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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순 Jul 06. 2023

부모님 부양

부모님은 누가 모셔야하나?

    요즘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모님 부양 문제를 가족간에 해결하기 보다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는 커다란 모순이 존재합니다.  우선 가족은 사랑으로 형성되었기에 함부로 파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요양원에 모시는 것을 가정 파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짐승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살기에 귀찮다고 타인에게 부양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된다는게 내 생각입니다.  물론 노부모님을 모시기에는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지않아서 부양할 수 없는 가정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않고서야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모실 수 없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않을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가족간의 사랑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즘에는 소위 종교적인 신념을 가졌으며, 예수님 사랑으로 가득찼다는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요양원에 떠넘기고자 하는 풍조가 늘어나니 시대를 한탄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전 95세의 노부인으로부터 가슴아픈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방 도시에서 올해 98세인 영감님과 함께 살던 25평 아파트를 팔아서(10억원) 큰 아들과 평소 이웃에 살면서 간간이 살림을 도와주었던 혼자사는 둘째딸에게 주었고, 자신들은 그 도시의 기독교 계열의 요양원에 입소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부는 아들 둘과 딸 4명을 두고 있으며, 자녀 6명 모두를 대학까지 졸업시켜주었습니다.   큰 아들은 사업이 안되어 시골에 살고 있으며, 둘째 아들은 지방 도시에서 자신의 교회를 세워 목사님으로 봉직하고 있습니다.   큰 딸은 양호교사로 근무하다가 은퇴하였으며, 셋째딸 역시 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넷째딸도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니, 비교적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부는 오늘 현재까지 치매도 오지않았으며, 어떤 치명적인 질병도 없습니다만 나이가 많으니 자신의 몸을 씻거나 밥을 해먹을 기력이 없습니다.  자식 6명중에 어느 누구도 자신의 몸을 씻거나 밥을 해먹을 기력이 없는 부모님을 모시기 싫어하니, 자식들이 부모님을 두고 싸우는 것이 꼴보기싫었고, 자신들 사후에는 아파트 1채에 대한 유산 상속으로 싸울 것이 눈에 훤하여, 아직 자신들의 정신이 있을 때 아파트를 팔아서 다른 형제들에 비해 살림이 비교적 곤궁한 큰아들과 혼자 사는 둘째딸에게 나누어주고 요양원으로 들어와버렸습니다.      

    어찌하여 자식 6명중에 어느 자식도 몸을 씻거나 밥을 해먹을 기력이 없는 부모님을 모시겠다는 자식이 없는걸까요?  이 부부는 가만히 두어도 앞으로 3년안에는 자연사할 상황이지만, 왜 3년이란 시간도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보살피기가 너무 버겁다는 건가요?  평소 자식들 6명은 모두 기독교적인 신앙이 돈독하여 틈만 나면 전도하기에 바빴습니다.  특히 둘째 아들은 목사님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봉사할 수 있어도 자신의 부모님에게는 봉사할 수 없는건가요?   그렇다면 그 목사님은 위선자 아닙니까?       

    그 노부부를 처음 만난 곳은 뉴질랜드 단체여행에서였습니다.  한때 중풍을 앓았고 당시 80세의 노령인 엄마를 모시고 갔는데, 같이 여행하는 일행들 보다도 현지 한국 가이드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여(비싼 물건을 팔고자 눈치를 엄청 주었다) 제대로 여행의 맛을 느끼지못했습니다.  힘든 엄마에게 어떻게든 여행의 맛을 느끼도록 해주려는 나를 인상깊게 보셨습니다.  엄마와 같은 고향인 당진 출신이며 연령도 비슷해서 서로 얘기가 잘 통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일년에 한번씩 서로 방문하였으며, 노부인은 젊었을 때 양장점을 운영하였다하며, 80세인 당시에도 뜨개질 솜씨가 뛰어나서 엄마에게 멋진 모자를 선물해주시기도 했습니다.      4년전 엄마는 돌아가셨고, 이후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못했는데 오늘 갑자기 전화를 해오셨습니다.   자신들을 찾아와달라고 노골적으로 말은 못했지만, 보고싶다고 사랑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아직 요양원이 백신 접종을 하지않은 외부인을 출입시키지않기 때문에 당장은 갈 수 없지만, 요양원이 백신 접종을 해지하자마자 찾아가뵙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건강 문제 때문에 백신 접종을 못했습니다.        

    이 노부부 이외에도 우리 동네에서 열심히 살았고, 착하고 성실했던 여호와증인 여사님(80세) 한분도 요양원에 들어가셨습니다.  이 분도 중풍을 맞아서 몸이 불편하게 되니 남편과 미혼인 딸(52세)이 얼른 요양원에 입소시켰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여사님의 남편과 딸은 길가 가판대에서 여호와증인 선전원으로 전도는 할 수 있어도, 부인이자 엄마인 내 가족을 보살필 수는 없는걸까요?   젊었을때부터 착하고 성실하게 이웃에게 봉사했던 그 여사님이 안타깝습니다.   찾아가 뵙고싶어도 백신 접종 문제로 마음 뿐입니다.   종교도 예수님도 인간의 마음이 각박해지는 것을 막지는 못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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