 어떤 동물인지 몰라 내가 겁이 났었다. 참고로 여기, 호주 퀸스랜드에서 토끼는 애완금지동물이기에 짐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도 가끔 산책하다 안전한 지대에서 오리나 헤어를 보면 바디의 줄을 풀어준다. 바디의 사냥 본능도 지켜보고 운동을 더 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잡지는 못한다. 하지만 호주 카운슬에서는 쥐 잡는데 폭스테리아 견종을 이용했다고 한다. 우리 바디는 그 폭스테리아의 유전자를 가진 미니폭스테리아와 차와와가 섞인 7-8 킬로그램의 작은 견종이다.
12살, 올해 13살이 될 바디는 표정이 아주 다양하다. 바디의 표정으로 나는 바디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 어떨 땐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가끔은 사람 닮는 듯한 묘한 표정을 짓는 바디 때문에 나의 웃음이 빵 터지기도 한다.
우리 바디는 덩치 큰 개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친절하지 않지만 위험한 상황도 잘 인지하고 보호본능이 강해 집과 주인을 작은 몸에 비해 넘치도록 잘 지키기에 가끔 시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둘도 없이 착하고 영리한 바디이기에 나는 우리 바디가 제일 똑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