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탈출을 위한 계획 세우기
처음 원룸에서 동거를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 원룸에서 살 생각은 없었고 만기일이 되면 당장 탈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만기일이 가까워졌고, 우리는 탈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목표는 지금 집보다 더 넓은 공간! 하지만 막상 집을 구할 생각을 하니 단순히 '넓다'는 말고도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우선, 어떤 집을 찾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좋은 집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예산이 한정되었기 때문에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집으로 갈 수는 없었다. 나와 남자친구는 우리가 원하는 집의 조건이 무엇인지 적어보았다. 서로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과, 필수는 아니지만 있으면 좋겠는 조건을 정리했다.
나의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방은 최소 1개 이상 (침실이 분리되어야 함)
창문 있고 햇빛이 들어오는 집 (남향 or 남서향)
창문을 열 수 있는 환경
반면 남자친구의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샤워기와 세면대가 분리된 화장실
무조건 치안! 잠금, 보안이 확실하고, 가로등이 밝고 외지지 않은 곳. 역이나 정거장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어두운 곳이 있으면 안 됨
그 외에 필수는 아니지만 있으면 좋겠는 조건으로 주변에 산책할 곳, 고층, 가까운 마트와의 거리 등이 추가됐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불편했던 것 중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들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됐고, 참을 수는 있는데 하는 것들이 희망 조건으로 나눠졌다.
원하는 집의 조건을 명확하게 한 다음으로는, 자금 계획을 세웠다. 집을 구하는데 얼마를 투자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사 비용과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가구 및 생활비 등을 고려해야 했다. 통장에 있는 금액을 확인하고, 예비 비용을 얼마 남길지 정한 후, 집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확보했다. 집을 구할 때는, 회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전세 대출이 지원 됐으므로, 대출을 고려해서 보증금을 최대한 늘리고 월세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네이버 부동산과 부동산 전화 연락 등을 통해 각 지역 별 보증금과 월세, 관리비를 확인해서 입력하고, 대출을 받을 경우 부담해야 할 이자와 해당 지역으로 이사 갔을 때 발생할 출퇴근 교통비를 포함해서 '그 집에 살면 월 얼마의 비용이 발생하는가'를 계산했다. 그리고 보증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는다고 할 경우, 원금과 이자를 얼마 상환해야 할지,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고 나면 내 손에 떨어지는 월급의 실수령액은 얼마인지도 함께 계산했다.
집의 조건과 금액, 그리고 월 비용을 계산해서 우리가 실질적으로 이사를 고려할 수 있는 지역을 2개 정도로 선정했고, 부동산에 전화해서 연락을 잡았다. 부동산에 연락할 때 어떤 집을 원하는지 조건을 명확하게 전달해서, 조건에 맞지 않는 집을 보는데 시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부동산과 약속을 잡고 집을 꼼꼼하게 보러 다녔다. 주말을 이용해서 먼 곳의 부동산을 보고,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가까운 곳의 부동산을 보며 시간을 끌어모아 집을 보러 다녔다. 아파트가 아니라서 집의 방향, 구조, 창문 위치 등 내부 상태가 집마다 각각 달랐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게 확인했다.
마음에 드는 집을 2-3개 정도로 추린 뒤, 평일과 휴일, 낮과 밤에 해당 집 주변을 방문해서 주변 분위기까지 확인 후 최종 결정을 내렸다. 예산을 약간 초과했지만,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결정한 만큼 집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인지, 같은 집에서 이사 후 5년 넘게 살고 있다.)
이사 과정은 우리에게 더 큰 집으로 이사 말고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새로운 집을 찾는 과정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더 배울 수 있었다. 집을 찾는 노력과 협력을 통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결단력을 키우며, 우리의 선택과 결정에 대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소꿉놀이처럼 가볍게 시작한 동거가 이사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