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이 나에게 건네준 선물
나는 25살까지만 해도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학업, 아르바이트, 과제, 인간관계 등 바쁜 대학생의 삶에 운동을 끼워 넣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운동의 필요성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신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건강했고, 정신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믿었기에.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에게도 방황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4학년의 나는 운이 좋게도 중견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기업이 나에게 제공해주는 소속감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나는 불과 2달 만에 조직 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업의 일원이 되고자, 취업만을 목표로 하고 달려온 나는 마치 망망대해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가 찾아왔고 모든 것이 올스탑 되었다. 방역수칙들이 생겨나고 실내 출입이 금지되기 시작했다. 사막 한가운데에 나침반도 없이 떠도는 나에게 코로나는 암흑 그 자체였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달리기였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당시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건강한 정신이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스스로 걸어갈 수 있는 능력 말이다. 나는 이 능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전에 건강한 신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었지만,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던 나에게 달리기는 꽤나 가성비 좋은 운동이었다. 가벼운 러닝화 한 켤레와 기능성 소재의 운동복만 있으면 되니까.
또한,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잡념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달리기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달리기가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나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나는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달리기는 내가 원하는 상황에 내가 원하는 옷과 신발을 신고 뛰는 운동이다. 새벽에 뛰어도 좋고 낮에 뛰어도 좋다. 천천히 달려도 좋고 때로는 빨리 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짧은 거리를 달릴지 긴 거리를 달릴지는 내 몸이 스스로 판단한다. 나보다 천천히 가는 사람을 앞서갈 때도 있으며 나보다 빠른 사람이 나를 앞질러 가는 경우도 있다. 신경 쓰지 말고 내 호흡이 이끄는 대로 달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