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kypen May 19. 2024

Lump Sugar Suite

Citrus and Ocean Colour Lump Sugar Suite

「Lump Sugar Suite」 는 타치논(Haruka Toki)님이 주축이 되는 동인 그룹 Cirtus and Ocean Colour(약칭 시오카라)가 시부야케이 컨셉으로 발매한 동인 앨범입니다. 타치논님이 믹싱과 마스터링을, TEA님이 보컬을 담당했고, 시부야케이라는 장르의 특색은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분위기의 개성을 덧입힌 곡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참여 게스트진도 페노레리, 레드글래시즈 등 팝 장르의 곡을 잘 쓰는 아티스트를 초빙했기에 트랙 수가 많지는 않지만 알찬 내실을 갖춘 앨범입니다.


보컬 TEA님의 목소리는 무척 맑아서, 마치 투명하게 바닥이 비쳐보이는 물같은 음색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이분의 목소리는 전자음이 통통튀는 EDM 장르에도 잘 어울리지만, 개인적으로는 드럼이나 기타처럼 밴드에 주로 쓰이는 악기와 어우러질 때 더욱 매력있다고 생각합니다. 풍경에 빗대자면 너무 반듯하게 놓여 눈부신 대리석 바닥보다는 바삭거리는 낙엽이 쌓인 언덕과 그 위를 둘러싼 푸른 하늘이 더욱 상쾌하게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Lump Sugar Suite」 는 직역하면 '각설탕 스위트룸' 이라는 뜻인데, 앨범의 자켓 일러스트와 디자인으로 추정해 볼 때 어떤 유럽풍 마을의 카페 이름으로 보는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앨범 제목이 이렇다 보니 각설탕이 든 그릇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앤티크한 카페가 연상 되고, 그곳은 어떤 분위기와 풍경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쓰면서도 부드럽거나 달콤새콤한 음료를 정성껏 내어줄것 같고, 한 모금 두 모금 천천히 마시면서 테라스 너머로 해지는 모습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장소 아닐까요? 온 감각으로 따뜻함을 느끼는 그 광경은 어쩐지 좋아하는 음악을 몇번이고 마음에 스미며 듣는 모습과 꼭 닮아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시부야케이 음악 라이브 이벤트인 '기타 팝 레스토랑(Guitar Pop Restaurant, 약칭 기타팝)' 이 꾸준히 개최되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있었던 50회 공연에서 TEA님이 「Lump Sugar Suite」 앨범을 판매품으로 들고 참여하시는 것을 타임라인에서 보았습니다. 기타팝 공연을 현장에서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10월 29일에 열리는 가을 M3에 여행 일정을 맞추다 보니 일정상 갈 수 없어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다행히 해외에서도 관람할 수 있는 스트리밍 티켓을 구매했으나, 역시 라이브는 현장에서 보는게 무엇보다 즐거우니까요.


타치논님의 2019년도 트윗에 따르면, 시오카라는 참여 멤버들이 각자 바빠지다 보니 본인과 TEA님 2인 중심으로 전자 음악을 간간히 내는 정도로 활동하고 있고, 기존에 모였던 밴드 형태는 잠정상 흩어진 쪽에 가까워 보입니다. 시오카라 공식 홈페이지도 현재 접속이 되지 않고 있어서, 파스텔포닉 시리즈 같은 스타일의 팝 음악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은 역시 혀가 아릴 정도로 쓴맛 속에서도 살며시 퍼지는 달콤한 풍미를 즐기는 일의 반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경험상 그 쓴맛과 단맛이 딱 잘라서 구분되지는 않았고, 쓴맛의 비중이 훨씬 더 큰 상태로 섞여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 입에 맞는 것만 먹고싶은 것이 본능이기에,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그가(혹은 그들이) 고생하지 않고 세상의 단맛만 느끼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악 그룹의 잠정적 해체나 아티스트의 활동이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고 있다보면 자꾸만 입안이 써지는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타치논님과 TEA님은 계속해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고, 저 역시 「Lump Sugar Suite」 앨범을 꾸준히 찾아 듣고 있습니다. 아티스트와 리스너가 음악을 사랑하는 모습은 카페에서 막 내어온 홍차의 맛과 향기에 마음을 편히 기대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홍차의 쓴맛도 단맛도 하나의 잔에 담겨 있으니, 세상 속에서 꾸준히 음악을 사랑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행복한 풍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SoundCloud: https://soundcloud.com/tach_0817/lump-sugar-suite-xfd


매거진의 이전글 the automatic lif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