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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스타 Dec 21. 2020

결혼이 코앞인데, 주식투자 해도 될까요

D-158, 기회 앞에 준비된 사람이 되자

"예랑이(예비신랑)가 아파트 잔금으로 낼 돈을 주식 투자하겠다는데, 어떻게 하죠?"

"월급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다들 주식투자 하고 계신가요?"


최근 종종 이용하는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 주식 투자 관련 글들이 올라왔다.

책, 유튜브, 카톡방, 블로그, 사람들과의 모임 자리, 요새 어느 곳에서나 가장 뜨거운 주제인 '주식'은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재테크 방법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재정관리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달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는 고민도 있었다.


지금껏 몇 년 동안 모아 온 자금을 결혼식과 신혼집을 위해 한순간에 지출하고 심지어는 대출까지 받게 되면서, 나 역시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평소 위험회피적인 성향이 매우 강해서 "무조건 원금보장"을 외치던 나였지만, 한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반등하고 고공행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도 그렇게 주식으로 성공하고 싶었다. 몇 개월 만에 50%, 10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는 인터넷의 성공담처럼, 주식 투자로 대출도 갚고 자산도 불리고 내 집도 갖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투자할 돈이 없었다.

지금의 통장 잔고는 곧 전세보증금으로 나갈 예정이었고, 앞으로의 수입으로는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했다. 지금 당장도, 앞으로 당분간도, 주식에 투자할 만한 여유 자금이 없어 보였다.


왜 하필 나는 이렇게 수익 내기 좋다고 하는 이 시기에 결혼 준비를 하게 되었을까.

결혼하기 1년 전쯤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더 안정적이고 여유 있게 결혼을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당장 자금이 필요하기에 함부로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아쉬운 나머지, 잠깐이라도 이 자금을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게 좋을지, 빚을 내서 대출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당장 자금이 필요한데도 남들의 수익률만 보고 주식시장에 따라 들어가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사고 내일 파는 단타매매를 할 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주식이란 기업 가치와 성장성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지금 당장의 자금을 주식에 투자할 수는 없었다. 또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환금성이 부동산보다는 좋다고 하더라도, 막상 현금이 필요한 때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은 상태라고 한다면 과감하게 매도할 자신이 없었다. 전세보증금 납부, 가전제품 구입 등 목돈 지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투자 기한이 이미 정해져 있기에, 시장 상황의 작은 변화에도 감정적으로 민감해지고 조급하게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역시 대출 상환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충분한 기간을 갖고 수익률을 개선시키는 여유 없이 손실을 바로 결과로 실현시킬 수밖에 없어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이 너무 클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황금 같은 기회를, 누군가는 두 자릿수, 세 자릿수를 넘어서는 수익률을 맛보는 이 기회를, 그냥 놓치고 말 것인가.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주식 투자 황금기를 잘 보내고 싶었다.




이 시기를 맞아 가장 먼저, 주식 투자에 대한 나의 가치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사실 그동안 주식 투자의 성공사례보다는 실패사례를 많이 접하다 보니 두려움이 컸고, 경영학에서 배운 주가 예측 기법들 역시 어느 것 하나 시장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굳이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있었다. 그러나 월급을 아끼고 모으기만 해서는 집을 살 수 없는 저금리 시대에, 더 이상 예금과 적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의 말대로 투자란 '현재보다 미래에 더 높은 구매력을 얻기 위한 행위'라고 정의한다면, 구매력의 상승폭이 작은 예금,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확실하게 구매력을 저하시키는 현금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다. 구매력 증대 가능성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위험한 자산일 수 있기에, 적절히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나누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투기가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시세차익으로 돈을 번다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건전한 투자를 하고 싶다. 잠깐의 이슈로 반짝 뜨는 종목에 투자해서 일확천금을 얻기보다는, 가치가 있는 기업의 주인이 된다는 마음으로 기업의 성장과 나의 자산 증대를 함께 이루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앞으로 언제 얼마나 자금이 필요한지, 그리고 나의 투자여력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대출 원리금 상환, 이사와 출산 등 가정의 크고 작은 일들을 고려하여, 투자 기한을 정하고 자산 분배 전략을 세웠다. 수입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할 수는 없겠지만, 그중 일정 비율은 주식에 투자하면서 조금씩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기로 했다. '없어서는 안 될' 목돈이 아니라 '없어도 되는' 소액의 여유자금으로 시작한다면, 매일의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장기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주식시장과 국내외 경제 소식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평소 관심 있거나 앞으로 유망할 것 같은 산업 분야와 기업들에 대한 소식도 자주 찾아보고, 어떤 지표를 통해 기업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고 또 어떤 지표와 함께 고려하면 그 예측력을 더 높일 수 있는지 경험으로 배워보고, 종목과 거래 타이밍을 결정할 때마다 나만의 이유를 기록하면서 논리와 원칙을 만들어가고.

남의 말에 따라 사고파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투자원칙을 가진 투자자로서, 더 나아가 기업의 주인으로서 성장하는 기회로 이 시기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고민하고 준비하다가는 타이밍을 놓치는 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무작정 준비만 하면서 기다리다가는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무작정 뛰어드는 것도, 이번 기회는 놓쳤으니 그저 포기만 하고 손 놓고 있는 것도, 둘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여유자금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 투자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장점과 유익은 충분히 있다. 평소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잘 알지 못했던 산업과 기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삶의 양상이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다 보니 오히려 익숙하고 자주 보는 분야의 정보에만 관심을 갖게 되기 쉬운데, 사람들의 관심과 예측에 따라 변동하는 시장을 바라보면서 관심 분야가 넓어지고 보다 깊이 있양질의 지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친환경 에너지 기업 분석과 이를 지원하는 각종 정책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서, 친환경 기술에 대한 지식을 얻고 정책의 효과성에 대해 고민할 뿐만 아니라 실제 나의 삶에서도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들을 고민하기도 했다.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소비자에서 생산자 또는 주인으로 변화된다는 것도 하나의 유익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은 단순히 커피를 사고 마시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손님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이 카페가 잘되고 프랜차이즈 기업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 어떻게 수익 모델을 다양화할 수 있는지, 현재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을지 마치 주인인 것처럼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소비자의 관점뿐만 아니라 주인의 관점에서도 접근하면서, 세상을 좀 더 폭넓고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고 스스로에게도 주변에도 성장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라면 특히 더, 여유자금이 없는 바로 이 시기에 재정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오히려 진솔하고 차분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조급함과 불안함이 없기에 서로 재정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관리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자녀에게 교육, 재정, 삶의 지혜의 측면에서 어떤 것을 어떻게 남겨줄 것인지, 나중에 어떤 노후의 모습을 원하는지 충분히 이야기한다면, 실제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과 기회가 을 때 서로 하나된 마음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과 상황에서, 지금의 기회를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앞으로의 기회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옛날에 샀으면 좋았을 그 종목', '옛날에 했으면 좋았을 그 선택'처럼 이미 시간이 지나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해 후회하기보다는, 올바른 투자원칙과 가치관을 정립하고, 세상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다음에 기회가 왔을 때에는 아쉽게 포기하거나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의 이 시기를 지혜롭게 보내기를 바란다.




[출처]

커버사진 https://pixabay.com/images/id-194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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