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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Chun Oct 06. 2021

내 삶을 바꾸는 생각 하나.

1. 고장 난 자판기

 요즘도 커피 자판기를 보면 젊은 시절 회사에서 있었던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온종일 사무실에 앉아 일하다 보면 점심 식사 후 오후 2시쯤에는 몰려드는 졸음과 사투를 벌여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박 대리. 자판기 커피 한잔 어때?"

팀원 중 가장 가까웠던 박 대리와 지하에 설치된 자판기에 내려가 달달한 종이컵의 커피를 들고 상사의 험담을 하는 것이 회사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하루는 언제든 커피를 내어주던 자판기에 "고장"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다.

고장 펜 말을 본 박 대리는 "에이!"하고 반쯤 내려오던 계단을 뒤돌아 올라간다.


반면 나는 자판기 앞에 섰다.

"왜 오전까지 잘 되던 것이 갑자기 고장일까?" "무슨 고장이지?" "작동시킬 방법은 없나?"


뒤돌아서는 박 대리와 달리 나의 호기심은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며 "탕! 탕!" 치기도 하며 "너 어디가 아픈 거니?"하고 자판기를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역시 고장이다.


그런데 포기하고 동전반환 레버를 내리는 순간 동전 반환 구에 500백 원짜리 동전 몇 개가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닌가?


"박 대리! 박 대리!!"


내가 부르는 다급한 소리에 뒤돌아 올라가던 박 대리가 뛰어 내려왔고,

동전을 넣고 반환 레버를 누르면 동전 반환 구에서 자판기에 있던 동전이 줄줄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박 대리는 신이 나서 반복적으로 동전을 넣고 레버를 작동시켰다. 그때마다 여지없이 많은 동전이 배출되었고, 아직 라스베이거스 코인 기계에서 잭팟의 행운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지금 느끼는 쾌감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의 버튼 조작으로 둘의 주머니에 가득히 동전이 모였고, 순간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흔들리는 눈빛을 교환했다. 아마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 상황을 총무과에 알리고 돈을 회사에 돌려주어야 하나?, 아니면 계속 나오는 자판기 동전을 조금 더 챙겨야 하나?"


".........."


우리는 잠시의 침묵을 뒤로하고 의기투합했다. 오늘 퇴근 후 우리 팀 회식비에 보태기로....

(공소시효가 한참 지난 일이므로 행여 경찰에 신고하는 분이 안계시기를...)


사실, 일상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의도하지 않는 상황들 속에서 우리가 하는 생각하나는 많은 것을 바꾸거나 전혀 다른 결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고장이라고 누군가 메모해서 붙여놓은 것을 보고 "고장이야?" 하고 뒤돌아 서야 할지 "무엇이 고장인 거야?" 하고 생각하는 차이 하나가 팀원의 회식 시간을 만들고 오랫동안 서먹한 관계에 있었던 동료와 화해하는 결과도 만들었으니 말이다.


보편적으로 하게 되는 판단과 생각 대신 누군가의 다른 생각 하나가 우리 인생에 잭팟을 터트려 줄 수도 있다.


생각하나!

그것은 인생을 바꾸고 삶의 중요한 상황을 좌우할 수 있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조직에서 생산성을 중요시하던 시절에는 그 생각하나에 관심이 없었다. 개인의 생각은 회사의 생산성에 큰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저 9시 출근에 6시 퇴근하며 상사의 눈치를 보아야 했고,  시각적 행위의 관점에서 조직을 관리하다 보니 직원들 시각에서 월급을 많이 받는 관리자들은 하는 일 없이 빈정거리는 무능한 상사로 인식되기도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각이 가치이고 개인이 가진 하나의 다른 생각들이 모여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중요성을 모두가 인식하기 시작했다.


창의적인 사고능력이 가치를 만드는 시대다. 창의성은 호기심과 다양한 경험에서 생긴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시 그 사람의 창의성과 생각하는 능력을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애쓴다.

직원의 생각 하나하나가 큰 가치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자유롭고 다채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무공간은 물론 충분한 휴식공간과 자유로운 근무 조건을 만들어 가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많은 기업들이 9 to 6의 근로 규칙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느꼈고 가치는 일상적인 행위보다 창의적인 생각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애플의 캐치프레이즈는 " Think different!"이다.

나이키는 "Just do it!"이다.


우리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야 하고 우리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평범하게 살아온 나의 삶을 보다 발전적이며 활력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생각과 사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사고의 메타인지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좋은 생각하나는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자기 사고의 혁신이 없다면 인생의 반전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조용히 앉아, 평소에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의 패턴을 확인하고 사고의 범위를 인식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행했던 일들 가운데 더 좋은 옵션들이 없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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