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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 오 분전 Nov 22. 2020

 김학의 ‘박수’와 조국 ‘비난’

검찰의 피아식별법

11월 2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마지막 공판이 열렸다.  검찰 측 이정섭 수원지검 부장검사는 마무리 발언에서 “ 이번 수사를 검사 4명이 했는데, 이들은 직전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재수사도 했었다”며 "수사팀 구성원은 그대로인데 김학의 수사를 할 때 '박수'를 치던 분 중 이 수사를 할 때는 '비난'을 했다 "며  "왜 이런 '비난'을 받을까 의아했다" 고 토로하며 “피아(彼我)는 정치와 전쟁에서는 생길 수 있지만, 형사의 영역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수사 입장에서 彼我가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려는 '彼'와 밝히려는 '我'가 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건설업자 ‘윤중천’에게 뇌물을 받고 별장 난교 파티와 심지어 성폭행까지 저지른  ‘김학의’와  자식의 자원봉사 표창장 위조 의혹으로 촉발되어 별건 수사를 받은  ‘조국’의 혐의를 등가로 병립시켜서 ‘둘 다 똑같이 나쁜 놈이다.’라고 교묘히 언설하는 이정섭 검사님의 말장난이 참으로 발칙하다.

그는 “수사 검사들은 김학의 사건이나 이번 사건이나 똑같이 객관적 실체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느냐만 고민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수치심을 무릅쓰며 세상에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사각 빤스 섹스 동영상’이 시중에 나돌아 다니는 등, 수많은 강력한 증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실체를 외면하고 끝내 ‘김학의’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이들은 먼 나라 <당나라> 검사들인가? 표창장 의혹만으로  청문회 직후 부인을 전격 기소하고 100곳이 넘는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에 혐의를 덧씌워 ‘조국’ 사냥에 몰두하고 있는 광란의 추적자들은 이웃 나라 <왜나라> 검사들인가? <대한민국> 검찰의 수사가 진정 사건의 ‘객관적 실체’에 다가가기 위한 똑같은 노력이었다는 말인가?

이정섭 부장검사는 "수사 입장에서 彼我가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려는 '彼'와 밝히려는 '我'가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총애로 승승장구하던 검찰 조직의 뒷배 ‘김학의’와 반대로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견제하려던  ‘조국’에 대한 검찰의 ‘피아식별법’은  공정했는가? 수사의 彼我와 조직의 彼我가 뒤바뀐 채, 검찰 조직을 위해 잔인하게 죽여버려야 할 ‘彼’는 법무장관 ‘조국’이었고  노골적으로 지켜줘야 할 ‘我’는 선배 검사 ‘김학의’ 였지 않은가?

"김학의 수사를 할 때 박수를 치던  분 중 이 수사를 할 때는 비난을 했다"며 "왜 이런 비난을 받을까 의아했다"고 한다.  검찰의 현실인식 수준이 얼마나  유아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를 보여준다.  검찰 권력을 견제하려는 자는 ‘彼’로 몰아붙이고  조직 이익을 지켜줄 성폭행범은 ‘我’로 감싸주었기 때문에 검찰은 '비난'을 받은 것이다.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김학의’ 사건을  재수사하고 비로소 단죄했을 때 국민들이  ‘박수’를 친 것은 검찰이 스스로 공정하고 잘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검찰 제 식구 감싸기'의 악폐를  단절시켰기 때문이다.   

검찰이 그 ‘박수’와 ‘비난’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 의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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