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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추구권 Sep 24. 2021

프로 면접러의 일기 - 스타트업편


원래 종사하던 업계를 떠나고 싶(었)다


아기가 어리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출근하고 싶은(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자율출근제)

현실적인 욕심과

MZ세대와 X세대 경계에 있는 “끼어있는 세대”로

안정적인 제도권이 아닌

신사업을 메인으로 하는

성장하는 업종/시장으로 전환하고 싶은 희망이 얽힌 지원이었다


대부분 원티드 Wanted를 통해서 면접을 봤고

여섯 군데에서 1차 합격 소식을 전해 들어

다섯 군데에 2차 면접을 보러 갔다

지원은 꽤 많이 해서 정확히 몇 군데를 지원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결과적으로 면접은 모두 떨어졌다


1. 플랫폼 업체 2곳
2. 핀테크 업체 1곳
3. 테크 업체 1곳
4. 게임 업체 1곳


지금 당장! (롸잇나우!!!)


플랫폼 업체 (1), 핀테크 업체, 테크 업체, 게임 업체는 모두 같은 이유 때문에 떨어졌다

찾고 있는 포지션에 나를 채용해서 지금 당장 나를 쓸 수 없었다


스타트업은 업무기술서에 적혀있는 업무뿐만 아니라 더 많은 더 다양한 일을 해내야한다. 앞의 4개 회사 중 하나는 그 회사가 필요한 팀별 업무 목록을 작성해서 내가 해봤던 업무를 모두 표시하라고 했었다 (인상적이었고 나중에 나도 써먹어야겠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나를 이미 증명해보인 오너/의사결정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의 포텐셜만으로 면접 때 면접관을 설득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근데 라이프사이클상 성숙기에 접어든 업종에서 대형/중소형사에 근무했던 나를 롸잇나우 활용할 수 없었다


내가 경험적으로 습득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점수 %는 롸잇나우가 80/100점 을 차지하는 것 같다



조직 문화 (핏fit/궁합)


컨설팅 동아리 시절 핏fit 이란 말을 참 즐겨 썼는데, 스타트업들은 진짜 이런 거 엄청 찾는다


플랫폼 업체 (2)는 최종까지 갔었는데 이 관점에서 떨어진 것 같다

 6차에 걸친 ,
1) 서류-
2) 인적성-
3) 과제-
4) 1차면접(해당팀)-
5) 2차면접(해당팀)-
6) 3차면접(컬쳐/피플팀)
으로 상당히  프로세스를 거친  떨어짐

그 회사에서 내가 나이순으로 0.01%였는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수평조직에 적응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라디오스타에서 어떤 아나운서가 자기를 상당히 재밌게 표현한 적이 있는데, “나는 아나운서들 중에서 웃기는 애지, 웃기는 애들 사이에서는 안 웃긴 편이다”라고. 내가 딱 그 포지셔닝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업종에서는 상당히 열려있고 깨어있는 편이지만

조직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생물인

스타트업 같은 조직에서는

제도권 문화에 너무 젖어있는 것처럼 보였던 게 아니었을까?


이것이 나름 좋은? 각성의 계기가 되어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나보다 한두 살은 물론 15살~20살 이상 어린

주니어들에게도 경어를 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습관인데,

참 좋은 습관을 만든 것 같다


말의 방식이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보다 해당 직무에 대한 숙련도나 이해도가 낮을지라도

인생이라는 관점에서 나보다 월등한 점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렇듯 많은 스타트업들의 핵심인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 가 20/100점 차지하는 것 같다




여기서 결론은………?

나도 가고 싶다. 스타트업.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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