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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눈 Sep 07. 2023

수돗물을 끓여 먹었습니다.

원룸 살이를 위해 생수는 포기

남자친구와의 동거생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돈을 아끼기 위해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나 혼자 살 때는 생수를 사 마셨다. 원룸 한 구석에 2리터 생수 6개 세트가 항상 쌓여 있었다. 혼자 살 때는 괜찮았지만, 둘이 살기 시작하면서 공간이 부족해졌고 그런 상황에서 생수통이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으니... 그 작은 공간조차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월세 끝나는 대로 큰 집으로 이사 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생활비 아끼는 것도 중요했다. 생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방법을 찾아보던 중, 우리는 물을 끓여 마셔보기로 했다.


냄비에 수돗물을 담아 끓인 뒤, 물병에 넣고 냉장고에 넣어 식혀서 마셨다. 방법은 간단했는데, 문제는 그 맛이었다. 특유의 염소 냄새 때문에 물 맛이 이상해서 마시기 힘들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인터넷을 찾아보니 대부분 보리차로 끓여 먹으라고는 하는데, 우리는 둘 다 보리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다른 방법을 다시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음식점에서 주는 레몬 물을 떠올렸다. 그 상큼한 맛이라면 충분히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우리도 레몬을 넣어보자고 했다. 다시 냄비에 물을 끓이고, 끓인 물을 물병에 담으면서 레몬 슬라이스를 함께 넣었다. 빙고! 음식점에서 먹던 맛처럼, 물이 상큼해서 훨씬 맛있었다.


물을 끓일 때마다 레몬을 매번 슬라이스 해서 넣는 것이 번거로웠기 때문에, 우리는 레몬을 냉동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마트에서 레몬을 한 팩 구매한 뒤, 베이킹소다로 깨끗이 세척한 후 썰어서 밀폐용기에 층층이 담았다. 레몬 조각끼리 서로 붙지 않도록 비닐랩을 사용하여 층을 만들어주었다. 이후 물을 끓일 때, 냉동실에서 레몬을 하나씩 꺼내서 물병에 넣었다. 처음에 레몬을 씻고 준비하는 과정이 귀찮았지만, 한 번 해두면 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제는 브리타 정수기와 같은 편리한 제품이 있어서 더 이상 물을 끓이거나 레몬을 넣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일은 추억이 되어서 물을 마시거나 레몬을 보면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함께 웃곤 한다. 요즘의 소비 행태를 함께 돌아보며 "우리 옛날엔 물도 끓여서 마셨는데, 진짜 반성해야 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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