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떻게 언제 계획을 세우지
* 아이와 세계여행 떠날 때 계획은 어떻게 세우나 *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계여행이란 꿈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한 이웃 블로거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준비하느라 설레고, 여행하는 동안에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 즐겁고, 여행 후에는 그 여행을 추억하면서 보내느라 행복하다고 했다. 특히 지금처럼 코로나로 여행이 진정 꿈과 같을 때, 분주히 준비하던 그 시간이 그립다. 아이가 둘 일 때도 할만 했다. 둘째가 쫑쫑 걸어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장소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있다. 서점에 가서 여행책자를 구입하거나 블로그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정보를 얻는다. 싱글이었을 때, 신혼부부였을 때는 여행을 떠나기 전, 계획하는 그 시간이 행복하다. 정보를 찾고, 계획을 짜느라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육아라는 개념이 들어가서 부터는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시간은 모자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보가 너무 많다. 여행지를 검색하면 많은 포스팅이 뜬다. 육아하는 엄마, 아빠가 여행지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 아이가 잠든 사이, 일하는 사이 쉬는 시간을 쪼개서 쓸 것이다.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여행 계획을 위해 휴대폰을 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주객전도다. 여행 계획을 위해 많은 정보를 모아도 문제다. 정보양이 아니라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잘 때 vs. 깨어 있을 때
첫째,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자는 시간을 활용했다. 밤에 둘이 계획을 짜느라 열성을 다하면 그 다음날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소한의 계획을 세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부모의 욕심을 버리고 아이의 시선에 맞추기로 했다. '여행지'는 부부가 함께 결정한다. 항공권과 호텔은 남편이 담당하는데, 여행기간과 항공권을 고려해서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 아이의 컨디션과 현지 환경을 고려해서 확정한다. 33개월, 3개월의 아이들과 처음 여행을 떠났을 때는 근거리의 휴양지를 선택했다. 조부모님과 동행했을 때는 장거리인 미국 서부를 갈 용기가 났다.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아이들의 비행컨디션을 파악했다. 장거리 여행지라도 깨끗하고 안전한 여행지라면 선택했다. '여행지'가 정해지면 가고 싶은 곳을 묶어서 여행 일정을 잠정적으로 정하고 호텔을 선정한다. 여행 일정은 관광지냐 휴양지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1. 관광지를 간다면, 랜드마크만 찍어도 남는 것!
먼저, 프랑스 파리처럼 관광지가 명확한 곳이라면,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와 같은 핵심 포인트는 방문하도록 계획한다. 아이들에게 그 나라를 기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둘째 아이는 20개월에 방문한 에펠탑을 기억한다. 부모도 관광 포인트를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스럽다.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더라도 랜드마크는 꼭 다녀와야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루브르 박물관은 파리에서 일주일 머무는 동안 3번을 찾았는데, 목표는 '모나리자'와 '승리의 여신상'. 딱 2개. 부모가 방문하고 싶은 목적지도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여유 있게 둘러보고자 했다. 박물관에서는 방마다 관리인이 있다. 아이들이 많이 방문하는 프랑스의 박물관이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그림이 가득 걸려있는 루브르 박물관은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좋다. 동시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뛸 수 있다. 들어가기 전에도 주의를 주지만, 아이의 시선을 유지시켜줄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모나리자' 방에서 '개'가 있는 그림을 찾으면서 구경을 했다. 목적 없이 뛰어다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천천히 걸어 다니기. 20개월 훤이가 '강아지'를 좋아할 때라 잘 통했다. '모나리자' 앞은 매번 사람들이 가득하다. 야간 개장이 있던 날, 대박감이라고 불릴 만한 가족사진을 찍었다. '모나리자'를 앞에 두고 앉아서 그림을 그렸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그리면서 아이는 그 공간 전체를 마음에 담았다. '승리의 여신상' 앞에서는 아빠와 함께 승리의 영웅이 된 것처럼 따라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귀엽다고 한마디씩 하거나 웃었다. 아이들은 '승리의 여신상'은 잘 모르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것은 즐거워했다.
근교 관광지는 거리와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조절한다. 아이들이 충분히 뛰어다닐 수 있는 곳을 고른다. 베르사유 궁전은 파리 시내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궁전 외부 정원은 아이들이 뛰어다니기에 좋다. 정원을 산책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을 즐길 수 있다. 궁전 내부를 감상하는 것이 엄마에게는 참 좋지만, 조용히 관람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에겐 고역이 될 수 있다. 십년 전 친구들과의 유럽 여행이 기억나서 베르사유 궁전은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다시 찾은 여행지에서 그런 설렘을 얻기는 어려웠지만, 함께 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우리는 내부가 아닌 정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커다란 나무 밑 잔디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며 함께 뛰었다. 큰아이는 노란 꽃을 보고 엄마에게 가져왔다. 꽃반지를 만들어주는 아이를 통해 마음이 따뜻해졌다. 엄마가 꽃을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한 아이. 아이가 얼마나 부모를 생각하는지, 작은 아이의 행동에 미소 짓는다. 아이와 함께 온 여행이었기에 가능했다.
2. 휴양지는 아이의 시선에서 움직이세요
바다 앞 모래사장에서 3시간 :)
현지 놀이터는 필수코스
다음으로, 사이판이나 괌 같은 휴양지에서는 바다 앞 모래사장이 목적지다. 아이들을 통해 자연을 다시 경험할 기회를 얻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물과 모래를 좋아한다. 사이판 마나가하섬에 갔었다. 큰 아이가 33개월, 둘째가 100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자 엄마는 그늘 밑에 파라솔과 자리를 빌려 앉았다. 큰 아이는 빨간 수영복을 입고 구명조끼를 입고는 바닷가를 향해서 앉았다. PIC에서 사온 모래놀이 장난감을 풀어 주었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추피에 나오는 모래성을 쌓았다. 모래를 만지고, 물을 담고. 아빠와 함께 '다슬기통'을 들고 스노쿨링을 흉내 내러 가기 전까지 한참이나 앉아서 놀았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아이는 많이 웃었다. 어린 아이는 스노쿨링 장비를 사용하기 어려워서 '다슬기통'을 대안으로 가져갔다. '다슬기통'을 통해 맑은 물 안의 물고기를 보았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물고기를 보다가 졸면서 왔다. 자다가 일어난 아이는 노란색 물고기도 보고, 흰 색 물고기도 봤다고 이야기해줬다. 우리가 좋아서 시작한 여행이지만, 아이들을 집에 두고 갈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믿었다. 여행지의 목적지가 다채로워졌다. 바닷가 앞 모래사장도, 세계 여러 나라의 놀이터도 우리 모두가 함께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계획할 때 현지의 바다와 놀이터를 검색할 정도다.
두 번째로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는 여행 계획을 짤 때 아이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여행지를 경험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좀 더 교육적인 여행이 되기를 바라는 건 다 같은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4살 때는 부모와 24시간 보내는 즐거움을 주었고 5살이 되니 2살 동생과 함께 뛰어다니는 기쁨을 얻었다.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듣고 세계의 여러 나라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서점을 찾았다. 여행하려는 나라에 관련된 그림책을 찾았다. 프랑스 파리에 갈 때는 에펠탑과 개선문이 등장하는 책을 함께 읽었다. 집에서 읽고, 비행기 안에서도 읽었다. 에펠탑 앞 레스토랑에서 읽기도 하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다시 읽는다. 여행지는 잊어버려도 그림책은 언제나 함께 한다는 것을 안다. 다시 그 책을 펼치면 우리가 함께 했던 날들이 떠올라 이야기꽃을 피운다. 미국 서부 여행을 다녀와서는 미국 국기를 그렸다. 가기 전에 먼저 해볼 수도 있고, 아이의 컨디션과 기호에 따라 다녀와서 활동을 해볼 수 있다. 아이가 부모와 보낸 시간을 기억할 수 있기를. 기억과 기억의 시냅스를 연결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이제는 아이와 함께 여행을 준비한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저 밑 어딘가에 있는 동심을 꺼내서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과 글로 여행을 되새긴다. 매년 이맘때면 여행사진으로 포토달력을 만들었다. 매달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그 날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아기 같은 아이들이 일 년 새 훌쩍 성장했다는 것에 뭉클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만 되새겨도 평생 행복할 것 같다고 남편에게 말하면서도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하며 세계지도를 펼친다. 여행이 일상이 된 순간 여행은 삶이 된다.
요즘 아이들은 종종 비행기 타고 싶다는 말을 한다. 조그만 캐리어를 들고 와서는 "엄마, 이걸 위에(선반에) 넣고 앉아서 밥을 먹고 싶어." 4살인 막내가 그런 말을 하다니 재미있다. 큰 아이는 "엄마, 언제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어? 비행기 타고 싶어." 지난 1월 멜버른에서 40일을 지내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8개월의 시간 동안 세계여행 대신 집 앞을 여행 삼아 나선다. 아이들 기억 속의 시냅스처럼 안전히 다시 떠나면 우리는 어떤 계획을 세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