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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ypen Sep 27. 2021

音楽

wac - 音楽

KONAMI(코나미)사의 음악게임 브랜드 BEMANI(비마니)에 악곡을 제공하는 참여진에는 ‘너무나도 훌륭하다’ 하는 수식어조차 한참 부족할 정도로 빼어난 아티스트가 많습니다. 그들을 감히 수준으로 줄세우기 한다는 발상은 외람된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 자신에게 있어 가장 훌륭한 비마니 아티스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wac님을 꼽을 수 밖에 없습니다.


리뷰에 앞서 먼저 꼭 고지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저는 비마니 기종을 여럿 플레이 해보기는 하였으나, 사실살 정말 진심을 다해서 플레이했던 기종은 팝픈뮤직(이하 팝픈)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비마니 악곡 취향도 팝픈 수록곡에 치우쳐 있고, 비마니를 바라보는 시점에도 팝픈을 향한 저만의 철학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투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이 wac님의 <音楽> 음반을 바라보는 시각도 지극히 팝퍼(팝픈 게임 유저)의 그것임을 유념 부탁드립니다.


저는 <音楽> 음반을 반복해서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생각이 확고하게 들었습니다. ‘이 음반은 팝픈다움 그 자체이다’ 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음반에 팝픈 수록곡이 많은것은 사실이나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음반을 오로지 팝픈만으로 주목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기어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이 음반은 팝픈다움 그 자체이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역설적이게도 어떤 팝픈 OST 보다 더 팝픈다움을 농축해서 담고 있다’ 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이 음반을 들으면 저의 마음속에 펼쳐지는 심상이 너무나도 팝픈의 세계를 그대로 그려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音楽> 를 들으면 아래와 같은 풍경이 아주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그려집니다.


드넓은 세계가 있고, 저 지평선 너머에 밝디 밝은 태양이 떠있습니다. 그런데 밝은 낮하늘 바로 옆에 반짝이는 별이 떠있는 밤하늘도 있습니다. 이 모순된 모습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낮하늘에는 봄의 기운이 선연하여 물방물과 벚꽃잎이 함께 비가 되어 흩날립니다. 밤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총총 떠있고 때때로 유성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지평선 너머를 향해 부푼 마음을 지닌 채 걸어가는 팝픈 월드의 주민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저기에요! 저기로 가면 돼요!” 하고 제일 먼저 앞장서서 폴짝폴짝 뛰어가는 소녀 리에쨩(Little Rock Overture 담당 캐릭터)이 있습니다. 그 뒤에는 “귀찮게… 하지만 뭐 나쁘진 않군.” 하고 중얼거리는 나카지(ポップミュージック論 담당 캐릭터)가 걸어갑니다. 그 옆에서 나카지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렇죠? 이런 것도 나쁘진 않죠? 세상이 꽃비로 가득한 걸요~” 하고 느긋한 템포로 걷는 켄지(面影橋 담당 캐릭터)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 옆에는 또 손을 뒤로 깍지 낀 채 “젊은 이들은 활기차서 좋구만~” 하고 연륜있는 미소를 짓는 Mr.KK(On top of the world 담당 캐릭터)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깁니다.


봄바람의 숨결을 머금은 낮하늘에는 “모두 좋은 하루 보내고 있나요~?” 하고 포근하게 말을 건네며 둥싱둥실 떠다니는 니논(Ensemble Forecast 3/28)이 걸어가는 모두를 따뜻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하늘 아래에서 “와~! 재밌겠다~!” 하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뛰어다니는 머머 트윈즈(murmur twins 담당 캐릭터)가 있습니다.


낮하늘만큼 밝지는 않지만 결코 소외되지는 않은 밤하늘의 아래에는 “반짝이는 별… 저기에 내 고향이 있어.” 하고 중얼거리는 오오카미보이(少年リップルズ, Little Prayer 담당 캐릭터)와 그 옆에서 말은 없지만 “…?” 하면서 웃고 있는 ?(하테나)(neu 담당 캐릭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이 창밖으로 보이는 방안에서, 피아노 의자에 걸터앉아 “…” 하고 침묵을 지키며 모든 것을 관조하듯 바라보는 사일런트 룸(ピアノ協奏曲第1番"蠍火", “音楽” 담당 캐릭터)이 고요한 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지평선 너머의 태양 그 아래에는 검은 고양이 가면을 쓴 영원한 소년 wac님이 지휘봉을 휘두르며 이 모든 풍경을 선율로 자아내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이 정도의 심상이 생생히 그려지게 하는 음반을 접했다는 사실이 저는 너무나 벅차고 감격스러우며, 비마니가 팬들에게 내린 축복 같습니다. 비마니를 알고 조금 깊게 들어가 음반을 구매해서 듣는 정도만으로도 이렇게 놀랍고 아름다운 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저는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아직도 wac님을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의를 뒤죽박죽으로 쓰거나, 곡코멘트나 트위터에서 남기는 말들은 언뜻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음반을 들으면 wac님이 세상을 향해, 그리고 비마니 게이머들을 향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같은 팝퍼들을 향해 전달하려고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너무 잘 알게 됩니다.


이러한 선연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선사한 wac님께, 그리고 그의 “음악” 을 오롯이 담아낸 <音楽> (“음악”) 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音楽>는 팝픈다움을 온전히 담아낸 보물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팝퍼들에게 있어 잊지못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줄 것입니다.


Official Site: https://www.konamistyle.jp/products/detail.php?product_id=71610

Amazon Music: https://www.amazon.co.jp/%E9%9F%B3%E6%A5%BD-WAC/dp/B01AVWY1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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