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평범합니다.
세 번째 장편 소설을 출간한 평범한 아빠
2020년 이맘때,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딸아이의 존재가 너무 찬란해서 15년 만에 다시 글이란 걸 쓰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육아에세이는 어쩌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기 시작해서 나에게 브런치 작가라는 든든한 타이틀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해 말. 나는 농담처럼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거실소파 앞에 쭈그려 앉아, 휴대폰으로 써서 아내의 카톡으로 보냈던, [타운하운스]의 프롤로그.
그 글이 그다음 해에 내 첫 소설책이 되었고, 그렇게 나의 소설 쓰기가 시작되었다. 습작 한번 없이 시작된 무식한 도전. 과거에 끄적이던 희곡과 시나리오 작법에 의지해 겁 없이 써 내려가던 이야기들은 책이 되어 서점에, 도서관에, 그리고 우리 집 거실에 꽂히게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처갓댁의 이야기였다. 유독 당근마켓거래를 잘하던 동서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추리소설이 시작되었다. 익숙한 배경에 상상력이 더해져서 생활밀착형 추리소설이 완성되었고, 완결도 되기 전에 계약을 하게 되는 영광도 누렸다. [감귤마켓셜록]은 첨으로 작가로 독자들을 만나는 자리도 경험하게 해 주었고, 나눔 도서로 선정되어 나름 자신감도 갖게 해 주었다. 심지어 아주 짧지만, 밀리의 서재에서 소설분야 1등도 해봤다.
하지만, 난 여전히 평범했다. [타운하우스]의 준호가 아무리 톱스타였던 하준과 친해져도 여전히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것처럼. [감귤마켓셜록]에서 선록이 아무리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을 풀어낸다 해도 결국은 과수원집 큰사위인 것처럼. 나는 여전히 아침마다 출근길에 나서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두 딸을 열심히 육아하는 딸바보 아빠다.
그래서 오늘 밀리의 서재에 오픈된 내 세 번째 장편소설[더비하인드]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더라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가라는 나의 부캐가 의미가 있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어서이다. 나의 꿈은 40대가 되어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나지 않았다고. 아직도 내 삶을, 내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쓸 생각이다. 그래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소설가로 살아갈 듯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허무맹랑한 상상을 한다. 내가 쓴 이야기들이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돼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정말 소설 같은 상상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