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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Jun 08. 2024

<서울의 봄>

그냥 서스펜스 영화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본 영화는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이것이 원칙이고 그것은 늘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에선가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당연히 기대에 어긋났다. 물론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이다. '서스펜스' 영화라는 면에서 그러하다.


왜 영화의 제목을 <서울의 봄>이라 했는지는 모르겠다. 장사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겠다. 영어 제목인 12.12: The Day이면 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의 말미에 쿠데타가 성공한 후에 "이리하여 서울의 봄은 막을 내렸다..."는 식의 멘트가 나오는데, 아니! 서울의 봄(보통은 1981년 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쿠데타로 막을 내리다니.


사실 이것이 이 영화가 가진 역사의식이다. 다시 말해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약당이 존재하고 그에 대응하는 영웅이 등장하고 기똥찬 서스펜스로 엮어내는 것이 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뭐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면 그만이지 웬 딴지냐고 말할 수가 있겠지만, 이러한 우리 역사의 중요한 분수령을 다루는 영화라면 그만한 책임의식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전두환을 다루는 방식은 그를 알고 그에게 당했던 사람이라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전두환을 모욕하고 조롱하다. 이것은 타란티노가 영화를 통해 역사를 뒤집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우화'를 만들지만 이 영화는 우화가 아니라 실제를 다룬다. 그에 대응하는 영웅놀이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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