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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순 Jul 26. 2023

제발 할머니라고 부르지말아라.

대한민국에서의 노인 정의

       

     5개월만 있으면 대한민국에서 명실상부하게 노인이라고 대우를 받아 지하철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공짜라니 기분이 좋을 것 같지만, 나는 기분이 썩 상쾌하지않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했을때도 기분이 안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국민연금을 납부했을 당시에는 돈을 뺏기는 기분이었지만, 국민연금을 받으니 공돈이 생겨서 좋다는 사람도 더 많다.   정치권에서는 만65세부터 노인 대우를 해주게 되니 국가 재정이 많이 낭비된다고 찬반 논의가 극심하다.  맞다.   예전에 비해 얼굴 뺑뺑한 노인들이 많으니 사회에서는 노인 연령 상한선을 높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도 많다.  지금 시대는 경제력도 갖추고 건강도 확실하게 챙겨서 70세라고 해도 50세로도 안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얼굴은 멀쩡해도 몸이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 겉모습이 아닌 신체 건강 정도로 노인을 판단해야한다.  

     먼저 희끗한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핀셋으로 뽑았다.  미용사가 말했다.  그렇게 뽑다가는 나중에 염색할 머리조차 없어진다고 했다.  원래 젊은 사람들도 유전적으로 흰머리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흰머리가 나는 속도를 핀셋이 따라가지못하니, 염색하기 시작했다.   혈압이 올라갔다.   스트레스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혈당이 올라갔다.  운동만 하면 혈당은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깅을 시작했다.   오금이 당기기 시작했다.   얼마안가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지팡이를 양손에 잡고 계단을 오르내리면 원상회복될 것이라고 열심히 계단을 올랐다.   허벅지와 엉치가 저리기 시작했다.  재활의학과 정형외과를 거쳐서 마취통증과 의사가 주사를 몇 대 꽝꽝 놓더니 고쳐졌다.   그렇지만 내장지방은 열심히 식이요법도 병행했건만, 인슐린 저항이 거세서 생각만큼 빠져나가지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얼굴에 어떤 화장품도 발라본 적도 없다.  여름에 필수적으로 발라야 한다는 썬텐로션도, 겨울에 피부 건조 방지를 위한 로션도 발라본 적이 없다.   미모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살아오면서 화장에 신경써야할만큼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얼굴에 무엇인가를 가려야할 콤플렉스가 되는 부분도 없으니 굳이 화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였다.  다행히도 유전적인 영향으로 동안이다.   그렇지만, 겉모양과 달리 내장 기관은 서서히 닳아가고 있다.  

    나라에서는 노인 혜택을 준다고는 하지만, 반대 급부로 나이 장벽도 높여놓았다.    내 머리는 아직 삭지않았다.  pc 응용도 겨우겨우 20대를 따라갈 정도는 된다.  생계 시장에서는 똑같은 능력이면 젊은 사람에게 양보하라고 한다.  내 나이 정도되는 여성이 책을 쓴다하면, 서두에 할머니가 쓴 책이라고 꼭 표시한다.  왜 굳이 그런 표현을 써야하나?  난 오늘도 꿈을 꾸고 있다.  혜택을 주지는 못할망정 제발 할머니라고 부르지는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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