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희종 Nov 14. 2022

외계+인 후기- 뻔한 거 쉬운 거 아냐

난 충분히 재미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감독들이 있다. 한때는 그들의 작품 일정을 체크하며 기다렸고,제일 먼저 달려가 보곤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그런 일들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화를 부산 출장길 SRT안에서 작은 휴대폰으로 봤다.


외계+인 1부


개봉 시점부터 논란이 많았다.


너무 산으로 가는 이야기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욕심을 냈다.


너무 익숙한 것들의 짜깁기다.


그래서 뻔하다.


그런데 그 모든 평을 듣고 봤는데, 재미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최동훈 감독은 봉준호나 박찬욱이 아니다. 의미를 부여하고, 미장센을 생각하거나, 예술성을 논하지 않는다. 그는 철저히 이야기꾼이고, 관객의 즐거움을 노린다. 그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기억이 난다.


"난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면서 시계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말이 그의 목표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영화는 육아에 잠이 부족한 나를 똘망똘망하게 해 줬고,동탄에서 부산까지 순식간에 도착한 것 같은 착각을 주었다. 그가 만들어 낸 이야기와 세계관, 캐릭터들이 다소, 어수선하거나 진부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냥 재미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은 내 소설을 읽고,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라 평을 해주신 독자들에게 전하는 소심한 변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이 영화 안에 담긴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얼마나 잘 짜인 것인지 말하고 싶은 것이다.


복잡한 이야기지만, 어렵지 않고.

한국에서 처음 도전하는 장르지만 어색하지 않다.

2부가 있으니, 충분히 더 기대할 부분이  있고,

전체적으로 속도감이나 몰입도가 좋았다.


혹평도 많지만,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 정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그는 아직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현역 감독이고,

어쩌면 2부에서, 혹은 그다음 작품에서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저 좋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의 신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