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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모레비 Aug 06. 2021

함께 성장하는 조직 만들기

'조직을 좀먹는 고인물 문화' 솔루션편


 작년에 직장생활의 경험을 살려 써내려갔던 '조직을 좀먹는 고인물 문화'라는 글을 통해 흥미로운 제안을 하나 받았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봐오던 HR 전문매체 HR Insight의 기고 제안을 받은 것인데요.


 '조직을 좀먹는 문화'라는 글이 조직에 팽배한 문제점에 대해 서술했다면, 이 글은 조직에 고여버린 물을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인가?에 대해 다루는 좀 더 생산적인 고민을 담았습니다.


 좋은 기회를 준 HR Insight 담당자님께 이 글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합니다. :) 하단의 내용은 2020년 HR Insight 5월호에 게재된 기고문입니다.


https://www.hrinsight.co.kr/view/view.asp?in_cate=114&in_cate2=&bi_pidx=30698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조직을 바로 세우기


 조직을 좀먹는 고인물의 대표적인 특징 몇가지를 키워드로 요약하면 ‘무관심과 권태, 자율성이 아닌 방만함, 변화를 거부하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자세’를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고인물 문화를 대하는 리더와 인사 담당자들의 행동 중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회사에 기강이 없다는 곪아 터져버린 일부 팀원들의 불만 앞에서도 애써 이를 무시하고, 대화의 주제를 돌려버리는 무관심과 외면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는 법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경미한 사고들과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이야기 한다. 조직에서 모두가 함께 한 약속이 눈 앞에서 허물어지고, 디테일에 대한 관심이 무뎌질수록 리더와 조직이 어렵게 쌓아둔 리더십과 조직문화라는 둑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조직을 바로 세우고 싶은 리더라면 상자 안에 썩은 귤 한개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면 안되는 법이다.


 조직문화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즉 수평적인 조직문화, 수직적인 조직문화 중 어느 하나가 우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본인들이 속한 산업과 업무 특성에 적합한 조직문화를 설정하는 것. 더 나아가 회사 그리고 리더와 구성원까지 모든 사람이 함께 추구하는 조직문화에 공감하고, 이를 살아있는 가치가 되도록 업무와 의사결정에 일관되게 적용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사 담당자의 관점에서 조직에 고인 물을 거둬내고, 성장의 흐름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에이미 애드먼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심리적 안전감과 업무 수행 기준을 두 축으로 하는 조직 유형 매트릭스를 제시했는데, 높은 업무 수행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을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이상적인 조직으로 소개했다. 여기서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이 업무와 관련해 그 어떤 의견을 제기해도 벌을 받거나 보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조직 환경을 뜻한다.


 이 매트릭스가 흥미로운 이유는 앞선 기고문에서 공유했던 몰입과 실력의 함수관계 매트릭스와 업무 수행 기준(=난이도)이라는 유사한 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자칫 몰입을 유도한다며 높은 업무 목표와 성과만을 강조하다가 두려움이 만연한 조직(Anxiety Zone)으로 몰아가는 실수를 범하곤 하는데 이때 심리적 안전감을 높여줌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참고한다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조직을 바로 세우는 방법을 아래 두 단계로 그려볼 수 있다.

 

 1.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변화 욕구를 파악해 이에 걸맞는 업무와 역할을 제시하고, 조직 내에서의 경력개발 적극 지원

2. 도전적인 목표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결과와 과정 모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환경 구축

 

 인사담당자는 구성원들을 각성, 몰입, 자신감의 영역으로 이끌기 위해 HRM과 HRD의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변화와 도전을 장려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면서도 구성원 서로가 믿고 배우며 성장하는 문화를 조직에 심어야 하는 것이다.

 


HR 솔루션 1.

새로운 경험과 배움의 문을 열어 두기


 조직 전체의 성장보다 보신을 중시하는 조직장들의 공통점은 조직 내 인사이동을 극도로 꺼려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단기적 성과와 안정을 위해 현재 각 영역의 담당자들을 고정값으로 바라본다. 회사가 두쪽 나지 않는 이상 그들은 조직에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간혹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용기 있게 직무 변경을 희망하는 팀원에게 조차 "때가 되면 옮겨주겠다."라는 말로 잠정적 연기를 반복한다.


"시스템과 제도가 리더와 구성원의 행동을 바꾼다."


 HR의 역할은 제도와 시스템의 힘으로 조직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경로를 활짝 열어 주는 것이다. 능력있는 직원들이 잘못된 리더십에 억눌려 회사를 떠나기 전에 전문성 개발을 위한 커리어 패스를 회사에서 설계할 수 있을 때 그들의 경험은 조직에 축적되고, 자산이 된다. 동시에 조직에 맑은 정신이 흐르고 생기가 돈다. 회사와 리더가 나의 경력 개발에 도움을 준다라는 믿음을 갖는 것은 조직에 대한 신뢰 그리고 자부심과 직결된다. 따라서 조직 내 직무 순환 제도, 사내 채용, TF 조직, Generalist/Expert 2 Track 제도 등 직원들의 CDP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연한 인력/조직 운영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고인물 조직을 벗어나게 만드는 효과적인 조직개발 방법이 될 것이다.



HR 솔루션 2.

결과만 통보하지 말고, 과정을 함께하도록


 매년 성과평가 기간이 종료되면 퇴사율이 솟구친다. 주된 이유는 1년 동안의 노력과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알파벳 단어 하나로 자신을 평가하는 리더와 조직 전체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다. 특히나 상대평가 제도 아래 구성원마다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에 제각기 설정된 평가 기준과 목표가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고, 성과 등급별 배분률은 고정되어 있어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인원에게도 울며 겨자먹기로 낮은 평가등급을 줘야 하는 허점도 존재한다.


 평가제도 진행 프로세스에 따라 설계된 평가권자 대상 교육은 전반적인 평가제도의 운영 수준을 끌어올려 공정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필자가 속한 회사에서는 성과관리 프로세스에 맞춰 목표 수립, 중간 평가 면담, 최종 평가 면담 등 전 과정에서 필요한 리더의 올바른 관점과 커뮤니케이션 기법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행했다. 교육은 성과평가제도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제도 세팅의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회사와 업의 특성에 맞게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피드백 루프를 만든다.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도입할때 만큼이나 운영 과정에도 정성스럽게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상대 평가제도를 없애는 다소 과감한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사내 경쟁을 조장하는 상대평가 방식을 과감히 없앤 것은 Microsoft의 부활을 이끈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들은 직원들에게 '더 이상 등급은 없다'라고 과감히 선언했고, 협업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질적 평가 제도를 안착시켰다. CEO 사티아 나델라는 평가의 요소 중 동료와의 관계를 포함시켜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단기성과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조직을 변모시켰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예측과 관리가 어려운 연단위 성과관리제도 보다는 가슴 뛰는 목표와 CFR(Communication, Feedback, Recognition)이라는 3요소로 도전을 촉진하는 OKR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HR 솔루션 3.

학습된 무기력을 없애고,

실패를 통해서도 성장하는 문화로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간다."


 조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후배들의 일할 의욕까지 꺾어버리는 에너지 뱀파이어 선배들이 자주 던지던 말이다. 허나 그들의 역사에도 패기 넘치는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존재했으리라. 그들을 뱀파이어로 만든 주범은 잘못된 리더십 또는 경직된 조직구조인 경우가 많다. 도전적인 업무를 맡아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자 실패자로 낙인찍어버리거나, 성과평가 과정에서 불이익이 반복된다면 제 아무리 열정이 넘치는 인재일지라도 변화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실패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업무는 기피하게 될 것이다.


 성숙한 리더와 조직이라면 용기있는 도전이 낳은 실패를 사람의 문제로 결론짓지 않는다. 그들은 도전의 과정이 새로운 길을 여는 위대한 첫 발걸음이었는지 재조명한다. 담당자에 대한 책임을 묻기 전에 어떤 시스템과 조직의 구조가 실패에 영향을 줬는지 먼저 살핀다. 이를 위해 실패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과정을 철저히 리뷰한다. 이때 HR 담당자는 이런 소중한 자리가 빛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사적으로 넓게 퍼져나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야한다. 발표의 시간은 담당자를 질타하는 자리가 아닌 모두의 성장을 위한 배움이 자리다. 그 자체가 직원 교육인 것이다.



HR 솔루션 4.

주변 동료를 최고의 성장 파트너로


 "최고의 동료가 최고의 복지다."라는 넷플릭스의 인사철학을 바라보자. 또 각 분야 최고의 직원이 곧 최고의 강사라는 인식으로 사내 전문가를 발굴하고, 이를 교육에 적극 활용하는 구글의 사례는 어떤가? 리더 홀로 평가와 피드백, 육성까지 모든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조직은 무책임하다. 조직에 모인 모두가 서로를 통해 배우고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고인물 문화를 벗어나는 가장 생산적인 방법이다.


 다면평가제도 혹은 직원 간 피드백을 활성화하는 것은 조직에 건전한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리더십 평가 시 다면평가 방식을 도입해 리더를 평가권자인 동시에 피평가자로 만들어준다면 리더들은 제도의 존재 자체 만으로도 행동 개선의 노력을 시작한다. 이때 HR의 역할은 평가에 대한 리더의 거부감과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면평가 결과를 리더십 개선을 위한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외부 전문가를 통한 코칭 세션을 지속적으로 마련한다면 성장에 초점을 맞춘 피드백 방식이 정착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구성원 간의 다면평가 방식을 도입했을 때에도 발전적 피드백이 오고 갈 수 있다. 각자의 업무 주요 목표와 분기별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서로 지속적인 자극을 받도록 하고, 함께 협업하는 과정에서 좋았던 점,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도록 해 건전한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다. Microsoft의 HR 담당 임원인 Kristen Roby Dimlow는 2018년부터 전통적인 피드백 방식을 관점(Perspectives) 시스템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평가처럼 느껴지는 피드백이라는 표현을 대체하는 관점 시스템은 피드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거둬내고, 동료들로부터 건설적인 의견을 수렴하며 함께 관점을 나누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 물의 흐름이 멈춘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과 리더는 자신들의 예측 범위를 벗어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이런 유형의 조직과 리더는 고인물을 바라봐야 마음이 평온해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업무만을 추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새로운 도전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작은 실패들조차 무작정 질타한다. 그렇게 조직과 리더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하려는 씨앗을 거두고, 잘라버리는 것이다.


 고이지 않았다는 것은 곧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흐름이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은 바로 조직 전체를 지배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이다. 우리의 사업과 서비스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내부 의사 결정권자가 아닌 오직 고객을 위한 가치만을 바라보는 집요함,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조직 차원에서 장려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설계해야만 한다. 변화가 없는 개인과 조직은 성장을 멈추고 고인물이 되어 썩어간다.


 생태계가 무너져버린 하천을 단 시간에 회복시키려고 대규모 공사를 하더라도 떠나갔던 생명들이 다시 자리를 잡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직에서 힘주어 세팅한 제도와 시스템 또한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 숨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 담당자는 우리 조직이 제자리걸음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큼이나 조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세심하게 다듬고 또 다듬어 가야 한다. 올바른 시스템과 제도 위에서 일관성 있는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조직 전체가 변하는 진짜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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