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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Jun 16. 2024

<장진호>

- 천카이거의 바닥 모를 추락

미국과 맞짱을 떠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이런 유의 애국주의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를 위해 소위 중국의 5세대 감독의 거두인 장이머우나 천카이거를 동원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장이머우는 <삼국-무영자>나 <원 세컨드> 같은 훌륭한 작품을 계속 만들고 있으며 애국주의 영화도 나름 품격을 갖추어 만드는 데 반해, 20세기말 <황토지>와 <패왕별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진호>의 감독 천카이거는 그야말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장진호>는 한국전쟁 당시 '항미원조'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맞짱을 뜬 전쟁에서 '승리'(그들의 관점에서)로 이끈 결정적인 전투를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미드웨이나 노르망디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와 유사한 맥락인 것이다. 이러한 영화들은 대부분 엄청난 물량을 쏟아붓기 마련이지만 대부분 태작만을 남길뿐이다. <장진호>는 태작이라는 명칭도 어울리지 않는 졸작이다. 물론 천카이거는 대충 이름만 걸었는지도 모른다. 서극, 임초현이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그 외에도 3명이 공동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투 장면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의 액션에 <삼국지>나 <영웅>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장대한 조감 구도를 결합했지만 혼란스럽고 느끼하다. 주인공들을 통한 애국주의 메시지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감흥을 얻기 힘들다. 무대가 한반도인데 한국의 지명만 등장할 뿐 남북한 통틀어 한국인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김일성이라는 이름만 한번 언급될 뿐이다. 왜 이렇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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