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길 위에서 피어난 희망

Hector Malot, Nobody's Boy "집없는 아이"

by James
Landscape to desert of Nevada, USA 2018


“네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비탈리스가 말했다. “실컷 울어라. 하지만 이것이 너에게 좋은 일이라는 걸 이해하려고 해 봐라. 저 사람들은 네 부모가 아니야. 부인은 너에게 잘해주었고, 네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거지. 하지만 남편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널 지킬 수 없었어. 그리고 남편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몰라. 그는 아프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으니 살아가기 힘들 거야....”

(Hector Malot, Nobody's Boy 중)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너희가 오늘 본 애굽 사람을 또 다시는 영원히 보지 못하리라.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출애굽기 14:13~14)




어린 나이에 홀로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던 소설 '집 없는 아이'의 주인공 레미의 고백은 심장을 저미게 합니다. 고아 소년 레미는 고향과 가족을 떠나, 거리의 예술가 비탈리스와 충직한 개, 그리고 다양한 동료들과 함께 세상을 여행합니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방랑이 아니라, 삶의 고난 속에서 성장과 사랑, 신뢰의 의미를 배우는 여정입니다. 위험과 역경 속에서도 레미는 비탈리스의 지도를 따르고 동료들의 충성을 경험하며 생존과 희망을 이어 갑니다. "홀로 살아갈 때는 지금보다 덜 괴롭고 덜 고통스러웠다"는 이 말은, 단순한 어린아이의 불평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보호를 잃은 존재가 겪는 뿌리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의 비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버려짐과 방황의 시간은 어린 레미의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흔들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길 위에서 마주한 모든 순간들은 그에게 삶이라는 거대한 학교가 되었습니다.


속상한 일입니다. 폭력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얻을 수 없지만, 부드러움으로는 매우 많은 것을, 아니 거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동물들에게 결코 화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은 항상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때렸다면, 그들은 두려워하고, 두려움은 지능을 마비시킵니다. 만약 화를 냈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을 것이고, 당신의 신뢰를 얻는 데 필요한 무한한 인내도 갖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른 이를 가르치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도 배우는 법입니다. 내 개들은 나에게서 배운 만큼 나에게 교훈을 주었습니다. 나는 그들의 지능을 키웠고, 그들은 내 성격을 형성했습니다.(Hector Malot, Nobody's Boy 중)


차가운 겨울, 눈과 비를 맞으며 소를 모는 레미의 모습은 고단함 그 자체입니다. 그때 비탈리스가 레미에게 건네는 말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섭니다. "오늘 하루도 힘들겠지만, 소만 믿고 따라가렴. 저녁이면 수프에 버터와 감자를 적실 우유가 있을 거야." 이 한 마디 속에는 오직 눈앞의 생존만을 위한 기술이 아닌, 삶을 끈기 있게 이어가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신뢰하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레미는 소와 함께 걷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의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조금씩 배워갑니다.


"내 마음은 매우 슬펐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러다 따뜻한 숨결이 내 얼굴을 스쳤다. 손을 뻗자, 내 손가락이 카피의 털북숭이 몸을 만졌다. 그는 조심스레 건초 위를 걸어와 나를 맡으며, 코로 냄새를 맡고, 숨결이 내 뺨과 머리를 스쳤다. 무엇을 원하는 걸까? 그는 곧 내 곁에 누워 조심스레 내 손을 핥기 시작했다. 이 애정 어린 행동에 나는 건초 위에서 일어나 팔을 그의 목에 감고 차가운 코를 입 맞추었다. 그는 작은 소리를 냈다가, 곧 앞발을 내 손에 올리고 가만히 있었다. 피로와 슬픔을 잊었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친구가 생긴 것이다."(Hector Malot, Nobody's Boy 중)


이러한 레미의 고난에 찬 여정을 들여다보면, 문득 성경 속 출애굽 후 광야를 떠돌던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그들 역시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가는 길 위에서 막막함과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매일 하늘에서 내리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의지하며,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 속에서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여정 속에는 불평과 원망이 끊이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한결같이 그들을 인도하시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었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너로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아니 지키는지 알려 하심이라."(신명기 8장 2절) 이렇듯 광야는 단순한 시련의 장소가 아니라, 겸손을 배우고 마음을 단련하며, 삶의 본질적인 순종을 깨닫게 하는 배움의 터였습니다.


레미의 길 위에서의 삶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배고픔, 추위, 낯선 환경 속에서도 그는 작은 배려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며 버텨냈습니다. 폭풍우 속에서 몸을 떨면서도 자신을 지탱할 희망의 빛을 느끼고, 한 걸음 한 걸음이 두려움과 외로움의 연속이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힘과 굳건한 결심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가 길 위에서 사람과 자연, 그리고 소와 연결되는 법을 터득하며 점차 변화해 가는 모습은, 광야에서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 속에 한 걸음씩 성숙해 갔던 이스라엘 백성의 성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로 아름다운 땅에 이르게 하시나니 그곳은 골짜기에든지 산지에든지 시내와 분천과 샘이 흐르고 밀과 보리의 소산지요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들의 나무와 꿀의 소산지라. 너희 먹는 식물의 결핍함이 없고 네게 아무 부족함이 없는 땅이며 그 땅의 돌은 철이요 산에는 동을 캘 것이라. 네가 먹어서 배불리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옥토로 네게 주셨음을 인하여 그를 찬송하리라"(신명기 8장 7~10절)


레미가 느꼈던 고난은 단순히 개인적인 시련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삶과 생존,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깊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비탈리스의 작은 격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친절한 사람, 심지어 소의 꾸준한 발걸음까지, 이 모든 것이 그에게 길을 이어갈 힘이 되었습니다. 출애굽기 16장 15절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이것이 무엇이냐"며 물었던 '만나'가 그들의 생명을 이어주었듯이, 레미에게는 길 위에서 만나는 작은 친절과 배려, 그리고 삶의 경이로움이 영혼을 살리는 '만나'가 되어주었던 것입니다.


길 위의 삶은 고단하고 때로는 냉혹하지만, 바로 그 길 위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와 희망을 발견합니다. 자연의 고요한 아름다움, 사람의 따뜻한 온기, 그리고 심지어 동물들의 순수한 눈빛까지,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됩니다. 소설 속 레미의 눈을 통해 방황과 외로움이 단순히 잃어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깨닫고 영혼을 단련하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광야를 걸었던 이스라엘 백성처럼, 레미는 고난 속에서 삶을 배우고, 희망을 발견하며, 마침내 자신만의 길을 따라 나아가는 한 아이였던 것입니다.


‘가족’과 ‘보호’를 단순히 혈연으로 이해하지만, 진정한 의미는 사랑과 신뢰, 희생 속에서 드러납니다. 에토르 말로(Hector Malot)의 Nobody’s Boy에서 고아 소년 레미의 삶은 이러한 진리와 연관 지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고, 레미는 고향과 가족을 떠나 거리의 예술가 비탈리스와 개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세상을 여행하며 살아가는 모든 것이 여정은 단순한 방랑이 아니라, 성장과 구원, 사랑을 배우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길은 끝없는 유랑이었지만, 그 발걸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그를 지탱한 것은 곁에서 건네온 따뜻한 눈빛과 보이지 않는 손길,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희생이었고 그것은 성경 속 유월절이 전하듯, 단순한 보호를 넘어 새로운 삶의 문을 열어주는 구원의 힘이었습니다.


레미는 그 길 위에서 깨달았습니다. 구원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는 것, 오히려 가장 낮은 자리, 가장 고단한 순간,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관계 속에서 피어나곤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야기를 덮는 지금, 레미의 여정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향해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발자취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속삭이고 있습니다. 구원은 멀리 있지 않고 늘 곁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고 말입니다.


By.James


<Hector Malot, Nobody's Boy '집 없는 아이' 줄거리 요약>

‘집 없는 아이’의 주인공은 레미(Remì)라는 고아 소년입니다. 그는 가난한 양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빚에 시달리던 양아버지에게 돈 몇 푼에 떠돌이 악사 비탈리스에게 팔려갑니다. 비탈리스는 거리에서 음악과 연극을 하며 개와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는 유랑 예술가입니다.

처음엔 거칠고 무섭게 보였지만, 사실은 레미를 가르치고 돌보며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스승이자 보호자였습니다. 그러나 험난한 여정 끝에 비탈리스는 추운 겨울날 병과 굶주림 속에서 세상을 떠나고, 레미는 홀로 남겨집니다. 그 후 레미는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부유한 농가, 따뜻한 사람들, 또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들까지… 기구한 운명 속에서 희망과 절망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밝음과 성실함으로 어려움을 견뎌내며 성장합니다.결국 그는 우여곡절 끝에 친부모를 찾게 되고, 잃었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따뜻한 안식처를 얻게 됩니다.





<참고>


Project Gutenberg (무료 전자책):

https://www.gutenberg.org/ebooks/25102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제 글이 만족하셨나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제 나름대로 책과 정보를 찾아 다시 정리해 이렇게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솔직한 제 생각이나 이야기를 여러분께 제공하고자 하오니 많이 격려해 주시고 구독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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