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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스타 Jan 04. 2021

2021년, 코로나 이전으로 관계 리셋하기

D-140, 새해 인사

송구영신예배, 새해 목표 세우기,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 전하기.

매년 1월 1일 연례행사처럼 꼭 하고 있는 세 가지다.


평소 연락을 주로 받기만 할 뿐 먼저 하지 않는 편이고 설날이나 추석에도 따로 명절 인사를 돌리지는 않지만, 새해 첫날만큼은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에게도 인사하며 안부를 묻곤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는 그동안 자주 연락하지 않아 조금은 어색하고 뻘쭘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고,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에는 더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자는 마음을 담기도 좋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던 2020년이었기에, 이번 새해 안부 인사에는 예전보다 더 진심을 담아 전할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톡에 친구가 700여 명이 있지만, 이중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고등학교, 대학교, 두세 곳의 교회들을 거치며 스치듯 지나간 인연들도 있고, 현재 직장 동료들은 개인 휴대폰보다는 사무실 전화로 업무 연락을 하고 있기에 굳이 카카오톡으로 연락하지는 않는다. 단체 카톡방도 여러 개 있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끄럽던 카톡방도 왠지 내가 말하면 조용해지는 것 같아 눈팅만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날 아침에는 채팅 목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새해 인사를 건넨다. 최근 연락했던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인사하지만, 두세 달, 길게는 6개월 넘게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이 있다. 생일이나 새해 첫날 이외에는 특별히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작년 1월 1일 연락한 이후로 한 번도 하지 않다가 1년 만에 다시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락하기 조금은 껄끄럽고 불편하더라도, 단순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는다. 그동안 연락이 뜸하고 만나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 한해 수고 많았다는 격려와 혹시 어렵고 힘든 일은 없었는지 묻는 위로, 새해에는 즐거운 일이 가득하기를 바란다는 축복과 응원을 각자에게 맞는 문구에 담아 전한다.


코로나19 속에서 세 번의 연기 끝에 무사히 결혼을 마친 커플,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MT 한 번 가보지 못하고 1학년을 마무리한 사촌 동생, 자주 만나고 싶지만 각자 직장과 개인 사정으로 1년에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은 친구들, 몇 년 전 마음이 어렵고 힘들었을 때 위로와 힘이 되어 주셨지만 이제는 못 본 지 3년이 넘은 멘토님, 대학생 때 별 것 없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잘 따라주고 사랑해 주었던 교회 제자들.


휴대폰 화면 전체를 채울 만큼 메시지가 길어져서 오랜만에 보내는 안부 인사가 너무 장황한 것은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민망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잠깐의 걱정과 민망함을 이겨내고 안부를 전하면 그동안 흐릿해진 듯한 우리의 관계가 다시금 선명해지는 것 같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삶이 바빠진 이후에는 주변 사람들과 언제든 연락해도 그저 반갑고, 굳이 연락하지 않는다고 멀어졌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별일 없이 오는 연락에 시큰둥하게 답장하기도 하고, 눈앞의 일들에 정신을 뺏겨 먼저 주변을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새해 첫날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1년 내내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조차 작심삼일이더라도 결심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새해에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안부 인사조차 관계 속에서 과거의 부족함을 지워주고 아직 우리의 관계는 여전하다며 그때 그 시절 가까웠던 관계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것 같다.



새해 인사를 전하며 나의 장황한 안부 인사가 보통 일방통행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상대방 역시 자신의 한 해는 어떠했고 올해에는 이런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 잘 되기를 바라며, 너도 작년 고생 많았고 혹시 특별한 일은 없는지 물으며, 장황한 답변을 보낸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만큼 서로의 답장이 빠르지는 않고 그 모든 상황을 메시지에 다 담을 수 없어 결국에는 "코로나 잠잠해지면 꼭 만나서 이야기하자"라는 말로 마무리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묻는 근황과 안부 인사는 멀어져 버린 우리의 일상을 다시금 연결해 주었다.


곧 인턴 기간이 끝난다는 친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초음파 사진만 받아봤던 아기가 이제 태어난 지 2개월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해외에서 계속되는 락다운 조치 속에서도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친구의 말에 마음을 놓는다. 그리고 나 역시 별일 없냐는 물음에, 또는 결혼 준비는 잘 되어 가는지 묻는 물음에 자연스럽게 나의 근황도 전한다.


결혼 소식만큼은 직접 만나서 전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카톡으로 전하게 되어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 코로나19 때문에 인원 제한이 있을지 없을지조차 예상할 수 없지만 불평보다는 감사하며 준비하려는 노력들, 결혼식보다는 앞으로 하나됨을 이루어 갈 가정에 대한 기대와 소망. 언택트 소통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상황에 대한 공감과 응원, 축복만큼은 진심으로 전해지고 충분히 느껴지는 것 같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2020년.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이 사실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마스크 없이 지하철을 탄다는 것, 식당에서 걱정 없이 음식을 나눠먹고 보고 싶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 카페에 앉아 공부도 하고 음악도 듣고 창밖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 여름휴가 시즌에는 해외로 훌쩍 떠나보는 것, 하객이 많이 올까 봐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고 이 시국에 결혼이냐며 핀잔 들을 걱정도 없이 축하만을 기대하며 청첩장을 건네는 것.


지난 2020년에는 이 모든 것이 쉽지 않았고, 언택트라는 이름 하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누군가에게는 건강과 경제적인 부분에서 아픔과 고통의 시간이기도 했다.


새로운 한 해, 2021년에는 이 어려움이 금방 끝날지 아니면 작년처럼 오랜 기간 지속될지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른 무엇보다 우리들의 관계만큼은 코로나 이전으로 리셋하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과 직접 만날 수는 없어도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디고 극복해가는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조금 멀어진 듯한 서로에게 마음만큼은 한걸음 더 다가가는 새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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