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개에게 물렸습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하지만, 나는 물렸다. 그것도 여러 번.
여전히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개 물림 사고들은 매년 2천 건이 넘게 발생한다고 한다. 사람을 문 개의 주인에게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벌금 부과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이거나 목줄을 하지 않은 개에 한해서 적용된다고 한다.
요즘 들어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혹 든다. 하지만, 나는 강아지가 무섭다. 아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인 듯하다.
7살? 8살? 아마 초등학교 입학 전후쯤 이였던 것 같다. 그맘때쯤 나는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집에서 피아노 학원을 가려면 중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항상 강아지가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목줄과 입마개를 전혀 하지 않은 채로.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나는 싱글벙글 뛰며 피아노 학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강아지가 나를 향해 돌진해왔고, 나는 그 자리에서 강아지에게 물려버렸다. 너무 무서워서 울음조차 나오질 않았다. 그 이후로 어떻게 조치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그 강아지 주인아저씨가 달려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것이 전부였던 것 같다. 쪼그만 꼬맹이가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공포 그 자체로 느껴졌었다.
다음 날, 어김없이 피아노 학원에 가야 했다. 나는 가기 전부터 무서웠다. 그 길을 지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피아노 학원을 가는 길이 너무 싫었다. 그 작은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그 강아지가 길목을 지키고 있을 때면, 나는 항상 다른 길로 돌아서 피아노 학원을 가야만 했다.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청소년기에도 어김없이 사고는 발생했다. 중학생 때의 이야기다. 어김없이 학원가는 어느 날, 느닷없이 길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나의 허벅지를 물었다. 주사를 맞은 것처럼 따끔했다. 작은 강아지라 다행이지 큰 개였으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졌을 터이다.
"얘가 오늘 왜 이래 정말!!"
그 당시 견주는 짧은 혼잣말이 전부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외의 여러 개 물림 사건들 이후로 28살이 된 현재까지도 강아지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고치고 싶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정말 큰 트라우마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조깅을 할 때면 수많은 강아지들을 지나쳐야만 한다. 여전히 나를 물까 봐 무섭다. 개들도 내가 그들을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저번 조깅 도중 개가 바로 옆에서 나에게 달려들었지만 운이 좋게도 잘 피해 물리지 않았다.
그때와 다르게 목줄은 필수가 되었지만, 입마개는 하지 않았기에. 상황에 따라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우리 개는 안 물어요."
확신하지 마라. 여전히 우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강아지에게 물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당신의 강아지가 너무나도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