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 평생에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될 줄이야.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 건너 건너의 이야기인 줄 알았지… 깊은 생각도, 깊은 고민도 없이 했던 얘기들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돌아오는 게,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이혼을 생각하게 된 계기? 보통, 이런 거, 참 궁금하지 않나? 하하하. 꼭 일생일대 엄청난 사건, 사고가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거진 10년을 살아보니, 이 사람이 아니었구나를 매일 조금씩 알게 된 것일 뿐. 얼마 전 우연히 본 영상에서 이효리 씨가 한 말이 마음에 남아버렸다. “결혼은, 좋은 사람이 아닌, 나하고 맞는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요즘의 나에게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그렇지, 결혼은 나하고 맞는 사람하고 하는 것이지.' 싶었던.
어릴 땐 유머코드가 꼭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와 그는, 유머코드가 너무나도 안 맞았다. 토크쇼를 좋아하는 나와 달리, 그는 개콘, 무한도전을 참 좋아라 했다. 서로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던. "이런 걸 왜 봐? 그게 진짜 웃겨? 어느 대목에서??" 이런 식의 생각들이, 공기 중에 늘 떠다니곤 했었지, 그랬었네 싶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결심할 땐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 탓을 하리오! 그와의 결혼을 결심한, 젊은 시절의 나를 탓해야지! 내 발등은 꼭 내가 찍는 법이지!!!
지금의 나에게, 누군가 묻는다면? 난 ‘지향점’이 같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는, 삶의 목표라 할 수 있고, 누군가는 가치관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다. 나는 이게 참 중요한데, 그는 다른 게 중요하다고 한다. 결혼할 땐, 그래도 어느 정도 맞춰지겠지, 싶었는데…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지겠지, 싶었는데… 아니더라.
그렇다면, 이혼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기가 막히게도, 느지막이 얻게 된 아이 때문이다. 하필이면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 그렇게나 바라던 아기가 덜컥 생겼다니… 참으로 감사하면서도, 참으로 얄궂다. 인생이란, 참 얄궂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유가 참 예스럽지 않나? 아이 때문에 이혼을 못하겠다니! 허, 참, 내… 이건 무슨 우리 부모님 세대 얘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상황에 처해보니, 고스란히 내 얘기가 되어버렸다. 다른 이유가 아닌, 아이 때문에 이혼을 못하겠다고.
느지막이 얻은, 겨우 한 살짜리 딸내미를 보고 있노라면, 나를 향해 방긋방긋 웃으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딸을 보고 있노라면, ‘도저히 그와는 못 살겠다고!’ 결심했던 나의 마음이 수시로 흔들렸다. 이 어린것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내 딸이, 그 조막만 한 손이, 마치 나의 치맛자락을 꼭 붙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