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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로 Oct 28. 2024

남의 집 잔치

24/30


기아 타이거즈가 2024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채널을 돌리던 나는 5:6이라는 스코어를 보자마자 우승 장면을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눈치챘겠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은 기아도 삼성도 아니다. '응원' 운운하는 것도 멋쩍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입덕해서 몇 년 동안 야구장을 제집처럼 드나들다가 취업이니 뭐니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기 때문이다. 입덕 첫해 같은 팀을 응원하는 동기와 학교 앞 막걸리 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남의 집 잔치를 구경한 기억이 난다. 그때도 우승 팀은 기아였다.


남의 집 잔치도 잔치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한국시리즈를 즐기는 팬들,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자마자 마운드로 뛰쳐나가는 선수들, 준비해 두었던 폭죽을 쏘아 올리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 어린 희열은 제삼자인 나까지 설레게 한다. '우리 팀은 언제쯤 우승할까' 하는 생각을 썼다 지운다. 오늘 잔치의 주인공은 따로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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