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 대한 고찰_2
잠깐 역삼역에 있는 이쁜 꽃을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니
당신께 감사한 점이 많아졌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당신과의 대화는 나를 각성시켰다.
우리의 만남이 어떤 식으로 기억되든 간에 감사를 전제로 하자.
눈을 감고 지긋이 옆을 노려보는 듯한 인상으로 사람들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무서움을 느꼈을 테고, 누군가는 흥미를 느꼈겠지,
나는 당신의 눈을 보고 참 맑다 라는 생각을 했다.
눈만, 그냥 눈만 보고.
첫 만남에서부터 강렬했던 당신의 끝을 봤던 나는 으레 보통의 사람들이 그랬든 당신에게 질색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아니면 질색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아야 하거나,
그런데 너무나도 많은 상황 속에 익숙한 나는 당신의 그런 모습도 그냥 ‘그저’라는 단어로 넘길 수 있었다.
당신의 글자들은 너무 단단해서 당신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하얀 대리석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순수하고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그냥 그런 사람.
지금 생각해보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깨지지 않을 테니.
사람들은 그런 모습의 당신을 좋아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단단한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다니, 참 부럽기도 하면서.
가끔 우체국을 갈 때, 피자집을 갈 때, 파스타를 먹으러 갈 때,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서 당신과 조금 가까워질 때
당신이 생각날 것 같다.
잠깐 미소 짓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눈으로 훑어볼 생각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왜 그러는지 묻는다면,
잠깐 역삼역에 있는 꺾이지 않는 이쁜 꽃을 생각했다고 말하려고 한다.
당신과 나의 만남과 대화가 어떤 식으로 기억되든지 간에
내가 바뀔 수 있는 기회를 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