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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Dec 10. 2020

글쓰기법칙

37_혼자 있는 시간의 이익

혼자서는 점심도 못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 곁에 없으면 불안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사교적인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글쓰기에 적합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글쓰기는 대부분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수시로 바뀌는 자신의 생각을 검토하는데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제대로 일을 못하죠. 어느 정도의 소음이 있는 카페에서 작업할 때 글이 더 잘 써진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들리는 백색소음은, 가만히 있으면 자기 심장소리도 들릴 것 같은 적막함이 가져오는 불편한 감정을 많이 해소해 줍니다. 그런 경우라면 혼자보다는 카페에서 작업하는 게 낫습니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혼자 앉아 컴퓨터로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지만 그 모든 사람은 무관한 사람들이고 작가의 글 쓰는 작업에 전혀 방해가 되지도 않습니다.  해리포터로 세계적인 부호 대열에 오른 조안 롤링도 난방비가 없어서 카페에 나와 앉아 해리포터를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페에 나와 앉아 있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작가는 반드시 혼자라야 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회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기보다는 일부러 혼자 있을 공간을 찾는 경우가 잦아졌는데 이것은 글을 쓸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근무를 마친 후에는 누군가와 어울리기보다는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많습니다. 집에 돌아와도 대부분 혼자 있기 때문에 글쓰기를 방해받을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지독하게 적막해서 애완동물을 길러 볼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개나 고양이를 기르면 반드시 그 동물을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섣불리 시작하지는 못했습니다. 동물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면 기르지 않는 것이 애완동물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낫다고 생각하고 애완동물 기르기를 포기지요. 너무 적막한 것이 심리적인 부담이 될 때는 음악을 틀고 차를 한 잔 내려 마십니다. 차茶를 마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차를 마시기 위한 절차입니다. 매우 격식을 차려 차를 내리는 절차를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차를 내릴 물의 온도를 맞추고 다기를 준비하는 행동이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나는 커피보다는 녹차나 보이차를 마시는 데 그런 차가 몸에 좋다는 말 때문이 아니라 커피보다는 카페인 효과가 사납게 느껴지지 않아서 입니다. 때로는 누군가 옆에 있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곁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글을 쓰는데 방해가 될 것이 뻔합니다. 글을 쓰려면 자기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하는데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나'보다는 '타인'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니까요.


말이 많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놓입니다. 말이 많은 사람과의 대화가 전혀 유익하지 않다는 것은 그런 사람과 여러 시간을 함께 있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 안에서 나오는 생각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말이 많은 사람은 자기 말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말도 그리 유익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앉혀 놓고 수다를 떠는 내용이라면 기껏해야 타인을 욕하거나, 자신이 과거에 겪은 부정적 기억에 대해 말하는 것 등인데, 말하자면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씻어내기 위해 수다를 활용하는 것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관심사라는 것은 작가의 생활에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는 것뿐이죠. 내가 수다스러운 사람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수다스러운 친구가 작가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봄 어느 목요일과 금요일 제주도 지방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일정표 상으로는 금요일 오후 2시에 모든 업무를 마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금요일 일을 마치면 조금 늦은 점심식사를 가볍게 식사를 마친 후의 시간은 애월읍 바닷가 카페를 찾아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작정했습니다. 출발할 때 책 두 권과 노트 한 권, 필통, 가벼운 태블릿 컴퓨터와 블루투스 키보드까지 가방에 챙겨 넣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호텔에 처박혀 있던 시간이 꿈처럼 흘러갔습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아침 식사는 호텔에서 먹었습니다. 평일에는 출근 준비에 바빠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은 호텔 식당이 문을 여는 시간부터 조식 서비스를 마치는 시간까지 가장 구석진 테이블에 계속 앉아 있었죠. 나는 그렇게 혼자서 이틀 동안 책을 두 권 읽었고, 기대한 만큼 글도 쓸 수 있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었으면 결코 할 수 없었던 것들입니다. 코로나19의 피폐한 구름이 밀려가면 일주일 휴가를 내고 몽고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제주도에서 그렇게 이틀을 있는 것보다 비용은 아마도 덜 들 것 같습니다. 낮에는 대평원을, 밤에는 쏟아질까봐 두려울 정도의 별을 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보너스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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