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동화
깊은 산속에 흙덩이 마을이 있어요. 그곳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답니다.
‘몸이 바짝 마르기 전 스스로 모양을 정하기’
그 마을에는 질퍽한 똥이랑 비슷해서 ‘똥이’라고 불리는 흙덩이가 있어요. 똥이가 놀이터에 나타나면 친구들은 놀려대기 바빴어요.
“똥이는~ 똥이랑 똑같아서 똥이래요.
똥이는 똥냄새가나서 똥이래요.”
“아니야. 똥이랑 똑같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아. 그만해.”
화난 똥이가 친구들에게 소리쳤지만, 친구들은 약을 더 올리고 도망가버렸어요. 질퍽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똥이는 결심했어요.
‘그래, 친구들이 나를 놀리는 이유는 내가 똥이랑 닮아서 그런거야. 내가 스스로 나만의 모양을 찾을거야.’
집으로 돌아온 똥이는 먼 길을 떠날 준비를 끝내고, 정든 집을 떠나 길을 나섰어요.
마을 입구를 지나서 언덕길을 오르려는데 멀리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언덕 중간쯤에서 빠른 속도로 뭔가가 굴러오는 게 보였어요. 똥이는 질퍽한 자신의 몸으로 막아주었어요. 퍽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에 박힌 동그라미가 보였어요.
“괜찮아, 어디 다치지 않았어.”
“응, 괜찮아, 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했어. 도와줘서 고마워. 내 이름은 동그라미야. 너는?”
“응, 나는 똥이야. 동그라미야, 너는 왜 언덕에서 굴러왔던 거야?”
“사실, 난 몸이 동그래서 길을 걷다가 피곤하면 굴러다녀. 아까는 굴러가다 깜빡 졸았는데 하필 내리막길이었어. 네가 아니었으면 저 밑에 있는 바위에 부딪히고 말았을 거야. 너는 이 언덕에서 뭐 하고 있던 거야?”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모양을 찾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중이야.”
똥이는 동그라미에게 흙덩이 마을의 규칙을 알려주었어요. 동그라미는 자신을 도와준 똥이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똥이야, 너 나처럼 동그라미가 되어 보는 것은 어때?”
“동그라미?”
“응, 동그라미가 되면 가끔 내리막길을 만나면 위험해도 굴러다닐 수 있어서 엄청 편해. 내가 좋아하는 피자도 동그라미, 도넛도 동그라미, 동전도 동그라미, 세상에 동그라미가 많은 이유는 동그라미가 최고라서 그렇지 않을까?”
똥이는 자신도 피자를 좋아해서 동그라미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잠깐 들었지만, 피자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양을 정하기는 싫었어요. 똥이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동그라미를 만나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어요.
한참을 걸은 똥이는 길가에 세워진 ‘세모마을’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발견했어요. 표지판도 세모, 표지판을 받치고 있는 막대기도 세모였어요. 날씨가 더워서인지 똥이의 몸에서 물기가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어요. 똥이는 서둘러 모양을 정하지 않으면 똥 모양으로 남을까 봐 두려웠어요.
그때 마침, 더위를 피해 세모난 나무 아래의 세모난 그늘에 앉아 있는 세모를 발견했어요. 마음이 급한 똥이는 세모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물었어요.
“안녕? 나는 원하는 모양을 찾기 위해 여행 중인 똥이야. 너는 세모라서 행복하니?”
평소에 보지 못한 모양을 본 세모는 깜짝 놀라며, 대답했어요.
“세모라서 행복하냐고? 당연하지. 너 피라미드 알지? 우리 세모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 그 이유가 뭐겠니? 세모가 최고라서 그렇지. 너 동그라미 본 적 있어? 거기서 파는 피자 먹어 본 적 있어? 거긴 피자를 동그랗게 잘라서 먹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세모로 자르면 딱 떨어진다고. 또…….”
똥이는 말 많고 잘난 척하는 세모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어요.
“세모야, 세모야.”
“왜? 나 아직 이야기를 시작도 안했단 말이야. 세모가 되면 좋은 점 아직 반의반에 반도 얘기하지 못했어.”
그때였어요. 멀리서 아기 세모가 엉엉 울면서 똥이와 세모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어요. 울고 있는 아기 세모가 안쓰러워 똥이는 다가갔어요.
“아기 세모야,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우는 거야?
눈물, 콧물이 입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아기 세모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대답했어요.
”저는요. 동물을 좋아해요. 귀여운 다람쥐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제가 다람쥐에게 다가가자 제 모서리 때문에 다람쥐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어요. 자기를 아프게 했다며 엄청나게 화를 냈어요. 다시는 아는척 하지 말래요“
”다람쥐가 일부러 찔렀다고 생각했나봐.“
”전, 그냥 다람쥐가 귀여워서 다가간 거예요. 아프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말을 마치자 아기 세모는 다시 울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본 똥이는 잠시 고민을 했어요. 자신의 옆구리에 툭 튀어나온 흙덩이를 조금 떼어냈어요. 그 흙덩이를 손으로 조물조물 반죽해서 동그랗게 만든 다음 세모의 양쪽 끝 모서리에 붙여주었어요.
아기 세모는 더는 뾰족하지 않은 모서리를 보고 울음을 멈추었어요.
”아기 세모야, 이제 네 모서리에 찔리지 않을 거야.“
”고마워요, 엉엉.“
울음을 멈췄던 아기 세모는 기뻐서 울기 시작했어요. 나무 그늘에 있던 세모는 아기 세모를 도와준 똥이를 신기한 듯 지켜보았어요. 아기 세모가 울음을 그치자, 작별인사를 하고 똥이는 다시 길을 떠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