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희종 Nov 09. 2022

첫째와 둘째의 첫 만남

Feat. 딸기 케이크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첫째에게 둘째는 남편이 첩을 데리고 오는 것만큼의 충격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접했고, 둘째를 향한 질투에 첫째가 탈모가 오거나, 불안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단순히 그저 어쩔 수 없이 겪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정도가 심하게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알아보니 첫째가 둘째를 만나는 첫 순간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거나, 미리 아이에게 동생을 데리고 와도 되냐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하거나, 심지어 동생이 주는 선물이라고, 첫째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원체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고, 나 역시도 절대 쿨 할 수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공감은 갔지만,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나는 아내와 상의를 하며, 우선 많은 사람들이 하는 방법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출산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아이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우리 가족의 구성원이 늘어난다는 부분을 계속 알려주려고 했다.


"동생이 태어나도 아빠가 우리 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 돼!"


나는 지속적으로 아이는 너무 어려서 우리가 함께 돌봐주어야 하며, 엄마나 아빠가 안아줄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말해주었고, 동생이 생겨서 엄마, 아빠의 사랑이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두배가 되는 것이라는 말을 계속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동생이 태어났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에서는 면회가 모두 금지되어 있어서, 첫째는 엄마 뱃속에서 나온 동생을 동영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2일 조리원에서 10일이 지나고 나서 드디어 첫째와 둘째가 처음 만나는 순간이 왔다.


조리원 퇴소일이 평일인 관계로, 나는 회사에 연차를 내서 첫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후에 조리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둘째를 집에 데리고 와서 정리를 한 후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첫째를 데리러 갔다. 이유는 함께 케이크를 사기 위해서였다.


"오늘 집에 가면 동생이 와있을 거야. 우리 환영 파티할까?"


"응! 좋아!"


"그럼 케이크는 우리 딸이 고를까?"


"딸기 케이크!"


그렇게 첫째와 나는 카페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를 골랐고, 함께 집으로 왔다. 아이는 우리의 걱정과는 다르게 엄마 품에 안겨 있는 동생의 모습에 특별한 반응을 하지는 않았고, 그저 달려가서 이쁘다고 만져보고, 뽀뽀를 해주었다. 그리고 함께 저녁을 먹고 환영파티를 했다.


"언니 축하합니다~ 언니 축하합니다."


환영파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하나는 아이가 진짜 언니가 되었다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동생이 이제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살게 되는 것을 환영하는 의미라는 것이라고.


아이는 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에 신난 것 같기도 했지만, 우선 우리가 우려하던 남편이 첩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 같은 충격은 받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아이가 질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섣부른 판단일 것이다. 이제 동생을 만나지 겨우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있고,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는 신생아인 동생이지만, 그 동생이 커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정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이 와도 나는 한 가지 원칙을 가지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아빠의 사랑이 둘로 나눠진 것이 아니라, 아빠의 사랑이 두배가 된 거야.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아빠가 사랑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돼!"


하나의 아이와 함께 사는 것도 보통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아이가 더 생긴다는 것은 정말 훨씬 큰 일일 수 있다. 특히, 나의 경우는 늦둥이 막내로 태어나서 아주 어릴 적부터 당연히 남매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내의 경우 장녀이다 보니, 첫째로서 동생이 생겼을 때 느꼈던 감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걱정이 태산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훨씬 더 행복해질 것 같다는 것이다. 눈을 뜨자마자 동생에게 달려가서 뽀뽀를 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런 아이의 행동이 언제 달라질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인생을 살아가며 서로에게 부모만큼이나 든든한 존재가 될 거라는 거, 그리고 부모보다 더 오래 함께 있어줄 가족이 생긴 거라는 거. 이 부분만큼은 확실한 것이니 말이다.


이제 완전체를 이룬 우리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할 일만 남았다. 비록 내 어깨의 부담은 배가 되었지만, 그 이상 행복할 딸 등신 아빠의 시즌2도 이제 시작이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가 엄마가 되는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