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추구권 Oct 13. 2023

호시절(好時節)에 대한 집착, 그리고 환상

불행한 현재, 행복한 과거


호시절 好時節 - 좋았던 때


사람마다 호시절을 경험하곤한다.


1.

상무님께서는 과거의 회사생활이 너무 깊이 그립다고 하셨다. 모든걸 섬세하게 챙기던 덕장 밑에서 일하며, 회사가 그리고 업계가 매년 성장하던 시기였단다.


그때는 모두가 한 가족처럼 지냈고, 다같이 하나로 모였고 회사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고 한다.


지금은 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여력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시장도 회사도 작년보다 힘들다. 코로나 이후로 개인주의가 심화되어 회사와 가정사가 더욱 분리되었고, 다같이 놀기보다는 삼삼오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조용히 모여논다.


성장의 한계, 소통의 부재 그리고 단절. 특히 말할 상대가 더 이상 없어서 가슴이 아프다며, 슬프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지치셨다고 말씀하셨다.


2.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영미권 국가에서 영유아, 초등 저학년 교육을 받은 나는 사춘기 시절 한국에서의 삶이 참 불행했다. 초등 저학년 시절까지 제한된 환경과 시기였는지 특별한 어려움 없이 학교생활을 했고 다행히도 마약, 총기, 학폭을 경험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환상에 사로잡힌 것도 같다.


90년대 한국 공교육에서 내가 재학한 학교들에서는 학폭다운 학폭?은 없었지만 때리는 친구들이 있었고, 남의 물건을 훔치던 아이들도, 성추행도 있었다. 선생님들의 체벌과 촌지, 차별 또한 존재하던 시기였기에 대비를 이루는 한국 교육시스템, 선생님들의 교육방식에 상처 받았고 싫었다.


외국 문화를 경험하지 않은 친구들은 나와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문화적인 공감 뿐 아니라 영어를 쓰는 친구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영어를 쓰면 잘난체한다고 얘기하면서, 영어학원 숙제를 당당히 내 책상위에 올려놓고 가버리는 동급생도 있었다. “영어 잘하면서 내 숙제 안해주는건 치사하다”며.


나의 환경이 불행하다고만 생각했다. 결국 나를 헤아려줄 확률이 높은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친구들만 선택적으로 사귀었고, 오랜시간 추억에 젖어 무의미한 일상을 되풀이했던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밤마다 기도했던 기억이 있다. 나의 호시절, 과거에 대한 집착이었다.


상무님과 나의 경험은 몹시 닮아있다.



판(환경)이 달라졌다


과거에 대한 집착은 힘든 현실에 대한 도피이기도 하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판이 바뀌었다. 바뀐 판은 작동하는 원리가 다르다. 그 원리를 부정해서도 안되고 피해서도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판을 본인이 바꾸어야한다.


판이 달라져도 행동양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렇게되면 감정만 소모되고, 정신만 고갈되고 결국 시간이라는 가장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그래서 깊이 고민해봐야한다.


그 환경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그 시절이 지금 환경에서는 환상 혹은 이상이 아닌지


아니면 내가 지금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지- ?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제 보다

오늘

그리고 내일만 생각하자.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내 나이 44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