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모흐센 마흐말바프
바흐만 고바디
아스가르 파르하디
자파르 파나히
등등등.
이란의 대표적인 감독을 꼽자면 어떤 의미에서 한국보다 많다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군사독재 시절 대부분의 영화가 멜로나 호스티스, 고전적인 문학작품으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권위주의 국가인 이란의 감독들은 명백히 사회적 리얼리즘으로 저항정신을 품고 있고 그래서 고단하게 작품 활동을 해야 한다.
어린이에서 출발하여 심리적이고 철학적인 영화를 만드는 키에로스타미, 서구적인 중산층의 딜레마를 다루는 파르하디에 비해, 최근 가장 활발하고 크게 주목받는 파나히는 직접적으로 저항정신을 담아내며 국제 영화제를 휩쓸지만 이란 정부의 탄압으로 외국에 나가지도 못하며 작품 활동도 극히 제한되지만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든 작품을 만들어 낸다. 가히 게릴라 영화라고 할 만하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증인>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사에이바르 감독 작품이지만 파나히가 시나리오를 썼다. 다른 이슬람 국가에 비하면 비교적 느슨하지만 여전히 강압적인 이란 여성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고발한 영화다. 어떤 의미에서는 영화를 투쟁의 무기로 삼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쉽게 빠지기 쉬운 촌스러운 정형화가 아니라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탄탄한 구성으로 짜여있다.
춤을 여성의 해방을 상징하는 몸짓으로 형상화한 것은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폭력(응징=살인)' 대신 춤으로 저항을 대체한 상징적 묘사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폭풍이 불어오고, 대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집을 둘러친 가림막이 쓰러져 내리는 묘사는 '상징'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왠지 촌스러운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