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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욱이 Jun 30. 2023

오늘은 뿔소라 먹는 날?

2021.05.30



때는 바야흐로 200만년 전도 아닌 며칠 전이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줄은 몰랐다. 앞으로 벌어질 비린내의 고난이 스멀스멀 다가왔다.

봄의 끝자락이지만 아직 곳곳에는 화려한 꽃이 기다렸다. 나를 위해 묵묵부답 기다려주는 색시에게 달려갔다. 오메~ 다시 만난 기쁨에 미소가 빙글빙글 생긴다. 그때까지는…


꿀벌 한마리 찾아오지 않는 꽃밭엔, 손에 휴대폰을 들고 팔,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움직이는 사람만 꼬인다. 쉴 세 없이 지나가는 자동차의 횡포가 다소 불편하다. 멀찌감치 주차하고 오면 안될까?.꼭 이렇게 꽃밭 앞에 매연을 토해놔야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기적인 인간들 조금 더 편하자고 100m를 걷지 못한다. 그들에게 들리지도 않을 악담을 쏘아댄다.

“쏘다니다가 타이어 바람이나 빠져라.”


수국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핀다는 소릴 들었다. 저쪽은 찐보라, 저쪽은 핫핑크 또 이쪽은 오묘한 색깔이 군중을 이뤘다. 이렇게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건 오로지 동네 할머니 한 분이 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국은 짧은 시간에 자라지만 여기만큼은 다르다 수국이 이렇게 모양을 갖추기 위해서 많은 시긴이 필요하다. 할머니의 마음이 꽃보다 곱게 피웠다는 생각이 든다. 막무가내로 자동차를 몰고 진입하는 그대들이여 할머니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그냥 자기 좋은 것 밖에 모르겠지. 왠지 씁쓸하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을 할 시간이다. 오후 1시 15분. 20분 뒤 751-2번 버스가 출발이다. 타자가 휘두를 방망이의 짜릿한 떨림처럼 벌써 심장이 긴장된다. “후덜덜~”

버스를 타고 난 후 35분이 지났다. 목적지가 코앞이다. 마지막 쓰리 홈런을 날릴 수 있을까. 버스에서 내려 900m가량 도보로 이동이다. 8분, 9분이 지나도 좀처럼 꽃의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져 온다. 그럴수록 더욱 더 눈동자는 바삐 움직였고 보물 찾기에 빠졌다.


쓰리 아웃이다. 주변을 샅샅히 훑어보지만 마땅히 손 뻗을 곳이 없다. 아슬하게 슬라이드를 펼쳐봐도 마음은 무너지고 만다. 시간에 변화에 어쩔 수 없음을 깨닫는다. 포기라는 단어를 꺼내야 할 시간이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다. 태양은 고개를 빠릿하게 쳐들고 조롱하는 듯 밝게 웃는다. 쓰리 아웃에 넉다운까지 당한다.


뱡향을 틀어 바다가로 발길을 돌렸다. 우씨~ “나 잡숴” 하며 기다리고 있는 풍경에 젖어든다. 수국은 진수성찬을 차려주기 위한 연습이었다. 넙죽 받아 먹기 시작하며 골라 먹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이것은 시작의 불과하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50m 거리를 왔다갔다 거리며 입맛에 맞는 반찬을 하나하나씩 콕 찍어 먹는다. 집으로 돌아가 펼쳐놓은 것을 생각하니 여자친구를 만난 듯 콩닥콩닥 심장이 널을 뛴다. 앞으로 가야 하는데 몸은 반사적이다. 여길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날까 맴돌다 돌사이에 낀 눈에 익은 뭔가가 있다. 아직 몸짐은 작지만 뿔소라다. 하나를 줍고 나니 바로 옆에 또 하나가 보인다. 주변을 잠깐 돌았을 분인데 잠깐사이 5마리나 잡았다. 뿔소라 텃밭쯤 되나보다. 노다지를 맞났다. 눈은 돌틈에 끼어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진짜배기 진수성찬에 입안은 침이 고였다. 손을 가득채운 뿔소라. 담을 곳이 마땅찮아 난감할 때쯤 구세주가 나타났다. 바다를 휩쓸고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건내 온 비닐 봉다리 한장.  이제는 대충 대충 바닥만 볼 상황이 아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레이저를 쏘았다. 벌써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는 뒷방의 늙은이가 된지 30분이 지났다.

비닐 봉다리 어느새 가득찬 비닐 봉다리에 손목이 저려온다. “한 마리만 더 잡을까.”


조선시대 일거다. 제주도는 탐라라는 하나의 독립 된 나라였다. 그랬기에 큰 나라에 조공을 바쳐야 하는 신세다. 그때 올렸던 상품중에 뿔소라 있었다 한다. 뿔소라 그만큼 맛 좋고 귀한 음식임이 분명하다. 그런 생각이 드니 욕심은 욕심을 더했고 눈은 계속 바위틈만 살폈다. 어디 없나? 어쩌면 주먹만한 뿔소라를 잡을지도 모른다. 대박 사건이다. 전뿔소라를 놓고 가장 큰 녀석을 손에 넣었다. 욕심을 부린 게 최악이 아닌 행운으로 바뀌었다. 주된 목적은 잊어버렸지만, 오늘 저녁 만큼은 뿔소라로 폭식은 아니더라도 보양식은 되겠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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