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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Dec 11. 2020

글쓰기법칙

38_사실을 버무린다.

“팩트를 챙겨라. 그리고 그다음에 팩트를 왜곡하라.” (마크 트웨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소설 쓰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소설小說은 거짓입니다. 소설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소설은 그냥 거짓이지만 그럴듯합니다. 사실을 버무려 놓은 거짓은 사실과 구별하기 어렵죠. 사람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손질 한 번에 낙락장송落落長松이 풀잎처럼 힘없이 날아가고 아름드리나무가 꺾이는 장면은 허무맹랑합니다. 온통 말도 안 되는 장면으로 가득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무협지에 빠집니다. 성공하는 무협지는 스토리가 역사적 팩트와 적당히 비벼져 있습니다. 거짓을 진실 속에 슬쩍 숨겨 놓습니다. 영화도 그렇습니다. 사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 그럴듯하게 포장합니다. 김용金庸의 소설이 그렇고 와룡생臥龍生의 소설이 그렇습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모르게 되어야 독자가 몰입합니다. 누가 보아도 거짓인 스토리에는 몰입감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적당히 진실을 품고 있어야 거짓의 불편함이 사라집니다.     


1992년 필자가 KBS에 입사할 때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권순범 기자였습니다. 권순범은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입니다. 소설에서 권순범 기자는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의 눈을 피해 시작한 핵개발을 중심인물인 이휘소 박사의 죽음을 파헤치는 역할이었습니다. 소설 속의 방송기자 권순범과 이름이 같은 방송기자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실제 만나 본 권순범 기자는 소설 속의 인물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소설 주인공 권순범은 탄탄하지만 마른 몸매에 운동신경도 뛰어나고 날카로운 성격입니다.  실제의 권순범 기자는 약간 뚱뚱한 체형을 가진 부드러운 인상입니다.


KBS 권순범 기자와 김진명 작가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입니다. 김진명은 소설 속에 실제 인물인 권순범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습니다. 소설가 김진명은 자신의 소설 속에 실제 인물과 사건을 등장시키며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낸 것이죠.      


1800년대 중반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금광지대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금을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었습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도 금을 찾아서 샌프란시스코로 온 그 사람들과 함께였지요. 금광을 개발했지만 어디 부자 되기가 그리 쉬운가요? 마크 트웨인도 결국에는 망했습니다. 밥벌이를 위해 마을 신문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는 열심히 취재해 기사를 썼지만 기삿거리가 없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 날에는 그동안 취재한 내용에 슬쩍 거짓을 버무린 ‘거짓 기사’를 썼습니다. 없는 싸움이 났다고도 썼고, 동네 호텔에 유령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집어넣었죠. 사실만을 취급해야 하는 기자로서는 엉망이었지만, 사실 같은 거짓을 흥미진진하게 썼다는 점에서 그는 이미 대단한 소설가였습니다. 소설도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 쓰기 쉽습니다. 사실이 들어간 스토리는 이미 시작부터 구조가 탄탄합니다. 거짓보다 진실이 힘이 있습니다. 진실보다 강한 것은 진실과 적당히 버무려진 거짓입니다. 거짓말도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합니다. 거짓이라도 진실의 힘을 빌면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실한 작가들은 작품을 시작하기 전 취재에 공을 들입니다. 요즘은 인터넷 서핑으로 소설 소재를 찾기도 하지만 여전히 직접 발로 취재하는 작가가 더 많죠. 작가는 스토리를 구성하면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지역에 직접 찾아가 어떤 건물이 있는지, 풍경은 어떤 느낌인지,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지, 개울의 넓이는 어느 정도인지 뿐 아니라 어느 집 문 앞에 놓인 연탄재는 어떤 모양인지,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말투가 어떤지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기록합니다. 글쓰기는 머리와 손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발로 취재하고 손으로 메모해야 좋은 글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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