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 알바레즈 감독, 2024년
이로써 에이리언 메인 시리즈는 7편이 되었다. (Alien을 올바로 한글 표기하면 '에일리언'이 되어야 하지만 1979년 1편이 개봉했을 때 무지하게도 '에이리언'으로 한글 타이틀을 달게 되면서 그 후 모두 '에이리언'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좀 짜증 나는 일이다.)
거대한 우주적 서사를 담고 있는 이 에이리언 시리즈는 전형적인 SF 시리즈인 <스타워즈>, <스타트랙>과 다르게 '현실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인터스텔라>처럼) 스토리의 연대기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연대기 순으로 이 시리즈를 정리해 보자.
배경연도 2093년 - 프로메테우스 (리들리 스콧 감독, Prometheus, 2012)
배경연도 2104년 - 에이리언: 커버넌트 (리들리 스콧 감독, Alien: Covenant, 2017)
배경연도 2122년 - 에이리언 (리들리 스콧 감독, Alien, 1979)
배경연도 2142년 - 에이리언: 로물루스 (페데 알바레즈 감독, Alien: Romulus, 2024)
배경연도 2179년 - 에이리언 2 (제임스 카메론 감독, Aliens, 1986)
배경연도 2179년 - 에이리언 3 (데이비드 핀처 감독, Alien3, 1992)
배경연도 2379년 - 에이리언 4 (장-피에르 주네 감독, Alien: Resurrection, 1997)
이 우주적 서사에서 재미있는 설정은, 지구에 생명을 탄생시키고 그로써 결국 자신과 닮은 인간을 창조해 낸 것은, 조금은 이상한 이름을 가진 '엔지니어'라는 존재이다. 이들은 인간보다 월등하게 고도로 발전된 문명을 가진 존재이다. 다시 말해 엔지니어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신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영원한 생명에 대한 욕망을 품은 인간이 합성 인조인간(휴머노이드, Synthetic Humanoid)을 만든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모든 편에 등장하는 흰색 액체를 피로 가진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이 휴머노이드와 인간의 지배-피지배 관계는 영화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리즈의 연대기적 2편에 해당하는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이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욕망에 질려서, 인간의 DNA를 기반으로 '순수한 생명체', '생명을 위한 생명'을 만들어 내는데 그것이 에이리언이다.
또한 인간이 창조한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창조한 엔지니어를 몰살시킨다. 이 몰살의 장면은 에이리언 시리즈 최대의 볼꺼리가 아니라 최대의 '못'볼꺼리이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우주적 규모에서 가장 발달한 문명을 구축한 엔지니어가 2편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마치 미개한 원주민처럼 허망하게 몰살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SF영화에서 다루는 인공지능적인 유형의 존재들을 구분해 보자.
사이보그(생체와 기계를 결합) - <로보캅> <공각기동대> <터미네이터>의 일부 캐릭터
안드로이드(비유기체 기계의 조합) - <터미네이터> <엑스 마키나> <AI> 등
합성인조인간(휴머노이드, Synthetic Humanoid, 인공적인 유기체) - <에이리언>
리플리컨트(Replicant, 인간 DNA를 가진 업그레이드된 인간 복제) - <블레이드 러너>
에이리언 시리즈의 휴머노이드는 시리즈의 프리퀄인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는 핵심적 캐릭터이지만 에이리언의 메인 시리즈에서는 인간을 충실하게 돕는 보조적인 캐릭터가 된다.
이제, <이블 데드> 등 공포물을 주로 만들었던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만든 2024년 개봉된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살펴보자. 이것은 연대기적인 <에이리언>과 <에이리언 2> 사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기존의 메인 시리즈의 스토리와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이 지휘봉을 넘긴 알바레즈 감독이 그렇게 미덥지 않았기에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영화 자체는 매우 탄탄하다고 볼 수가 있다. 문제는 뭔가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것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 가지 새로운 점이 있다면 '중력'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리얼리티를 나름대로 추구하는 SF 영화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도저히 해결할 길이 없는 '거리'의 문제이다. 빛의 속도로 가도 수십 년은 걸리는 것을 '리얼리티'에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웜홀'로 이것을 해결하려 했고, 에이리언 시리즈에서는 수년 수십 년의 '극저온 동면'으로 해결하려 했다. 또 한 가지가 '중력'인데 대부분의 SF에서는 이를 아예 무시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고전 SF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과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선의 원심력으로 중력을 만들어냈다. 그동안 중력의 문제를 무시해 온 에이리언 시리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기계적으로 중력 에너지를 생성한다는 점을 보여주며 무엇이든 녹여버리는 에이리언의 산성 피가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등 나름 볼꺼리를 만들어냈다.
굳이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새로운 점을 덧붙이자면,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블레이드 러너> 식의 암울하고 칙칙한 디스토피아적인 우주 식민지의 실상, 고장이 나서 맛이 간 흑인 휴머노이드의 등장, 행성의 주변을 도는 소행성대와 우주선의 충돌 등을 들 수가 있겠다.
프리퀄을 통해 조금은 어설프지만 우주적 서사를 완성했고, 그 후의 에이리언은 우려먹을 만큼 만들었으니 이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만든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사실 크게 기대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