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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Jul 05. 2024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 2023

악의 평범성, 악의 일상성 보다 더 위험한 것은 악에 대한 무감각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떨치기 어려운 악의 유혹은 악의 주체를 타자화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많은 유대인 홀로코스트 영화와 궤를 같이 하면서도 단순한 악의 타자화가 아니라 주체, 즉 내면의 악을 응시하도록 만든다.


이 영화에는 악이 비주얼 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너무나 평화롭고 일상적이며 그저 우리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는 아우슈비츠의 '괴물'을 묘사한다. 영화는 절대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인물에 대해서도 클로즈업이 없다. 그저 냉정하게 지켜보라고 말한다. 끔찍한 악의 향연은 오직 음향 효과를 통해서만 표현된다.


절대적으로 난해한 영화지만 매혹될 수밖에 없는 2013년 영화 <언더 더 스킨> 이후 10년 만에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더욱 문제적인 이 영화를 내놓았다. 이 영화가 문제적인 된 이유는 유대인인 글레이저 감독이 이 홀로코스트의 '괴물'을 현재 이스라엘의 평범한 일상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감독이 분명히 의도한 것이었고, 그것을 수상 소감을 통해 표현하기도 했다. 같은 홀로코스트 수작 <사울의 아들>을 만든 유대인 감독 라즐로 네메스는 이에 분노했지만, 마찬가지로 유대인 감독인 조엘 코엔은 지지를 표명했다.


"손쉽게 희생자들과 동일시하기보다는 우리에게 내재된 가해자와의 유사성을 보는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느낀다" -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수상 소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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