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여름방학 때 운전면허를 땄으니 면허 소지 경력 23년 차이다. 출퇴근 왕복 50킬로 정도는 이제 소화할 수 있겠고, 편도 백 킬로 내외 지역까지는 운전해볼 만하다.
그러나 내 고향 강릉. 왕복 400킬로가 넘는 거리는
KTX를 이용하거나,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탑승해야지만 가능한 거리다. 운전이 무서운 나에게는 그렇다.
그런 내가, 오늘 아침 7시부터 총 4시간 장거리 운전에 성공했다! 나는 지금 아이들과 영진해변에 와있다.
평화롭고 소중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
"I ♡강릉, I♡바다 ~"
두려움을 이겨낸 운전이 선물해 준 시간과 공간이다.
잔잔한 바람, 발가락 사이사이 박히는 모래알.
푸르른 바다가 위로를 전해준다.
요즘 많은 도전을 하고 있다. 간이 콩알보다도 작아서 대범한 일은 도저히 저지르지 못하는 내가 말이다.
0단계-돔텐트 구입. 경차 모닝에 아이 셋 태우고 홀로 캠핑 도전 -성공
1단계-브런치 작가 도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내기-성공(그냥 한번 써보면 될걸, 써야지 써야지. 해야지 해야지. 될까 말까.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수만 번의 고민은 왜 했을까. 시간 아깝게. 멘털 아깝게. 그 에너지로 그냥 글한편 쓰면 될걸^^;)
2단계-인생 2막을 계획하기 위한 원룸으로의 독립-성공
3단계-강릉까지 차로 운전해서 가보기-성공
4단계-셋째 넷째에 치여 엄마의 보살핌에서 뒷전이었던 첫째와 둘째를 위한 여행 계획-추진 중.
5단계-튼튼하고 안정된 차 마련하기-진행 중.(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필수 마련!) 최근 두 번의 차사고가 있었다. 타인을 원망만 하고 있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안전한 차로 바꾸기로 했다. 결심이 서니 돈문제부터 시작해서,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 되는 핑곗거리들이 하나 둘 걷히기 시작한다. 모든 제자리걸음은 내 두려움과 불안 때문이란 걸 깨닫고 있다. 지금까지 와 다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진실.
나는 두려움과 걱정을 이겨내는 단계별 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부여한 크고 작은 미션들을 수행해 가면서
우리삶은 걱정하는 것보다는 무난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일단 해보자! 해보고, 아님 말고! 뭐, 어. 쩌. 라. 구!"
세 번째 병원 진료가 있는 날이다.
의사 선생님께 나의 변화에 대해 차분히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의 눈빛이 반짝인다. 눈빛에서 "격려와 응원"을 읽을 수 있었다. 마스크 넘어 살포시 웃고 계신 의사 선생님이 입모양도 느껴졌다.
처음 만났을 때 생기 없게 느껴졌던 의사 선생님에게서
환자를 향해 건네는 건강한 처방과, 삶의 에너지를 느꼈다.
병원문을 나서며, 첫날 선생님과의 조우의 순간이 떠올랐다. 아마도 첫날. 나의 에너지가 바닥이어서. 선생님의 모습도 그렇게 보이지 않았었을까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삶에는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습니다. 김○○님, 잘하고 계십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겠습니다."
^^간결한 멘트에 담긴 깊은 내공이 느껴져 '아, 내가 명의를 만났구나..'베시시 웃으며 병원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