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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15. 2015

내 배 아파 낳은 자식,

발행물에 대한 이야기


형태가 신문이든, 책이든 매주 혹은 2주, 한 달, 몇 개월을 진통하고 낳는 결과물은 곧 내 자식이나 다름없다. 내가 기획하고 내가 취재를 다녀와서 원고를 쓰고, 때론 필진을 섭외하고, 그 글을 다듬고, 내가 교정을 봤으니 산모와 크게 다를 바는 없을 터. 진짜 아이를 가져 낳은 사람의 고통을 알 수는 없지만, 여기도 그 나름의 고통을 거쳐 결과물을 낸다. 


얘들이라 칭해도 무리가 없다. 아마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소설을 쓰든 다른 글을 쓰는 사람도, 뱉어내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중한 사람들 모두 비슷한 비유를 할 터다. 

우선, 아빠와 엄마가 있다. 클라이언트와 내가 얘들의 부모인 셈. 또, 부모를 닮는 것도 똑같다. 아빠의 영향력이 아이의 성별을 결정하듯, 클라이언트에 따라 아이의 기본 성향이 정해진다.  

그리고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있듯 클라이언트와 나의 궁합에 따라 각양각색 아이들이 탄생한다. 그 아이는 때론 눈망울 초롱초롱했던 아이스크림 소녀처럼 어마무시하게 예쁘기도 하고, 진짜 옥동자가 아닌가 싶을 만큼 깜짝 놀라게 못생기기도 한다. 그래도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내 배 아파 낳은 자식, 다 귀하고 소중하다. (뭐, 조금 덜 아프고 더 아픈 손가락은 물론 있다. =_= 하하하;) 

아이를 키워가는 과정도 비슷하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꿀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월등해서 상도 받았으면 좋겠고,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관심받았으면 좋겠는 부모 마음처럼 아이의 발전된 모습, 더 쌔끈한 모습을 위해 티격태격하며 기획회의를 하고 발행 준비를 하고 그런다. 


다만, 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래도 교정과 대조라는 과정을 통해 수정이 가능하고 예쁜 아이를 만들 확률이 높다는 정도. 신경을 쓰는 만큼 김우빈 급 아들래미, 혹은 박신혜 급 딸내미가 나오기도 한다는 거다. 하하.




그래서 최종적으로 발행물을 얻기까지의 과정에는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 


인쇄 들어갔는데 범국가적 사고가 터져 발행물의 내용에 수정이 필요하기도 하고, 최종 필름지로 교정을 보는 와중에 단 하나의 오탈자가 눈에 띄어 필름 인쇄를 다시 맡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2013년이어야 하는 날짜인데 2014년이라고 잘못 표기된 것이 하필이면 필름에서 발견되는 거다. 왜 수차례 원고 작업에서부터 디자인을 잡고 거듭 교정을 보는데도 희한하게 보이지 않던 것이 꼭, 하필이면 그때 보이는 거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이런 오탈을 마주하면 자괴감이 막 밀려온다.  "망할. 내 눈이 시력 2.0이었어도 이랬을까!!!!" 하면서 머리를 쥐어박고 또 쥐어박는다. (늙으니 시력도 점점 안 좋아지는 듯하다.)  팩트 확인, 오탈, 띄어쓰기, 비문, 밀려 쓰기 이런 것들은 100% 기획자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더욱 그렇다. 이건 디자이너의 탓도 인쇄의 탓도 아니다. 모니터 교정까지 보고 인쇄 직전 필름까지 들고 보는 이유는 다 그런 거다. 아이가 소풍 간다고 하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김밥 싸고 간식 만들고 그러는 것처럼. 


또 인쇄물인지라 색상의 문제도 많이 발생하는 편인데, 가령 회사의 경우 제품 사진이 중요한데 실제 색상과 다르게 나와서는 안되기 때문에 몇 번이고 색을 꼼꼼히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인쇄라는 것이 대량을 걸어놓고 찍어내는 것이다 보니 편차가 생길 때가 있어서 감리를 나가서도 눈에 불을 켜고 보지만 차이가 생길 때가 있기도 하다. 

 

한 번은 사우를 표지에 사용하는 매체가 있었는데, 우리가 최종 확인한 사진의 색상과 인쇄되어 나온 발행물 속 사진의 색상은 너무나도 달랐다. 또렷하고 짠한 색이 나와야는데 낡고 오래된 것처럼 바래게 나온 것. 게다가 색상이 바래지니 사람 얼굴도 늙어 보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 발행물 표지에 일부 색상이 처음 색상과 다르게 나온 것. 예민하게 생각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새끼가 이렇게 촌스러운 컬러의 옷을 일부라도 걸치고 있는 것이 신경 쓰였던 아빠는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캐묻기 시작했고 우리는 이유를 알기 위해 인쇄소에 전화를 걸고 인쇄본도 받아보고 하면서 오전 내내 머리를 쥐어짰더랬다. 


이렇게 매주, 2주에  한 번이든 한 달에 한 번이든 계절마다 한 번이든 산고 끝에 발행물이 나온다. 

진짜로 애 낳는 진통을 하라면 못하겠지만, 내가 하는 만큼에 따라 예쁜 아이가 나오는 이 진통은 제법 견딜 만한 것 같다. 발행의 쾌감에 중독되어 가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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