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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찬우 Aug 31. 2021

고교축제 복면춤왕

지난주 금요일 학교 축제에서 꿀벌옷에 꿀벌 탈을 쓰고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불렀다.

태어나서 이런 무대는 처음 서 보는데,

학생회 아이들이 "선생님 어차피 복면을 쓰기 때문에 뵈는 게 없어서 용기가 날 거예요", "선생님 케이팝 고인 물 대표로 한번 나가주셔야죠!" 하는 말에 홀라당 넘어갔다.


학교에서 부르는 노래라 선곡이 참 어려웠다.

나의 노래방 애창곡은 이승기의 삭제, 지오디의 촛불 하나, 틴탑의 장난아니에요인데 모두 연식이 좀 있는 데다 이별 노래거나, 숨 몰아쉬며 1인 다역을 해야 하거나, 가사가 비교육적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전달할 수 있는 노래를 찾아 헤맸고 그렇게 "아모르파티"를 복면가왕에서 부를 노래로 정했다.

무대는 엉망이었다.

백 번도 더 듣고 부르며 연습한 노래인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첫박을 놓쳤고 그 길로 가사를 다 까먹었다.

나는 복면가왕이 아니라 복면무왕/복면춤왕이 되어 그냥 들입다 셔플 댄스, 놀토 한해 댄스를 춰댔고 착한 우리 아이들은 그거대로 좋다고 환호하고 휴대폰으로 열심히 찍어줬다.


가면 벗으면서 김범수의 보-고↑싶다↓ 부를걸, 옷 뒤에 꼬리 달려 있는 거 더 잘 보이게 엉덩이 들고 춤출걸, 노래 연습할 시간에 춤 연습할 걸 등등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이들에게 불러주려고 개사했지만, 무대에서 흑임자 인절미 먹다가 까매진 앞니보다 더 까맣게 잊어 먹은 가사를 여기서라도 다시 외쳐본다.


성적은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이제는 더 이상 슬픔이여 안녕! 왔다갈 한 번의 학기야~~

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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