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아침 Mar 08. 2024

빨간 열매 02- 엄마표 이야기

02 빨간 열매  

지금은 새벽 1시다. 더 일찍 움직이고 싶었는데 종현이 아빠가 늦게 자는 바람에 이제야 움직일 수 있다.      


“깔라라라라라라 추르르르르르 친친친친친 칠칠칠칠칠 라라라라라 변해라 얍!”      


이 주문을 외워야만 움직일 수 있다. 길어서 가끔 까먹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은 성공해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움직이고 있다. 종현이가 자고 있다. 종현이가 부드러운 나의 꼬리에 얼굴을 비빈다. 종현이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꼬리로 계속해서 종현이 뺨을 건드렸다. 조절을 못해 코를 건드렸더니 종현이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재채기를 했다.      


종현이가 깬 줄 알고, 이불속으로 숨었다.      


“에휴휴, 들키는 줄 알았네.”     


친칠라가 이불 밖으로 나오려고 하자, 어디선가 작은 비행기가 출발할 때 나는 소리가 들렸다. ‘부아앙’ 소리가 끝나고 어디선가 섞은 냄새가 진동했다. 정확히 어떤 것이 썩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독한 냄새였다. 나는 소리 아니 냄새의 원인을 찾아서 코를 벌름거렸다.  

    

“으악, 김종현, 너 자면서 방귀를 뀌는 거야? 너 저녁밥으로 도대체 무엇을 먹어서 이렇게 냄새가 지독한 거야?”     


자신의 이름을 불러서였을까, 종현이가 또다시 몸을 들썩였다. 아차 싶어서 숨도 참은 채 가만히 이불속에 웅크렸다. 종현이가 깨어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이불밖으로 서둘러 나왔다. 종현이의 방귀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워 코 끝에서 전해지는 냄새가 사라질 때까지 베개에 기댔다.

 

“종현이가 나에게 방귀 공격을 했으니 나도 방귀 공격을 할 거야.”   


온 힘을 똥꼬로 보냈지만 나오라는 방귀는 나오지 않고 얼굴만 빨개졌다. 사실 먹은 게 있어야 방귀도 뿡뿡 뀔 수 있는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종현이가 착한 일을 하거나 예쁜 말을 하면 종현이 베개 밑에 생기는 빨간 열매다.


'과연 빨간 열매가 배개 밑에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빨간 열매 1 - 엄마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