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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 오 분전 Jul 09. 2020

엄석대, 장윤정 그리고 윤석열

일그러진 영웅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87년 발표된 이문열의 대표 단편이다. 6~70명씩 바글거리는 학교 교실에서( 나는 한 학년이 18반까지 있는 초등학교의 72번이었다. ) 쉬는 시간에는 책상과 의자가 날아다니는 일진들의 교실 싸움판에 질겁하고, 하굣길에는 골목길을 가로막고 돈과 신발을 삥 뜯는 동네 형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며 일그러진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나 같은 찌질이들에게   '엄석대'는 결코 잊히지 않는 이름이다.


엄석대


시골 학급의 급장 엄석대는 공부 잘하고 리더십 있는 모범생이다.  사실 그는 학급의  지배자로서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물건을 빼앗고, 대리시험을 통해 성적을 조작하여 모범생으로 위장했다. 선생의 묵인과 방조하에 석대는 숙제 검사나 소지품, 복장, 청소 검사 등 교사의 권한을 행사하며 복종하지 않는 상대를 탄압했다. 친구들은 그가 무서워서, 혹은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러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충성하고 굴복했다. 심지어 석대의 신임을 받기 위해 경쟁했고, 그의 똘마니가 되어 앞장서서 악행을 저질렀다. 결국 6학년이 된 엄석대는 새로 부임한 젊은 ‘담임선생’에게 그 행각이 들통이 나고 ‘ 담임선생’의 부추김을 받은 학생들에 의해  자신이 했던 방식대로 비참하게 버림을 받고 학교를 떠난다.   


장윤정

경주시청 소속의 철인 3종 선수이다. 최근 후배 최숙현 선수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화제의 ‘빌런’으로 떠올랐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의 증언에 의하면 장윤정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감독조차 장윤정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오히려 둘이 한통속으로 선수들을 학대했으며   장윤정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엄청난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고 특히 고 최숙현 선수는 장윤정으로부터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갈굼’을 당했다는 폭로들이 나왔다.  선수들은 “장윤정이 곧 법이고  경주시청팀은 감독과 장윤정의 왕국이다.”라고 증언했다.  장윤정이 신처럼 군림할 수 있었던 건 기량 때문이다. 장윤정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국내 대회에서도 메달을 휩쓸었다. 장윤정이 없다면 팀 성적에 지장이 생기니, 감독은 장윤정만 특별하게 우대했다. 선수들에 의하면 “ 장윤정이 출전하면 금메달을 따고 경주시청에서는 자기네 명성을 높여주니 당연히 좋아하고 예산도 몰아주고  그 덕택에 선수단이 운영되는 것이니 그를 아무도 건드릴 수 없었다."라고 한다.

윤석열


대한민국 무소불위 검찰총장이다. 그 자신이 정의이고 권력이다.   민주주의 제1권력인 선출 권력까지도 검찰의 눈에는 한낱 지나가는 비바람일 뿐이다.  검찰이 이토록 오만할 수 있는 힘은 그들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가 만들어 준 것이다.  민주화를 통해 군대, 경찰, 정보부가 권력으로부터 밀려나고 합법적 사법기관인 ‘검찰’이  권력의 일선에 등장했다. 그 민주주의의 도구가  그 모태인 민주주의를 짓밟고 주인 행세하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정치권력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꺼이 검찰과 협력했고 거래했다. 세력가들은 검찰의 위세를 두려워하거나 이용하고자 이들을 후원했다.  혼란과 무질서가 불편했던 국민들은 이들을 ‘정의의 심판자’로 비판 없이 인정하고 막연히 믿고 응원했다. 그리고 이렇게 막강해진 검찰과의 유착을 통해  소위 ‘민심’을 장악하면  자신들 뜻대로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정치 언론의  권력욕이 합쳐졌다. 그 타협과 협잡의  결과가  바로 스스로 권력이 되어버린 무소불위 검찰이다.

검언유착

엄석대를 처음  만든 것은 그의 악행을 묵인하고 그를 이용하려 한 담임선생이다.  장윤정은 성과만을 절대시 한  경주시청과  체육계의  탐욕의 소산이다.  윤석열은  검찰권을  이용하려 한  대한민국 권력 욕망이 잉태한 괴물이다.  그 괴물의 욕망이 커져 결국  그 모태를 제물 삼아 더 큰 절대권력이 되어 버린 것이다. 민주주의는  쟁취하는 것만큼 지키는 것이 어렵다.  이번 '검언유착 수사권'  논란을 보며 뼈저리게 느꼈다.  일상의 삶도 마찬가지다. 나의 주변에서 매일 마주치는 엄석대, 장윤정, 윤석열과 졸개들. 그리고 그들을 묵인하고 그들과 협잡하는 비겁한 모태들.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상식과 양심을 저버리는 일상의 파괴자들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위험해지리라. 스스로 돌아보며 경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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