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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채 May 25. 2024

[EP.2] 어서 오세요, 낯선 이여

오사카 여행_2일차

  금강산도 식후경. 이튿날은 오사카 유명한 맛집 '이치란 라멘'에서 시작했다. 예정대로는 전날 저녁에 방문했어야 했지만 일정이 꼬여서 2일차 첫 식사로 낙점됐다. 맛집답게 대기 시간이 있었으나 애매한 오전 시간대라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미리 주문서를 나눠주며 몇 명이냐고 묻는 직원에게 자신 있게 "히토리데스"라고 대답했다. 나름 공부해 왔다고 명랑한 내가 웃겼다. 혼밥 문화가 보편화된 일본답게 1인석이 잘 갖춰져 있어 마음이 편했다. 주문서는 미리 알아본 '한국인 입맛에 맞는 황금비율'을 참고하여 취향껏 작성했다.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반숙란이 먼저 나왔다. 겉면에는 '福'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벽에는 관련된 전단이 붙어있었는데 보아하니 겨울 중 특정 절기에 생산된 영양가 높은 달걀 '한란'을 이날부터 약 3주 동안 제공하는 기간 한정 이벤트였다. '한란'을 먹으면 1년 내내 질병으로부터 무탈할 수 있다고 하여 '이 시기의 달걀은 복덩어리', '복을 몸 안에 넣자'라는 의미로 '福' 스티커가 붙은 듯했다. 만약 전날 왔더라면 난 이 복을 나지 못했겠지. 뜻밖의 행운에 기분이 좋았다.


  식사 후엔 도톤보리 리버크루즈를 탔다. 이건 애초 계획에도 없던 것이었는데 지난밤 첫 여행의 소회를 묻고자 전화한 친구가 비행기 지연으로 엉켜버린 내 일정에 대해 듣더니 추천해 주었다. 딱히 끌리진 않았으나 ‘별거 없는데 재미있다’라는 말에 속는 셈 치고 타보기로 했다. 플랜 B가 없으니 밑져야 본전인 상황. 뭐든 최선이란 생각으로 선착장으로 향했다. 마침 5분 뒤에 출발하는 것이 있었다.      


  작은 나룻배에 모여 앉아 출발했다. 강을 따라 내려가며 바라보는 도톤보리 일대는 활기찼다. 눈앞에 즐비한 일본어 간판들을 보니 새삼 해외여행 중이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일본어에는 문외한이라 단 한 글자도 알아보진 못했지만 낯선 언어에서 느껴지는 새로움이 흥미로웠다 이국적인 느낌에 즐거워하며 연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로지 일본어로만 설명하는 가이드의 음성이 배경음악처럼 들려왔다. 가끔 상가 안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손 인사에 일부 넉살 좋은 이들은 함께 손을 흔들며 밝게 화답했다. 현지인인지 관광객인지는 모르겠으나 생면부지 여행자들에게 건네는 손 인사가 퍽 다정했다. 언제 어디로 흩어질지 모르는 마음들이 찰나에 마주쳐 빛을 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친구 말이 맞았다. 정말 별거 없는데 재미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주택박물관이었다. 이 또한 계획에는 없었지만 (달리 올 생각도 없었지만) 엉켜버린 일정에 급히 마련한 대책이었다. 주유패스로 무료입장 가능한 관광지 중 하나를 골라 찾아왔다. 옛 일본의 거리를 재현해 곳에 관광객이 가장 많았는데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 괜히 더 민망했다. 모두 사진 찍느라 분주했고, 그 사이 혼자인 스스로가 민망해서 서둘러 구경하고 떠나려 했다. 그러다 마침 리버크루즈를 추천했던 친구의 메신저 프로필에서 본 여우 가면과 강아지 동상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어 전송했는데 어쩐 일이지 바로 답장이 왔다. 사진을 본 친구는 왜 강아지만 찍었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지나가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같이 찍으라고 채근했다. 난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나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원하고 있었다. 친구는 나의 추억 남기기에 어떤 사명감이라도 가진 사람처럼 결연하게 말했다. 마치 쑥스러워서 머뭇대는 내 처지를 알기라도 하는 듯이. 결국 '언제 다시 갈 줄 알고 그러느냐'라는 말이 쐐기를 박았고, 마침내 나는 미션 수행이라도 하듯 사진 남기기에 성공했다. 이게 뭐라고 성취감이 드는지 참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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