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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Nov 15. 2023

데이터와 함께 일하지 않는 것.

마케터 이야기

나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퍼포먼스 마케터이다. 우리팀은 신사업부라 인력 구성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대시보드도 마케터인 내가 만들어야했다. 나는 퍼포먼스마케터니까 내가 쓴 돈이 어떻게 흘러서 어떤 성과를 이루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해야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매일 보고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광고별로 셋팅해 둔 예산에 과소진/미소진을 체크하고 간단히 구매 성과의 증감을 체크한다. 그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앱 설치, 회원 가입, 구매 매출, 유입 수 등의 지표들을 수집/정리하기 시작해서 전날 판매된 상품과 브랜드, 매체별로 구매에 기여도가 크고 작은 것은 어떤 것인지 등을 수집해서 대시보드에 데이터를 띄운다.


최근 몇 년간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것이다. 내가 일을 처음 시작했던 2017년부터 6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 않았지만 아직도 데이터없이 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게 답답해서 이 글을 시작했다. 그들에게 하고싶은 말, 



우리는 왜 데이터와 함께 일 해야할까?

반대로, 데이터 없이 일 하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내가 가장 실망했던 말이, "우리는 어떤 브랜드가 잘 팔려요?"라는 내 질문에 "그런거 없어요 ㅎㅎ"라는 대답을 받았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정말 우리가 그정도로 매출이 안좋은가 걱정이 돼서 데이터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주력인 브랜드와 상품군이 분명 있었다. 또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고객의 성별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날 판매 호조였던 상품이 '남성향 제품이라 여성 타겟에게 광고를 하기는 좀 그렇다.'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 네이버 트랜드에서 검색 추이를 보면 해당 제품은 남성보다 여성이 검색을 더 많이했다. 물론 운이 좋아서 나의 의견이 데이터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정답인 경우가 있다. 이효리 언니는 후디에 반바지를 유행시켰고 지금 그걸 노래로 부르는 것 처럼 어느정도의 '감(sens)'는 필요하지만 요즘 시대는 패션 트랜드도 철저히 데이터를 분석해서 만들어진다. 옆집언니 최실장 유튜브를 보면 그녀가 로우라이즈의 유행을 예견하기 전에 분석한 데이터를 읊어준다. 


이런 사례를 보면, 데이터는 나의 주관적인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노스페이스 패딩이 왜 이렇게 팔리는거야? 우리는 남성제품밖에 없는데."라는 말을 들었을 때 헛웃음이 나왔다. 내 입장에서는 노스페이스 패딩 남성사이즈는 여성도 많이 찾는 제품인데 많이 당연히 여성들도 많이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섣불리 주장하고 싶지 않아서 우선 pinterest에서 사진 자료를 수집했다.


출처: 핀터레스트

내 계정으로 로그인 하니 아마 여성 위주의 사진들이 검색 결과에 떴을것이다. northface nuptse jacket outfit을 검색하니 해외에 노스페이스 눕시 자켓을 입은 여성들의 사진이 나왔고 이 여성들이 입고있는 것들은 남성 사이즈 제품들도 많았다. (컬러로 구분할 수 있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나는 '여성들도 남성 사이즈로 나온 제품에 선호도가 낮지 않다.'라는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




어떤 데이터를 봐야할까?

데이터가 없이 일한다는 것은 나와 내 주변을 전체 타겟의 표본집단이라고 여기는 큰 오차를 범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데이터와 함께 일을 해야한다.


데이터는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데이터로 나눌 수 있고 정량적 데이터를 먼저 파악한 후에 정성적 데이터를 붙여서 인사이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어제 구매가 전일보다 10% 증가했을 때 '왜 증가했는가?'를 찾기 위해서 어떤 상품이 팔렸는지, 판매 된 상품 중에 전일 대비 판매가 증가한 상품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어떤 매체를 통해서 유입량이 많았는지 어떤 매체에서 구매가 많이 발생했는지, 광고비 지출 규모는 전일과 유사한지 증감이 있었는지, 회원가입이나 앱 다운로드 수도 함께 증가했는지 등을 통해서 '왜'에 대한 이유를 더욱 풍성하게 찾을 수 있다. 이 예시를 통해 내가 인사이트를 만드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예시]

과제 11/1의 구매 건수가 10/31보다 10% 증가했다.


검증

가설 1. 재구매와 첫구매 중 어떤 것이 증가했을까?

- 11/1보다 10/31에 회원가입 수가 11% 증가했다.

- 11/1보다 10/31에 앱 설치 수가 15% 증가했다.

- 11/1보다 10/31에 B브랜드의 스커트 판매량이 15% 증가했다.


가설 2. 구매 성과 증가에 영향을 준 매체는 무엇일까? (오가닉 vs. 논오가닉 검증)

- 11/1과 10/31의 광고비 지출은 동일하다.

- 11/1에 N매체를 통한 유입이 가장 많았다.

- 11/1에 N매체를 통한 구매 비중이 가장 크다.

- 10/31대비 11/1에 N매체의 구매 수, 회원가입, 앱설치가 증가했다.

- N매체에서 B브랜드의 스커트 광고의 클릭수가 증가했다.


결론

N매체에서 B브랜드의 스커트 광고를 보고 유입 된 신규 고객이 증가하면서 회원가입, 앱 설치가 증가했고 첫 구매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11/1에 구매 성과가 증가했다.


위와 같이, '구매가 증가했다.'는 하나의 데이터 꼭지점에서 그것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가설'들을 먼저 만들고 그 가설에 입증하여 데이터를 확인한다면 좀 더 촘촘하게 데이터 트리를 만들고 인사이트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가 없는 비즈니스는 성장할 수 없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인플루언서 브랜드. 그들의 주 고객은 인플루언서의 팬덤이기때문에 매출은 그들의 취향과 감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유일하게 개인의 '감'이 데이터가 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들의 비즈니스도 결국 성장하기 위해서 팬덤 외의 신규 고객이 필요해지기 시작하고, 팬이 아닌 저관여자를 모객하기 위해서는 다른 브랜드와 동일하게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신규 고객이 지속적으로 부어지지 않는다면 이탈하는 고객으로 인해서 고객의 규모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그로 인해 수익도 점점 줄어들게 되다보니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것은 어느 비즈니스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인플루언서 브랜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기존 고객들의 구매 트랜드를 바탕으로 신규 고객을 모객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거나 웹 사이트에 유입은 했으나 구매하지 않고 이탈하는 고객들이 '왜' 이탈하는지 등의 분석을 통해서 그들은 '인플루언서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일반 기업과 나란히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와 함께 일하는 것

비즈니스를 성장하게 만드는 데이터는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온라인 커머스 업계에서는 매일 매 시간과 분, 초단위로 고객이 우리 사이트에 접속하고, 무언가를 클릭하고, 회원 가입을 하거나 물건을 구매, 취소하고 반품하는 등의 '행동 데이터'를 발생시킨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데이터는 항상 쌓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데이터와 함께 일 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그래서 데이터 없이 일 하는 것은 게으르고 무능력한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 노스페이스 패딩이 많이 팔렸다고 구매한 고객이 모두 남성이라 추측만 하지 말고 

- 노스페이스 패딩을 구매한 고객의 성별 데이터를 확인

- 네이버 트랜드에서 남성과 여성의 키워드 검색량을 확인

- SNS에서 남성용 제품을 착용한 여성의 이미지 데이터를 확인

해 보고 내가 세운 '가설'이 맞았는지 검증 해 보자. 나의 가설(주관적 견해)가 틀렸다면 정확한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하여

- 노스페이스 패딩을 광고 소재로 사용하여 여성에게 보여준다. (노출량 증가)

- 노스페이스 패딩 할인 프로모션을 운영한다. (구매 유도)

등의 액션 계획까지 도출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데이터와 함께 일 하면 나의 주관적인 견해를 확실한 사실로 만들고 현 상황을 분석하여 다음 전략까지 계획할 수 있다.


그러니 데이터와 함께 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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