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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Feb 02. 2020

직장인 여행자-(8)쌀요리의 천국, 하노이

쌀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요리가 존재하는 곳

몇 년 전부터 한국에는 에머이, 분짜라임, 포메인 등과 같은 베트남 음식점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어. 베트남 음식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음식이 기름기가 없고 담백해 건강식으로 즐기기 좋기 때문일 거야. 실제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인, 쌀국수, 월남쌈, 분짜, 반미 등을 떠올려보면 모두 신선하고 담백한 음식이야.

이런 베트남 음식의 특징이, 한국의 웰빙 열풍과 잘 맞아떨어진 거지.

베트남 음식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음식 대부분이, 아니 거의 전부가 쌀로 만들어졌다는 거야. 이런 특징이 생겨난 원인은 베트남 기후의 영향이 가장 커. 베트남은 강수량이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아, 논농사를 짓기에 최상의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일 년에 최대 삼모작이 가능하대. 그래서 쌀이 풍부한 만큼, 쌀로 만든 요리가 함께 발전하게 된 거야.

베트남 음식은 중국, 태국 음식과 함께 아시아 3대 음식으로도 꼽히고 있어. 거의 모든 재료를 구할 수 있는 베트남의 지리적인 여건 덕분에, 베트남의 요리는 전통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 발전했어. 프랑스의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아시아의 식 문화와 유럽의 식 문화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이 먹어도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 맞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저렴한 물가 덕분에 베트남은 식도락 여행을 떠나기엔 최고의 나라야.

[쌀국수]

베트남의 쌀 음식 중, 가장 유명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쌀국수지. 배트남하면 제일 먼저 쌀국수가 떠오를 정도로 두 단어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쌀국수는 약 100년 전, 베트남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고기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었던 방식이 시초가 되어 만들어졌어. 과거 노동자들이 간단하고 빠르게 한 끼를 때우기 위해 만든 그 음식이, 이제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거야.

나도 하노이 여행하면서 하루에 한 번은 꼭 쌀국수를 먹었는데, 가게마다 쌀국수 스타일이 다 달랐어.

1. 분보남보 쌀국수

새파란 간판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집은 한국에서도 엄청 유명한 쌀국수 집이야. 이 쌀국수 가게가 더 유명해진 데는 ‘짠내투어’라는 여행 프로그램의 영향이 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거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야. 한국인이 많이 가는 음식점을 일부로 피하는 여행자도 많지만, 난 그만큼 그 음식점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굳이 그런 음식점들을 피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아. 그런 곳을 가면 평타 이상은 치니까.

하노이 로컬 식당 대부분이, 야외 길거리 욕실 의자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먹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널찍한 실내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곳에서 쾌적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

이 집은 대표 메뉴는 비빔 쌀국수야. 쌀국수 위에 올라가 있는 고명들을 보면 무, 당근, 숙주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음식들이야. 좀 특이한 게 있다면 이곳은 쌀국수 위에 마늘 후레이크, 땅콩 가루가 올려져 있다는 거야. 보통 쌀국수를 떠올리면 따뜻한 국물과 소고기 고명이 올려진 모습이 연상돼서, 처음 이 쌀국수를 봤을 땐 이게 쌀국수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왜냐하면 일반적인 쌀국수와 다르게 국물이 전혀 없어 보였거든.

그런데 쌀국수를 비비다 보면 접시 안쪽에 강한 액젓 맛의 소스가 들어있는 걸 발견할 수 있어. 그 소스에 비벼먹다 보면 은근 촉촉하게 면이 잘 비벼져서, 빡빡하지 않게 부드럽게 쌀국수를 즐길 수 있어. 상큼하고 약간 달달한 맛도 나면서 뒷맛은 깔끔한 이 소스는 느억맘이야. 느억맘은 생선을 발효시킨 소스인데, 모든 베트남 음식의 기본이 되는 소스로 우리나라로 치면 멸치액젓과 비슷한 종류라고 생각하면 돼.

한 젓가락 먹었을 때 느껴지는 후레이크와 땅콩의 고소함, 신선한 야채의 아삭한 식감. 그리고 면은 약간 소면 같아서 먹을 때 이게 쌀국수 면인가 소면인가 헷갈렸어. 양이 많았지만, 남김없이 한 그릇을 뚝딱 다 비웠어. 푸짐한 소고기까지 올려져 있는 이 쌀국수를 단돈 3천 원에 즐길 수 있다니, 역시 베트남의 물가는 사랑스러워.

2. 길거리 쌀국수

하노이에서 처음 맞는 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눈이 떠졌어.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호텔 밖으로 나왔는데 그 앞에 쌀국수를 파는 가게가 열려있더라고. 분명 어제저녁에는 없었는데 아침에만 여는 가게였나 봐. 몇몇의 현지인들이 거리에 앉아 쌀국수를 먹고 있었는데 정말 맛있어 보였어.

평소 같으면 쉽사리 먹을 용기를 못 냈겠지만, 쌀쌀한 아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국수가 그 순간에는 정말 먹고 싶더라고. 당연히 영어로 된 메뉴는 없었고, 베트남어로 된 메뉴 판만 가게 앞에 놓여있었어.

주인아저씨에게 다가가 쌀국수가 있는 사진을 보여줬어. 사진을 보여주자 아저씨는 베트남어로 무언가를 물어보는 듯했는데, 나로서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도리가 없었어. 지금 생각해보니까 닭고기를 넣을지 소고기를 넣을지를 물어봤던 거 같아. 내가 계속 알아듣지 못하자, 주인아저씨는 가서 앉아 있으라는 손짓을 했어.

어떤 쌀국수가 나올지 알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아 쌀국수를 기다렸어.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그런 곳에 유일한 관광객으로 앉아 있으니, 내가 여행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에 괜스레 뿌듯해졌어. 현지인들만 아는 비밀스러운 맛집에서 먹는 쌀국수라니. 겨우 베트남에 온 지 만 하루도 안됐지만, 현지인이 된 느낌이야.

잠시 뒤, 주인아저씨가 쌀국수를 가져다줬어. 허름한 길거리에 있는 식당이 진짜 숨은 맛집 이란 말을 떠올리며, 나온 쌀국수를 한입 먹었어. 와, 그런데 진짜 맛있었어. 정말 한국에 있는 베트남 식당에서 파는 쌀국수와는 다른 깊이가 있어. 국물은 담백했고 고기도 큼직큼직하게 썰어져 있었어. 또 미쳐 고수를 빼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수도 들어있지 않아 더욱 완벽했어.

갑작스럽게 결정한 길거리 쌀국수는 내 입맛에 딱 들어맞았어. 아마 현지인들만 아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는 자부심이 쌀국수를 더욱 맛있게 맛들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쌀국수는 맛있었고, 맛있는 아침 덕에 왠지 오늘 하루 좋을 일만 있을 것 같다는 예감도 들었어.

나중에 하노이에 오면 여기 쌀국수도 꼭 한번 먹어보자. 여긴 그 어떤 블로그에서도 찾지 못하는, 정말 숨겨진 맛집이야. 이 맛을 너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어. 다음에 같이 오면 나만 아는 맛집이라고 잘난척하며, 이 집을 너에게 소개해줄게.

[분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분짜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음식이었어. 나도 에머이에서 먹어보기 전까진 분짜 라는 음식을 들어본 적이 없어. 분짜는 마치 냉면에 고기를 싸 먹는 것과 비슷하게 쌀국수 면과 고기를 새콤한 국물에 찍어서 먹는 음식이야. 그래서 분짜의 '분'은 쌀국수를 '짜'는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의미하고 있어. 보통 고기는 숯불에 구워낸 돼지고기를, 국물은 느억맘 소스를 기본으로 한 차가운 육수를 사용해. 특히 분짜의 경우

베트남 지역에서도 하노이가 있는 북부를 대표하는 음식이라 더 기대가 됐어.

분짜를 먹기 위해 내가 찾은 집은 흐엉리엔 이야. 이 가게는 관광지와 다소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맛집이야. 이 가게가 더욱 유명해진 데는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의 방문이 영향이 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가게의 이름을 기억하는 대신 오바마 분짜 라고 부르고 있으니까.

가게에 들어가면 오바마 대통령 사진이 벽마다 붙어있어. 그리고 2층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 사용했던 용기들이 투병한 장식장 안에 전시되어 있어. 이 가게는 정말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으로 인해 엄청난 관광지가 되어 버렸어.

메뉴 판에도 오바마 콤보라는 메뉴가 있는데, 이 메뉴는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해서 먹었던 음식들을 세트로 묶어 놓은 거야. 분짜, 스프링롤, 맥주를 묶어서 파는 구성인데 가격이 채 4,500원도 하지 않아. 난 맥주를 제외하고 분짜와 스프링롤을 주문했어. 분짜를 먹은 후, 맥주 거리에 갈 예정이라 이곳에선 맥주를 마시지 않기로 했어.

잠시 뒤 직원이 주문한 음식과 함께 물티슈를 가져다줬어. 블로그에서 미리 봤는데 가져다주는 물티슈를 사용하면 물티슈 값을 따로 지불해야 된데.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왠지 사용하기가 꺼려져. 물티슈, 물, 밑반찬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하는 한국에서 살아서 그런지, 돈을 내고 물티슈를 사용하는 문화는 조금 어색해.

분짜는 정말 먹음직스러웠어. 특이하게 분짜를 주문하면 고기가 담긴 국물, 면, 채소가 각각 다른 그릇에 담겨 서빙이 돼. 각자 기호에 맞게 야채와 면을 국물에 담가 먹는 방식이야. 접시에 나온 면은 면끼리 찰싹 달라붙어 이게 떡이 된 건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국물에 넣으면 자연스럽게 풀어져서 먹기 좋게 변해. 분짜의 국물은 짭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야. 국물만 단독으로 먹으면 짠맛이 강하지만, 면을 푹 담가 먹으면 간이 딱 맞아. 이 곳도 역시 느억맘이 기본 소스로 사용돼.

같이 나온 스프링롤은 한국에서 먹던 그 스프링롤과는 크기가 달라. 통통한 김밥보다 더 큰 두께에, 그 안에는 고기와 새우, 그리고 버섯이 등이 속을 꽉 채우고 있어. 페스츄리처럼 바삭한 표면과 부드러운 속살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식감은 정말 일품이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 속담과 달리 이 집의 분짜와 스프링롤은 정말 맛있었어.

[반쎄오]

반쎄오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었어. 그래서 하노이에 가면 무엇보다 반쎄오는 꼭 먹고 와야겠다고 결심했어.

하노이에서 반쎄오를 먹기 위해 어디를 갈까 찾아보다, 신서유기, 짠내투어에 나온 꽌안응온 이란 음식점을 발견했어. 신서유기의 출연자들은 꽌안응온 반쎄오를 먹어보더니 맛의 오케스트라라고까지 표현을 하더라고.

가게 안은 밖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넓었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어. 내부에는 구석구석마다 오픈 키친 형태의 주방이 있었는데, 각 주방마다 만드는 음식이 달랐어. 한 주방은 월남쌈을 만들고, 다른 주방은 쌀국수를 만드는 식의 구성이었어. 그만큼 가게의 규모가 엄청났고 이곳에서 파는 음식의 종류도 정말 다양해.

실제로 메뉴판을 보면 거의 한 권의 책처럼 보여. 마치 베트남에 존재하는 모든 베트남 음식을 팔고 있는 것 같아.

반쎄오는 이미 주문하기로 결정했고 추가로 스프링롤과 볶음밥을 주문했어. 분명 다 못 먹을 걸 알지만, 여행을 오면 평소에 없는 식탐을 부리게 돼.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와보겠어 하는 생각 때문에 말이야. 만약 너와 같이 왔으면 이것보다 더 다양한 음식들을 주문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며, 네가 더 그리워졌어.

가게가 워낙 넓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정성스럽게 스프링롤을 마는 요리사, 다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가족들. 그리고 내 앞 테이블의 어떤 여자도 혼자 앉아 맥주와 반쎄오를 먹고 있었어. 옷 입은 모습을 보니 딱 봐도 한국 사람인 거 같더라. 정말 신기하게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10명에 9명은 딱 알아볼 수 있어. 일본인, 중국인과 달리 한국인만이 가진 어떤 느낌이 있어.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시선이 갔는데 역시 한국인이 맞았어. 가방에서 도시락이라고 써져 있는 포켓 와이파이를 꺼내는 걸 봤거든.)

잠시 뒤, 종업원이 주문한 반쎄오를 가져다줬어. 음식을 만드는 주방이 각각 다르다 보니 먼저 나오는 순서대로 하나하나 음식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이야. 음식이 나오면 서빙하는 사람이 직접 반쎄오를 먹기 좋게 잘라줘. 그럼 그 조각을 라이스 페이퍼에 싸서 먹는 방식이야.

베트남 식 부침개인 반쎄오는 쌀가루 반죽을 프라이팬에 얇게 튀겨, 야채, 해산물, 고기 등을 넣어 만드는 음식이야. 실제 나온 음식을 보면 계란부침이랑 비슷하게 생겼어. 반죽의 색이 노란색이라 처음에 쌀가루가 아닌 계란을 사용해 만드는 줄 알았는데, 노란빛이 나는 이유는 계란이 아닌, 강황 가루를 사용했기 때문이래.

베트남에 오기 전부터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어. 내 입맛에는 담백하게 먹는 월남쌈이 더 맞았어. 그래도 베트남에 왔다면, 한번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오히려 싸이드로 시킨 스프링롤이 너 맛있었어. 탱탱한 새우와 얇은 피가 만드는 식감이 아주 절묘하게 어울렸어.

[반미]

반미는 바게트 빵을 반으로 잘라 그 안에 채소, 고기 등의 속 재료를 넣어 먹는 베트남식 샌드위치야. 일반 바게트 샌드위치랑 크게 차이가 없지만, 바게트 빵이 밀이 아닌 쌀로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반미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추정되고 있어. 프랑스식의 바게트가 베트남 식재료를 만나 탄생한 음식인 거지.

사실 반미는 베트남에 오면, 꼭 먹어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음식은 아니었어. 그런데 베트남 길거리마다, 반미를 팔고 있는 걸보고 도대체 어떤 맛이 길래 베트남 사람들의 주요 간식이 되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어. 그리고 때마침, 성 요셉 성당을 보고 나왔는데, 바로 앞에 반미 가게가 있는 거야. 사전에 미리 알아본 곳은 아니지만, 반미가 어떤 맛일까 라는 궁금증으로 가게로 들어갔어.

음식점 내부는 마치 서브웨이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었어. 길거리에서 반미를 사 먹기는 좀 망설여졌는데 이곳의 인테리어 덕분에 망설이지 않고 들어올 수 있었어. 벽 면에 붙어있는 여러 가지 메뉴 중, 가장 인기가 많다는 반미를 골랐어. 돼지고기가 들어있는 종류였는데 사진으로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어. 주문을 하면 그 즉시 빵을 자르고 데워, 그 안에 속 재료 들을 하나하나 넣어줘. 이런 시스템도 서브웨이랑 비슷하더라고.

주문을 하고 카운터 앞에 서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자꾸 직원이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야. 이 날은 화장도 하지 않고 안경을 쓰고 나온 날이었거든. 내가 너무 초췌해 보여 쳐다보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자, 민망해서 시선을 옆으로 돌렸어.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나를 살짝살짝 쳐다보는 행동을 계속하는 거야. 외국인이 가게를 방문하는 게 드문 일이어서 자꾸 쳐다보는 건가 보다 하고, 그녀의 시선을 인정하고 그냥 반미가 나오길 기다렸어.

메뉴를 기다리던 중, 고수는 꼭 빼 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갔는데, 직원이 반미 포장지에 내 얼굴을 그리고 있는 거야! 알고 보니 이 가게는 테이크 아웃 반미를 주문하면, 포장지에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는 거였어. 왜 그렇게 내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봤었는지 이해가 됐어. 괜히 기분 좋은 선물을 받은 거 같아, 반미를 다 먹고도 포장지를 버리지 않고 가방에 넣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